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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소한 Mar 29. 2022

브리저튼 티(Tea) 맛보실래요?

넷플릭스 주인공 따라 애프터눈 티세트 체험하고 홍차에 빠지다


브리저튼 시즌2의 여주인공. 케이트 샤르마


넷플릭스 시청자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그 유명한 드라마 <브리저튼>의 새 시즌이 공개됐다. 열심히 정주행 하던 중 여주인공이 들고 있는 찻잔에 눈이 갔고, 뜬금없이 차를 마시고 싶었다. 별로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아직은 따뜻하지 않은 차디찬 봄바람에 내 피부도 지쳤지만 육체와 정신도 지쳐있던 3월이었다. 아주 오랜만에 생긴 의욕인 김에 약간의 욕심을 더해, 예쁜 동네에 위치한 티룸의 애프터눈 티세트를 예약했다.


<영국의 티타임> : 티(Tea)란 보통 홍차를 의미한다.

일레븐지스 (Elevenses)
: 이름대로 오전 11시경에 갖는 티타임.

애프터눈 티 (Afternoon tea)
: 오후 4시~6시대 귀족들의 티타임. 샌드위치, 스콘 등 간단한 간식을 곁들여 홍차와 마신다.

하이 티 (High tea)
: 오후 5시~7시대 노동자 층이 저녁을 겸해서 먹는 시간대. 영국인들은 저녁식사 자체를 티(tea), 티타임(tea time)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후암동 <티룸 로제티>의 애프터눈 티세트


조금 덜 배고픈 날이라면 한 끼 식사로도 손색없을 애프터눈 티세트. 드라마에서나 나올법한 3단 트레이에 디저트 한 가득과 함께 주문한 차를 내주셨다. 차를 잘 모르는 입문자라고 말씀드리니 스리랑카 캔디와 밀크티(까먹음)를 추천해 주셨다. 차의 이름은 보통 찻잎을 재배한 국가나 지역을 의미하기에, 나는 스리랑카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인 캔디(Kandy) 지역에서 수확한 차를 마셔보는 것이다!


<세계적인 차의 재배지>

주로 중국, 인도, 스리랑카 지역에서 찻잎을 재배한다. 때문에 차의 이름 역시 중국이나 인도의 지명을 일컫는 경우가 많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실론티'의 '실론'도 옛 스리랑카를 의미하는 단어다.



스리랑카 캔디는 딱 전형적인 홍차 맛이었다. 떫거나 진하지 않고 마일드한 맛. 입문자에게 추천할 만한 차가 맞나 보다. 보통 찻잔은 커피잔보다 작은 사이즈로, 쪼르르 따라서 홀짝거리며 마시는 재미가 있다. 사진 속 귀여운 티팟의 뜨개옷은 차의 온기를 유지시켜주는 것으로 티코지(Tea Cosy)라고 부른다. (그래도 일정 시간이 지나면 식어버린다) 은은하게 열을 가해 데워주는 티워머(Tea Warmer)도 있다고 하는데 궁금해진다.


직접 우려서 마실 수 있는 다과상


오늘 소개한 티룸은 사장님께서 차를 우려 찻잎을 빼주셨지만, 직접 우릴 경우 찻잎이 담긴 티팟, 거름망, 물통 등 추가로 필요한 다기들이 있었다. 찻잎이 담긴 티팟에 뜨거운 물을 붓고, 티팟에 거름망을 올려 거른 뒤 찻잔에 따라 마신다. 이때 두 번째 우린 차가 더 맛이 좋으므로 처음 내린 차는 물통에 버린다. 차가 빨리 우러나는 경우 맛이 진해져 다소 빠릿하게 움직여야 했음에도 다기들을 써 보는 것이 즐거워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사장님이 추천해주신 밀크티는 당도가 거의 없어 처음에는 낯설었지만 디저트와 먹기에는 딱 좋았다. 어쩌면 우리에게  차보다 더 익숙할지 모르는 밀크티(Milk Tea)는 말 그대로 차에 우유를 넣어 마시던 영국의 풍습에서 자리 잡은 음료다. (오롯이 찻잎을 물에 우려 마시는 것은 '스트레이트 티'로 따로 구분한다) 아무래도 우유가 들어가기 때문에 비교적 강한 맛의 아삼 베이스의 홍차가 밀크티에 적합하며, 차의 쓴맛을 잡아주기 위해서 저지방 우유보다는 일반 우유로 만드는 것이 맛있다는 사실!



홍차를 두 배로 맛있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은 역시 디저트! 그중에서도 스콘은 티타임을 사랑하는 영국인들이 홍차를 즐기기 위해 만들어낸 디저트라는 점이 흥미로웠다. 보통 버터와 잼을 함께 내는 것이 일반적이며, 홍차의 쌉쌀한 맛과 달달한 잼의 조화가 좋기에 스콘을 판매하지 않는 홍차 전문점은 거의 찾아볼 수 없을 것 같다.



두 번 정도 제대로 된 티타임을 가져보니 차를 마시는 재미가 무엇인지 내심 알 것 같다. 일단, 찻잎에 물을 넣어 우린 음료가 차분하면서도 따뜻하게 마음을 보듬어주는 느낌이 좋다. 커피도 마찬가지 기는 하겠지만, 개인적으로는 더 온화하고 피스풀 하고 고즈넉한 느낌이 취향인 듯하다. (커피는 국내에서 이미 너무 대중화되어, 희소성 측면에서도 차가 조금 더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예쁜 찻잔에 차를 따라 상대방에게 차분하고 소중하게 건네는 느낌, 홀짝홀짝 마시며 여유를 만끽하는 즐거움도 있다. 요즘은 영국에서도 효율성을 중시하기에 이런 다기들을 모두 꺼내 대접한다기보다 홍차 티백을 주로 사용한다는 점이 조금 아쉽지만, 특별한 날을 기념하거나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데는 멋진 이벤트가 되지 않을까?


브리저튼이 쏘아 올린 작은 공 덕분에 어느 때보다 열린 마음으로 접하게 된 홍차. 브리저튼의 짧은 이야기는 마무리됐지만 아마도 당분간은 홍차 전문점을 돌아다니며 심미적인 즐거움과 정신적인 안정감을 채우며 여운을 즐기게 되지 않을까 싶다. 바람은 아직 차지만 따사로운 햇살이 비추는 시간이 점점 길어지고 있다. 겨우내 지친 몸을 돌보면서 싱숭생숭한 마음이 있다면 티룸에서 부드러운 차 한 잔에 동동 띄워 보내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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