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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소한 Oct 04. 2019

잘 나가는 브랜드가 되고싶다면, 인스타그램부터 바꿔라

브랜드와 대표들의 인스타그램 활용법

오늘의 주제를 정하며 (feat. TMI)


지난여름, 실버 가방을 만들겠다고 너무 에너지를 소모했는지 9월 한 달 내내 매우 무기력하고 지쳐있었다. 회사 일도 바빠지고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게 되는 일도 많아져서 정신적 소모가 많았던 9월이었는데, 어찌 됐든 좋게 지내려고 하니 그래도 예전의 텐션을 금방 되찾게 된 것 같다. 어떤 책을 읽다가는 '회복탄력성'에 대한 글귀를 접할 수 있었는데 그것에 참 취약했던 나도 고민과 성찰을 반복하며 회복탄력성이 조금 올라간 것 같기도 하다.



이 분위기에 힘입어, 최근 개인 인스타그램 계정을 새로 만들었다. 여러 브랜드와 상점들의 소식을 90% 이상 인스타그램으로 접하다 보니 다시 돌아온 의욕과 호기심과 용감이 뜬금없이 계정 생성을 하게 했던 것 같기도 하다. 언제까지 지속할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브런치와 연결해 성의껏 관리해 보려고 한다. 그래서 오늘의 주제는 주관적으로 바라본 '브랜드와 대표들의 인스타그램 활용법'이다.




1. 제품을 보여준다


브랜드가 인스타그램을 이용하는 가장 주요한 목적인 동시에 소비자가 인스타그램을 사용하는 대다수의 이유일 것이다. 브랜드 입장에서는 최소한의 비용으로 / 많은 사람을 대상으로 / 본인의 제품을 간편하게 알릴 수 있으며, 소비자 입장에서는 역시 최소한의 비용으로 / 내가 원하는 브랜드의 소식을 간편하게 받아볼 수 있는 것. 인스타그램은 당연히 새로운 제품의 출시 소식이나 중요한 공지사항을 알리는 용도로 활용되지만 내가 바라보는 인스타그램의 중요한 역할은 그들의 제품을 '우리의 일상으로 만든다'는데 있다.


인스타그램은 플랫폼 특성상 '일상적인 감성을 느낌 있게 전달한다'는 최고의 이점을 가지고 있는데, 아마 이 포인트에서 많은 브랜드와 소비자의 사랑을 받지 않았을까 싶다. 더 이상 예전의 페이스북 페이지 마케팅처럼 '짜인 각본'과 '정형화된 카드 뉴스 형태'에서 오는 '이 포스팅의 끝에는 분명히 나를 영업하려 드는 요소가 있을 것이다'라는 느낌을 받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인스타그램은 어느 플랫폼보다도 브랜드가 자연스럽게 자신들의 제품을 노출할 수 있다. 그것이 단 한 장의 잘 나온 사진일지라도 말이다. (하지만 그 감성 속에는 철저히 계산된 전략이 깔려있을 수 있다)


이 사진이 제약회사 인스타그램의 포스팅이라고 가정해보자. 일상 속 모습 같으면서도, 제품에 집중되도록 설계된 느낌.


내게도 소위 인스타그램을 '잘한다'라고 느끼게 하는 브랜드들이 있다. 그들의 피드는 스크롤을 위아래로 움직여서 직렬로 봐도 일관된 느낌을 가지고 있고, 썸네일 목록으로 돌아가 전체적인 view를 보더라도 예쁜 엽서를 모아놓은 것 같은 느낌을 선사한다. 무엇보다도 그들은 일상 속에서 그들의 제품이 어떻게 예쁘고 느낌 있게 연출될 수 있는지를 직관적으로 보여준다. 때로는 비용과 수고로움을 들인 전문 모델의 컷으로, 때로는 수수하게 시내를 거니는 일반 사람들의 모습 속에서 자연스럽게 제품에 눈이 갈 수 있도록 만들어준다. 그 피드에 제품에 대한 부연설명은 아예 없거나 길지 않은 편이다. '태그' 기능을 통한 제품 표시 혹은 제품명이 대부분인 경우가 많다.


소비자들로 하여금 '나도 이 제품을 구입해 이런 포스팅을 하고 싶다'는 욕구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고, 그것이 반드시 구매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이 계정을 통해 '보기만 해도 배부른' 만족감을 선사받을 수도 있다. 그리고 후자가 계속 반복된다면 그 사람은 어느새 브랜드의 충성 고객이 되어있을 수도 있다. 주관적인 관점이다 보니 나의 생각과 경험이 많이 들어가 부끄럽긴 하지만, 어쨌든 나 말고도 많은 사람들에게 제품의 퀄리티만큼이나 이 제품을 잘 포장하여 억지스럽지 않게 보여주는 것이 중요한 시대가 요즘의 소비 트렌드가 아닐까 싶다.


인스타그램 썸네일만으로도 브랜드 고유의 감성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sokuri.mm)


2. 신제품은 먼저 슬쩍 보여준다


브랜드들의 인스타그램 행보를 관찰하며 신선함과 동시에 '오 이거 좋은 전략인데?' 했던 것은 바로 '신제품은 아무렇지 않게 슬쩍 스포 한다'였다. 제품에 대한 일절의 언급 없이 잘 연출된 사진 한 두 장이 포스팅된다. 제품과 주변 사물이 잘 어우러지는 감각적인 설정샷이거나, 브랜드의 대표나 모델이 일상에서 툭 걸치고 있는 코디 컷인 경우가 많다. 가끔은 제품의 일부 모습이 앵글에 겨우 걸치다시피 빼꼼~하고 있는 경우도 있다. 겉으로는 제품을 홍보하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지만, 이미 댓글창은 업데이트 일정을 문의하는 고객들의 댓글로 시끌시끌하다. (하지만 이런 포스팅의 경우 업데이트 일정을 쉽게 알려주지 않는다)


참 새침하면서도 재미있는 전략이라고 생각했다. 남녀 사이에만 '밀당을 한다'는 표현을 쓰는 줄 알았는데 이건 마치 브랜드와 고객 사이의 밀당 같은 것이다. 보기만 해도 감성이 충전될 것 같은 사진으로 고객의 눈을 끌어당기지만, 정작 제품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는 밀기를 시전 한다. 하지만 며칠 뒤에는 반드시 그 제품의 출시 소식이 전해지니 재밌는 것이다. 이제는 이런 패턴이 반복되면서 소비자들은 사진만 업로드되어도 '신제품이냐, 언제 업데이트되냐'를 문의하며 뜨겁게 반응하기 시작하고 브랜드는 처음부터 정해져 있었지만 마치 정해지지 않았던 것처럼 업데이트 일정을 천천히 고객에게 전달하기 시작한다.


이 사진에서 강조하고 싶었던 제품은 시계도 가방도 립스틱도 아닌 바지입니다 (@byminawithyou)


이 전략은 업데이트 일정이 주기적인 사업자보다는 업데이트가 게릴라성으로 진행되거나, 업데이트 간격이 불규칙하고 텀이 긴 사업자에게 더 유용하게 활용되는 것 같다. 우리가 일상으로 돌아가 택배 받는 날짜를 손꼽아 기다리는 것처럼, 기다리던 택배가 지연됐을 때 속상할 때처럼, 기다리던 택배가 예상보다 일찍 도착해 뛸 듯이 기쁜 것처럼. 갑작스럽게 찾아오는 이벤트와도 같은 좋아하는 브랜드의 업데이트 소식은 고객을 즐겁게 해주는 소소하지만 충분한 재미요소가 되는 것이다.


3. 고객과 직접 연결되어 소통한다


다음으로 소개할 인스타그램의 파워는 태그, 스토리 기능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고객지향적인 측면이다. (댓글, Direct Message와 같이 누구나 알 수 있는 직접적인 소통 기능은 이 글에서 다루지 않는다) 일단 '태그(Tag)' 기능을 통해 브랜드와 소비자는 서로 연결될 수 있다. 여기서 소비자는 브랜드를 잘 아는 소비자를 의미할 수도 있고, 전혀 아닐 수도 있다. 특정 브랜드를 전혀 인지하지 못하는 소비자의 경우 상품을 지칭하는 일반적인 태그 검색을 통해 특정 브랜드와 연결될 수 있다. (#합정카페, #경리단길맛집, #체크코트 등)


브랜드를 잘 아는 소비자의 경우 브랜드 이름이나 인스타그램 계정을 직접 포스팅에 태그 하여 브랜드와 다이렉트로 연결된다. 이때 내용 부분에 태그를 줄지어 입력하는 것보다 큰 효과가 있다고 생각되는 것은 포스팅할 사진에 특정 인스타그램 계정을 소환해 언급할 수 있는 형태의 태그인 것 같다. 가령 특정 브랜드 제품을 착용한 소비자의 경우, 사진에 그 브랜드 계정을 태그로 걸어두면 브랜드가 그 포스팅과 바로 연결되어 좋아요나 댓글 등으로 소통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게 되는 것이다. 브랜드 입장에서는 자신의 제품을 사용한 소비자의 살아있는 반응을 취합할 수 있어 좋고, 더 나아가 그 포스팅을 (게시자 허락 하에) 2차 저작물로 활용할 수도 있어 무엇보다 생생한 구매후기 컨텐츠를 확보할 수 있다.


왼쪽 검은색 말풍선은 '소환형' 태그, 오른쪽 #푸른 글씨는 '언급형' 태그로 볼 수 있겠다.


나 역시도 인스타그램에 게시자로서 참여하면서 가장 흥미로웠던 기능이 바로 '스토리(Story)'다. 내 관점에서 이 기능은 언급형이나 소환형 태그보다 더 생생하게 브랜드의 이야기를 보여주고 고객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요소가 되는 것 같다. 사진 형태로 게시할 수도 있지만, 요즘의 최대 트렌드에 맞게 동영상 형태의 포스팅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의 카메라 화질이 점점 역대급으로 갱신되어 가면서 누구나 간편하고 생생하게 영상을 촬영해 자신을 보여줄 수 있게 되었다.


브랜드 역시 마찬가지다. 제품을 착용하고 촬영한 영상뿐만 아니라 화보 촬영의 비하인드, 제품과 관련된 다양한 스토리들을 짤막한 수 분 내의 영상으로 제공하며 브랜드 감성과 성격을 극대화해 보여주며, 스토리 내 질문 기능을 활용해 브랜드에 대해 소비자들이 궁금해하는 가려운 부분을 긁어주는데 효과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또한 소비자들이 제품을 착용한 영상이나 사진을 취합하여 제품 컬렉션처럼 나열하여 한 번에 확인할 수 있게 해주는 기능도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활용하면 가능해진다.


브랜드(카페)를 위치로 태그 하여 스토리 1개를 포스팅한 결과. 언급한 브랜드 계정에 바로 푸시 알림이 가게 된다.


4. 항상 고객의 옆에 있는 것처럼 느껴지게 한다


마지막으로 언급하고 싶은 부분은 인스타그램의 꽃, 바로 라이브 기능이다. 흔히 '라방'이라는 줄임말로 불리는 '라이브 방송'인데, 스토리를 많이 활용하는 브랜드 오피셜 계정에서보다는 브랜드 대표의 개인 인스타그램 계정에서 주로 활용되는 기능이다. 특정 계정에서 라이브 기능을 켜게 되면 셀프캠 형식으로 하나의 자그마한 방송이 On Air 되는 개념이며, 소비자들은 라이브 푸시 알림을 통해 해당 방송에 시청자로서 참여할 수 있게 된다. 라이브에서는 참여자가 댓글을 작성하거나 이모티콘을 전송할 수 있는 기능이 제공되고, 진행자는 실시간으로 댓글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인스타그램 내에서 가장 실시간적인 소통이 가능해진다.


쇼핑몰 인스타그램 계정의 라이브 방송 (@frombeginning_)


보통 많은 브랜드 대표들의 라이브 방송을 지켜봤을 때 브랜드의 중요한 이벤트를 대대적으로 알리거나, 신제품 오픈을 앞두고 신제품 라인을 미리 스포 및 홍보하거나, 개인적인 질문&답변 시간을 통해 친밀함을 쌓는 경우가 많았다. 그 외 대표의 성향에 따라 게릴라성으로 깜짝 라이브를 진행해 동네 친구처럼 스스럼없는 소통을 시도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보통은 브랜드, 대표, 제품에 대한 질문&답변으로 방송의 흐름이 흘러가기는 하지만 내가 많은 관심을 두고 있는 브랜드와 관련된 오프 더 레코드 형식의 이야기를 들을 수도 있는 점이 재미있게 다가오기도 했다. 그리고 단시간에 많은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는 점도 효과적이다.




사진이나 영상을 정성스럽게 촬영하고, 효과나 자막을 넣어 편집하지 않아도 내가 앉은 그 자리에서 사진을 촬영하고 영상을 온에어 할 수 있다는 점은 매우 간편하고 비용도 적다. 이렇게 생생하고 직접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인스타그램의 다양한 기능 덕분에 지금의 많은 브랜드들이 인스타그램을 메인으로 내세워 마케팅과 홍보 활동을 할 수 있고, 굳이 온라인샵이나 오프라인 매장이 없더라도 상품을 알리고 판매할 수 있는 수준까지 발전했다. 인스타그램/블로그를 활용한 1인 마켓이 점점 많아지면서 애로사항 역시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기는 하지만 그만큼 높아지고 강해지는 인스타그램의 영향력은 이제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것 같다.


'잘 나가는' 브랜드라고 수식어를 붙여 제한하기는 했지만 사실 팔로워 수가 많다고 그 브랜드가 훌륭하다는 뜻은 아니다. 잘 나가는 브랜드, 팔로워 수가 많은 브랜드가 인스타그램의 여러 기능을 더욱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음은 당연하기에 '잘 나가는' 브랜드라는 주관적인 수식어를 더해 표현한 점을 참고해 주시면 좋을 것 같다. '잘 나가는' 브랜드의 힘은 역시나 제품의 차별화된 관점과 퀄리티임을 오늘도 실감하면서 글을 마무리할까 한다.



글을 쓰고, 생각을 담는 글쓰기 모임

'쓰담'과 함께하는 포스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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