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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소한 Oct 25. 2019

오래 됐는데 오히려 밝게 빛나는 브랜드

온양관광호텔에서 느낀 오래된 것들의 아름다움

날씨가 선선해지기 시작할 즈음 '따뜻한 온천에 가고 싶다'는 생각 하나로, 막연하게만 알고 있었던 온양 온천에 방문할 계획을 세웠다. 온천, 특히 노천탕은 예전부터 한 번쯤 꼭 경험해보고 싶었고 부담과 마음의 짐이 계속해서 쌓였던 최근이라 따뜻한 물에서 긴장을 확- 풀어내고 싶은 이유도 있었다. 숙소를 알아보다 그 근방에서 가장 대표적인 숙소 여겨지 '온양관광호텔'을 합리적인 가격에 예약했고 그렇게 10월의 어느 날 아산에 도착했다.


입구와 로비

온양관광호텔 입구의 모습. 입구부터 역사가 느껴지는 듯하다.
1층 로비의 모습
증축동으로 이동하는 길목에 있었던 멋스러운 소파와 수납장

호텔 내부의 모습은 블로그에서 사진으로 많이 봤지만 실제로 보았을 때 더 깔끔하고 아늑한 느낌이었다. 전체적으로 노란 조명의 분위기에서 예스러운 향기를 지울 수는 없었지만 거부감이 든다기보다는 친근하고 편안한 느낌이었다. 평소 빈티지한 아이템을 무척 사랑하는 나인데, 돌아다니다 보니 곳곳에 빈티지한 가구와 소품들이 많아 이 숙소에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슬슬 카메라를 꺼내 마음에 드는 스팟을 사진으로 남기기 시작한다.


호텔 내부

바닥 카펫, 출입문 모양과 조명의 디자인까지 빈티지함이 뚝뚝.
왼쪽 사진의 은색 철제 테이블은 정말 가져오고 싶었던..

지금 보니 호텔에 1박 2일 묵으며 사진을 참 많이도 찍었다. 그만큼 애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볼 만한 아이템들이 많았던 거겠지? 특히 액자와 수납장 구성이 곳곳에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는데, 가구 하나하나가 모두 다른 모습인 것이 흥미로워 마치 작은 박물관을 구경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인테리어의 통일성을 위해 비슷한 색상과 디자인의 가구나 소품을 사용하는 요즘 호텔들과는 확실히 차별화되어있다. 이것도 이 숙소의 특색이 아닐까 싶었던.


객실

슈페리어 더블 객실의 따스한 한 켠

사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곳은 바로 객실이었다. 첫 발을 디뎠을 때 인상은 '음~ 아늑하네' 정도였는데 하나하나 살피며 생활할수록 빈티지의 매력을 가득 담은 것들 투성이었다. 가장 만족스러웠던 부분은 전체적으로 놀랍도록 청결했다는 점. 자유분방한 성격의 에어비앤비를 몇 번 경험하다 보니 생각보다 비위생적인 숙소를 종종 접했었는데 그에 비해 위생상태는 별 다섯 개짜리인 온양관광호텔이었다. 오래된 것들이 자리를 잡고 있지만 시간이 흘러도 기본을 잃지 않는 브랜드라는 생각이 들었다.

객실 내 물품 중 가장 신선했던 홈매트. 요즘 새로 지어진 숙소에서는 보기 힘든 아이템이다.
반질반질 윤기가 흐르는 나무 수납장과 때 타지 않은 스탠드 갓
느낌 있는 상판의 침대. 벽에 걸린 액자도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한몫을 한다.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어느 숙소에나 있는 아주 기본적인 가구들이지만 이 곳의 것들은 아주 잘 관리되고 있었다. 세심한 사람이 쓰는 물건은 오래 쓰더라도 흠집이 나지 않고 비교적 깔끔한 상태를 유지하는 것처럼, 가구 위에는 먼지 한 톨 없었고 때가 탈 만한 소재의 물품들도 꽤나 깨끗했다. 물품들 자체가 오래된 것이라 조작 방식이 낯설기는 했어도 그 방법을 새롭게 알아가는 재미가 있었고, 사용의 흔적이 느껴지기는 하지만 그것이 친근감과 함께 감수성을 불러일으키는 느낌의 것들. 이런 게 바로 잘 관리된 빈티지 소품의 매력이 아닐까 싶다. 온양관광호텔에서는 손에 닿는 모든 것들이 대부분 편안한 느낌을 주었다.


화장실

은은하게 광이 나는 화이트 세면대
물비누 등이 나오는 세정용품 기구와 헤어드라이기는 꽤나 신기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객실만큼 중요한 화장실 또한 깨끗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고 모든 도구들은 열을 맞춰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었다. 샴푸나 린스 은 다른 숙소처럼 개용기에 담겨있지 않고 물비누와 함께 펌핑 기구를 통해 제공되고 있는 점도 재미있었다. 무척 아날로그한 느낌이 들지만 오히려 온양관광호텔만의 컨셉을 보여주는 작은 부분이 아닐까? 굉장히 생소한 모습에 처음에는 정체를 몰랐던 헤어드라이기는 마치 공중전화 부스 같은 모양으로 재미를 불러일으킨다. (하지만 바람이 약해 매우 불편했다. 약간의 불편한 점도 있는 인간적인 숙소)


레스토랑 & 카페

커피 맛은 별로였지만 그래도 용서 가능합니다.

카페 카운터의 한 면은 욕실에 쓰이는 타일과 비슷한 느낌으로 꾸며져 있다. 정직한 모양이지만 제 몫을 하고 있는 직사각형 테이블과, 투박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앉았을 때는 편안한 둥글한 밤색 의자들. 천장을 올려다보면 그대로 고풍스러움을 느낄 수 있는 클래식한 조명과 무늬가 들어간 투명한 유리잔까지. 누군가는 별거 아니게 받아들여지는 하나하나가 내 시선에서는 특색 있고 소중하게 느껴진다. 사람들이 많지 않은 오전 시간에 그것들을 차분히 지켜보며 들었던 생각은 '이렇게 오래 쓰일 수 있는 것들이 더 오랫동안 유지됐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오랫동안 곁을 머무는 것들

브랜드 파타고니아(Patagonia)는 환경에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몇 세대에 걸쳐 입을 수 있는 제품을 만드는 것을 사명으로 삼고 있다고 한다. 최근에는 무료 수선 서비스도 오픈해 잘 만들어진 것을 오랫동안 고쳐 입는 것에 대한 중요성을 다시 한번 알려주어 매우 인상에 남았다. 온양관광호텔에서 내가 감성을 느꼈던 많은 것들도 숙소에 처음 들여진 때가 있었을 것이다. 상당히 오래전이겠지만 누군가의 노력과 애정 어린 시선으로 꾸준히 잘 관리된 덕분에 오랜 시간이 지나도 빛을 발하는 지금의 감성이 남아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러한 생각으로 통유리를 통해 바라본 창 밖의 풍경이 더욱 아름다워 보였다.


또 내가 지금 소지하고 품고 있는 물건들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마음에 드는 제품을 모으다 보면 끝이 없다. 나에게 정말로 필요하고 오랫동안 함께 할 수 있는 것들을 남기고 그것을 오랫동안 잘 관리해 사용하는 것이 더 의미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비단 제품이 아니더라도 내 곁을 지키는 사람들과 내게 머무는 생각들까지도 잘 가꾸어 나가야지.


산책로

나에게 충분한 힐링을 주었던, 온양관광호텔 밖의 산책로

온양관광호텔 속 노천탕에서 산들거리는 나뭇잎과 푸른 하늘을 올려다보았던 기억은 오랫동안 간직될 것 같다. 그리고 이 숙소에서 보았던 작지만 소중한 것들을 통해 깨달았던 것들도 계속 곱씹어보게 될 것 같다. 별생각 없이 찾아왔지만 특별한 시선을 발견하게 해 준 이 숙소에 고마운 마음을 전하며 다음번에 다시 방문해 더 좋은 추억을 만들 것을 기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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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담'과 함께하는 포스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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