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글쓰기 상반기 결산 특집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쓰담 프로젝트를 통해 쌓인 내 글이 어느새 12개가 되었다.
첫 번째 ─ 01.20 브런치를 시작하는 이유 (나만의 것을 지속하는 소중함)
두 번째 ─ 02.03 장사를 할 것인가, 브랜드로서 소통할 것인가? (Open MUJI 강연회를 참석하고)
세 번째 ─ 02.17 브랜드, 소비의 맥락을 잡아라 (서적 '맥락을 팔아라'를 중심으로)
네 번째 ─ 03.10 샤넬이 내게 건넨 반짝이는 가치들 (매거진B 'CHANEL'을 중심으로)
다섯 번째 ─ 03.24 통찰을 고찰하다 (서적 '말의 내공'을 중심으로)
여섯 번째 ─ 04.07 나에게 브랜드란, 사람이다 (어떤 브랜드를 좋아하게 되는 나만의 과정)
일곱 번째 ─ 04.21 소비는 감정이다 (EBS 다큐멘터리 '자본주의'를 중심으로)
여덟 번째 ─ 05.05 why가 있는 브랜드 (내가 생각하는 좋은 브랜드의 조건)
아홉 번째 ─ 05.19 why가 있는 브랜드 : 슬로우앤드 (은은하지만 내실 있는 전략의 여성의류 쇼핑몰)
열 번째 ─ 06.02 찾아라, 드래곤볼 (지극히 사적인 브랜드는 시작될 것인가)
열한 번째 ─ 06.16 아더에러를 통해 본 브랜드 콜라보레이션 (브랜드 콜라보에 대한 이런저런 감상들)
열두 번째 ─ 06.30 스스로 망하는 브랜드 (가치를 전할 건가요, 돈만 버실 건가요?)
매월 두 번씩 글을 써야 하는 프로젝트 규칙을 나름 성실히 따르다 보니 어느새 이렇게나 글이 모였다. 내가 쓴 내용을 돌아보면 부끄럽기도 하지만 무언가라도 산출을 해냈다는 것이 굉장히 신기하고 감격스럽다. 있어 보이는 글을 쓰거나, 좋아요나 댓글이나 공유 수가 많은 글을 쓰거나, 읽는 이로 하여금 실제로 무언가 느끼게 하는 글을 쓰겠다는 욕심은 애초에 없었다. 일단 완결되지 않은 내용이라도, 조금 어색한 글일지라도, 일상의 무엇이라도 '브랜드'와 관련지어 내 생각을 담는 글을 부지런히 만 쓰자는 마음으로 시작했기 때문에 스스로가 대견한 마음이 가장 크기는 하다. 하지만 스스로에 대한 칭찬은 여기까지. 오늘은 주제 선정 방식, 핵심 키워드, 개선해야 할 포인트를 기반으로 내가 썼던 글들을 냉정하게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며 상반기 결산(?)을 진행하고자 한다.
한 문장 한 문장을 더해 글을 완성해가는 것보다 더 어려웠던 것은 '무엇에 대한 글을 쓸지'를 고민하며 글감을 찾고 주제를 선정하는 것이었다. 열두 개의 글을 돌아보니 철저히 내 속에서 끄집어낸 것을 이야기하는 '내면글', 외부 서적이나 활동을 통해 느낀 점을 이야기하는 '외부글', 나의 관심사를 기반으로 브랜드를 바라보는 '관심글'로 나눠볼 수 있었다. 1, 6, 8, 10, 12번째 이렇게 다섯 개의 글로 제일 많은 지분을 차지했던 것이 '내면글'이었고 역시나 2, 3, 4, 5, 7번째의 다섯 개의 글로 동률을 차지한 것이 '외부글' 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9, 11번 두 개의 글이 '관심글'이었다.
내면글이 가장 많았던 이유는 나의 조심스러운 성향이 한몫했던 것 같다. 평소에도 잘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는 아는 척하지 못하고 뭔가 자신감이 부족해지는 경향이 강해, 내가 쓰는 글 역시도 나와 거리가 있거나 잘 알지 못하는 것을 소재로 하는 것에 많은 부담을 느꼈다. 그래서 내가 그나마 잘 표현하고 기술할 수 있는 '나로부터 이끌어낸 주제들'이 훨씬 부담 없이 글을 쓰기 좋았다.
내면글과 동률을 차지할 만큼 높은 비중을 차지한 '외부글'은 프로젝트 초반에 집중되어 있다는 사실이 새롭게 다가왔다. 완결된 글을 쓰는 것이 익숙하지 않았던 글 쓰기 초반에 가장 손쉽게 글을 써 내려갈 수 있었던 장치는 서적과 외부 활동, 방송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접한 감상들이었다. 평소에도 책이나 강연 등을 즐기는 편이고 다양한 관심사를 기반으로 한 정보 획득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주제 선정 유형이었고, 때때로 글을 써야 하는 타이밍과 이런 활동을 했던 타이밍이 잘 맞아떨어질 때는 기분이 참 좋았다.
'관심글'은 글쓰기 초반에는 많이 망설였던 주제 선정 방식이었던 것 같다. 특정 브랜드를 대놓고 드러내야 하는 글이었기 때문에 내가 잘 알지 못하는 브랜드들에 대해 함부로 이야기할 수 없었고, 굳이 지금 시점에서 글로서 이야기하고 싶지 않은 브랜드들도 있었다. (브랜드에 대한 애정이 과해, 지금의 부족한 내 필력으로 표현하기 미안했던 케이스) 아더에러를 소개한 열한 번째 글은 아직도 많이 아쉬운 글 중 하나다. 필력도 필력이지만 오랜 시간을 옆에서 더 면밀히 지켜보고 분석해서 나중에 다시 한번 멋지게 소개하고 싶은 브랜드이다.
무엇이라도 쓰기 위해 하이에나처럼 소재를 갈구했던 내 일상 속 모습은 열정이 넘치다 못해 안쓰럽기까지 하다. 매권의 글을 쓰는 작가, 매회의 웹툰을 그리는 웹툰 작가들이 소재를 위해서라면 기꺼이 자신을 희생하거나 새로운 경험을 꾸준히 체득해 가는 모습들에 고개가 끄덕여지는 순간이었다.
브런치에는 글을 발행하는 시점에 태그를 붙여 글을 특징짓는 키워드 서비스가 있다. 하지만 시스템의 제약으로 내가 정확하게 의도한 키워드들을 모두 붙일 수 있는 것은 아니어서, 오늘 이 글을 통해 내 글들을 각각 표현하는 해시태그를 새로 정리해 보았다.
첫 번째 ─ #나 #내브랜드
두 번째 ─ #무인양품 #카페 #본질
세 번째 ─ #소비 #전략 #마음가짐
네 번째 ─ #샤넬 #태도 #마음가짐 #클래식 #전략 #사람
다섯 번째 ─ #통찰 #관점 #글쓰기
여섯 번째 ─ #사람 #인플루언서 #영향력
일곱 번째 ─ #소비 #EBS #다큐멘터리 #브랜드인지 #편도 #심리
여덟 번째 ─ #창업 #마음가짐 #내브랜드 #자아성찰
아홉 번째 ─ #슬로우앤드 #패션 #쇼핑몰 #전략 #창업 #마음가짐
열 번째 ─ #가죽공예 #내브랜드 #행복 #마음가짐
열한 번째 ─ #아더에러 #메종키츠네 #콜라보레이션 #퓨마 #패션 #전략 #크리에이티브크루
열두 번째 ─ #세포마켓 #인플루언서 #사람 #태도 #열정 #공감 #디테일
해시태그별 총횟수를 따져봤을 때 가장 많이 등장한 키워드는 5번 등장한 '마음가짐'이었다. 그 뒤를 이어 4번이나 반복된 키워드는 '전략', 3번 등장한 키워드는 '내브랜드'와 '사람'이다. 2번 이상 반복된 키워드는 많았다. '창업', '패션', '인플루언서', '태도', '소비'. 내 글과 연관된 키워드들이지만 평소 내가 좋아하거나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는 단어들이기도 하다. 적어도 3번 이상 등장한 키워드들은 짚고 넘어갈 의미가 있어 보인다.
최다 키워드인 '마음가짐'. 성공한 판매자들의 마음가짐을 보고 많은 울림을 받는 편이기에 단골 소재로 등장했다. 샤넬에 대한 글, 슬로우앤드에 대한 글들이 그렇다. 그리고 '마음가짐'이라는 키워드는 나의 내면으로부터도 많이 등장했다. 창업을 위한 마음가짐에 대해 반성하며 썼던 글, 가죽공예를 소재로 썼던 글 등. 주로 자아성찰형의 글을 쓰면서도 나는 마음가짐에 대한 생각을 계속했던 것이다. 이러한 사고는 '내브랜드'라는 키워드와도 맥락을 같이 하고 있다. '나도 브랜드를 가질 수 있을까', '내 브랜드는 어떤 모습이면 좋을까', '내 브랜드의 주력 아이템은 어떤 카테고리일까'를 생각했던 글들은 쓰면서도 나를 더 돌아볼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전략'이라는 단어는 네 번이나 반복해서 등장했는데, 이것은 성공한 브랜드나 창업자는 어떤 전략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한 궁금증에서 시작된 듯하다. 샤넬, 슬로우앤드, 아더에러 등 내 기준에서 성공한 브랜드에 대한 글을 쓸 때 어김없이 등장했다. 그리고 아마 그 글들에서 소개된 전략이라는 것의 내용도 모두 비슷비슷한 성격을 가지고 있었을 것이다. 내가 생각하고 있는 성공의 법칙들이 다 비슷하기 때문이겠다. 주관적인 해석이나 추측에 의한 것이 아닌, 언젠가는 제대로 각 잡고 분석해 선보이는 전략에 대한 글들도 늘어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오늘의 글도 참 길어지는 것 같지만 이제부터 하는 이야기가 오늘 글의 핵심이다. 12개의 글을 다시 한번 읽어보는 시간을 가진 후 지금 기준에서 부족하게 여겨지는 부분을 짚어보겠다.
- 두루뭉술한 마무리는 좋은 게 아닌 것 같아
쓰고 싶은 주제가 명확할수록 글의 마무리도 분명해야 할 텐데 나는 글쓰기의 마무리가 항상 어려웠었다. 본문에서 하고 싶은 이야기를 주루룩 써 내려가지만 그에 비해 빈약하고 힘없는 마무리. 특정 내용이 전개되다가도 마무리에서는 갑자기 일기가 되어버리는 듯한 느낌을 지우지 못해 뒤로 갈수록 짜임새가 떨어지는 기분이 든다. 그러다 보니 마지막 문단의 제목은 늘 '마무리하며' 식이고 말이다. 글을 시작할 때도 사례를 소개하거나 관련된 경험을 소개하듯이, 글을 끝낼 때도 명확한 주제의식이나 메시지를 가지고 끝내는 연습을 해야겠다.
- 쉼표는 조금 넣어두겠니?
평소 회사에서 업무용 글쓰기를 하면서도 느껴지는 나의 글쓰기 습관 중 하나는 잦은 쉼표 사용이다. 무엇을, 그렇게도, 쉬어, 가려고 쉼표를 써대는 것인지! 지난 글에서도 한 문장이나 단락 안에서 많은 쉼표들을 마주쳤더랬다. 이쯤 되면 쉼표를 언제 사용하는 것이 적절한 지 교정 책을 읽어봐야겠다. 불필요하게 사용된 쉼표는 내용에 대한 몰입을 방해할뿐더러 미관상에도 썩 좋지 않기 때문이다. 마치 내가 쓴 글을 내가 읽으면서도 호흡이 가빠지는 느낌이 든달까? 최근 글에서는 의식적으로 쉼표를 꼭 필요한 곳에만 사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 내가 썼던 지난 글을 다시 보면서
'이건 아닌데' 싶은 표현이나 '이 단어가 더 좋을 것 같은데' 하는 부분들은 계속 수정하며 읽었다. 지난 글이라고 해서 흘려보내지 않고 잊을만할 때 한 번씩 다시 본다면 아주 조금씩이라도 더 나은 글이 될 거라는 작은 희망이 생겼다. 글쓰기에 공통 관심사가 있는 회사 동료가 책에서 읽었다며 내게 해줬던 말이 기억난다. '이 세상에 완벽하게 써진 글은 없다. 반복하여 수정되는 글만 있을 뿐이다'는 식의 문장. 눈에 거슬리는 쉼표도 좀 빼고 마무리 부분도 다듬어가면서 더 좋은 글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아직도 브런치에 글을 쓰는 것은 나에게 매우 어려운 일이다.
내가 지금까지 쌓아온 글들이 누군가에게는 '고작 12개의 글'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12개의 글을 쓰는데 1년의 반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이 흘렀고 내 일상도 많이 달라졌다. 첫째, 사두고 2년째 제 역할을 하지 못했던 맥북이 드디어 제 몫을 찾게 되었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도 항상 본인의 최애 카페에서 맥북으로 작업을 한다는 말을 듣고 '나도 언젠가는...' 생각을 하곤 했었는데 이제는 나도 2주마다 맥북을 또닥거리는 사람이 되었다. 둘째, 생활 리듬이 글쓰기에 맞춰 변해버렸다. 마감이 없는 일주일은 행복한 나의 일상, 마감이 있는 일주일은 소재를 찾아 어슬렁 거리는 하이에나가 되었다. 내가 겪는 모든 경험을 '브랜드'라는 눈으로 바라보며 소재거리를 찾게 되었으니, 이제 나도 조금은 '브랜드'라는 콘택트렌즈를 끼고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사람이 된 것 같다. 마지막 셋째, 자부심이 늘었다. 사실 이것이 가장 중요하다. 몇 년째 말로만 결심했던 것을 이루고 있는 지금의 시간들은 나에게 있어 매우 짜릿한 순간들이다. 누군가에게 떳떳하게 자랑할 수 있는 산출물은 아니지만 앞으로도 계속 쌓아갈 것이고 다듬어 갈 것이다. 글을 쓰는 것은 가끔 정신적인 고통을 수반할 때도 있지만 딱 그만큼의 성취감을 내게 가져다주는 일이다. 이 매력적인 시간을 1년이고 2년이고 계속해 보자고 오늘도 다시 한번 굳게 마음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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