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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소한 Feb 26. 2019

소비, 곧 나라는 인간을 설명한다

내 멋대로 밑줄 큐레이션  ! 서적 <맥락을 팔아라>

맥락있는 소비가 나를 설명하는 시대


올 초 내 마음에 쏙 드는 예쁜 디자인의 USB를 발견했다. 인터넷으로 최저가를 검색해보면 5천원 이하대로 구입할 수 있는 용량대지만 나는 평균을 훨씬 웃도는 가격에 덜컥 그 아이를 구입했다. 친한 동료들에게 이 얘기를 했더니 물건을 팔려면 나 같은 사람에게 팔아야한다며 농담처럼 이야기했다. 나는 왜 이런 비합리적인 소비를 했을까? 바로 '가심비'가 발동했기 때문이다. '가격대비성능'이 아닌 '가격대비(사고싶은)심리'. 최근에 읽은 <맥락을 팔아라>라는 도서는 이와 같이 '소비의 새로운 맥락'을 발견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시작한다.


어머 이건 사야 해
상품이 과잉인 시대에 상품의 본래 기능을 강조하는 것, 즉 필요를 소구하는 것은 효과가 없다. (중략)
지금 우리가 발견하거나 발명해야 할 것은 소비의 새로운 맥락이다.
소비는 상징적 행위다. 물건을 사면서 자신의 가치관을 깨닫거나 완성해나가기 때문에 그간 해온 소비의 총합은 내가 어떤 사람인가를 단적으로 말해주기도 한다.




브랜드여, 친근함을 갖춰라


책의 중간에서는 친근함을 무기로 소비자와 거리낌없이 소통하는 브랜드 사례도 언급되는데, 이 대목을 읽으면서는 최근에 자주 방문하는 여성의류 쇼핑몰 '슬로우앤드'가 생각나더라. 관련해 책에서 소개한 2가지 브랜드 전략과 연결지어보면 아래와 같다.


낮 두꺼운 자랑꾼이 되라는 것은 아니다. 외부와 내부의 경계에 서서 객관적인 관점을 유지하되 충분한 이해와 정보를 갖춘 상태에서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 하라는 것이다.


내용 출처 : 슬로우앤드


쇼핑몰이 자체제작한 스트라이프 티셔츠의 상세설명을 가져와 보았다. 이미 스트라이프 티셔츠 브랜드로 정평이 나있는 유명 브랜드에 대한 판매자의 관점을 소개하며 자신의 제품도 퀄리티에 자신있다는 느낌을 은근슬쩍 심어주고 있고, 소비자들이 놓칠법한 세탁과 관련된 꿀팁도 추가적으로 제공하며 정보의 가치를 높이고 있다. 나만의 주관적 감상일지는 몰라도, 온라인에서 스트라이프 티셔츠를 구매해야한다면 이 쪽에서 구매하고 싶은 감정이 조금은 생기지 않을까?


오늘날 젊은 고객은 우러러볼 수 있는 영웅 같은 브랜드가 아니라 친구 같은 브랜드, 그래서 자신과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브랜드를 원하는 게 아닐까?


매번의 인스타그램 피드에 엄청난 실시간 문의 댓글이 달린다...


두번째 전략. 나와 함께 성장하는 브랜드. 이 쇼핑몰 역시 SNS를 통해 고객과 소통하는데 굉장히 심혈을 기울이는 것 같다. 사실 이렇게까지 문의에 1:1로 댓글을 달아주며 고객의 옷을 함께 골라주고, 피드백하고, 그것을 다시 적극적으로 상품에 반영하는 쇼핑몰 브랜드는 처음 만나보는 것 같다. 앞으로 제작할 의류의 핏과 색상을 고객과 함께 선정하기도 하니, 의견이 수렴된 고객들은 이 쇼핑몰의 충성고객이 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고객의 피드백을 받아 탄생한 이 셔츠의 컬러명은 '포테이토'다.




브랜드 매거진 모임으로 시작된 콘텐츠


끝으로 이 책에서 가장 와 닿았던 부분을 소개하며 마무리할까 한다. 브랜드와 콘텐츠의 연계성을 이야기하며 언급됐던 부분인데, 나의 주관적인 경험과 매우 일치했기 때문에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완벽하게 개인적인 취미활동도 이제는 타인과의 강력한 연결고리가 된다. 대표적인 것이 독서다. 사실 독서는 책이라는 물리적 형태만 두고 볼 때 가장 개인적인 행위이다. 하지만 그 향유의 과정에서는 타인과의 교류를 더욱 원활하게 만들어주는 행위이기도 하다. 다양한 독서 모임이 이를 방증한다.
다양성의 시대, 개인의 취향과 의견이 그 자체로 미디어가 되는 시대, 모든 것이 콘텐츠로 존재하는 시대다. 소비자들이 온전히 즐길 수 있는 브랜드, 자발적으로 공유하는 콘텐츠만이 살아남는다.


나는 평소 의류나 패션아이템에 대한 취향이 확고한 편이라 좋아하는 브랜드가 많은 편인데, 우연히 시작하게 된 브랜드 매거진 독서 모임을 통해 브랜드라는 개념에 더 적극적으로 다가갈 수 있었다. 서로 다른 직업을 가진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한 가지 브랜드에 대한 감상을 나누고, 관련되어 경험했던 것들을 하나씩 풀어놓는 시간을 작년 말부터 한 달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가지고 있다.


책에서 소개된 것처럼, 매거진을 읽는 것은 지극히 개인적인 행위이지만 그것을 매개로 사람들과 연결되는 경험은 상당히 신선하고 즐거운 것이라는 것을 알게되었다. 그리고 이 모임과 글쓰기를 통해 내가 실현하고자 하는 것도 결국 나만의 콘텐츠를 만들어 브랜드화 시키는 것이기 때문에, 부지런히 나만의 색깔을 찾고 유지하는 노력도 계속해 올해에는 작은 산출물이라도 반드시 남기고 싶다. 내 취향과 의견도 언젠가는 누군가에게 좋은 콘텐츠가 될 것이라고 믿으며!


회사에서 우연히 발견해 퇴근 길에 조금씩 읽던 책이 상당한 감흥으로 남아, 이번 글을 쓸 수 있는 좋은 재료이자 동력이 되었다. 역시 부지런한 독서만이 답이라고 생각하고 앞으로도 종종 '내 멋대로 밑줄 쫙 큐레이션' 시리즈를 이어가고자 한다.

이 책을 쓰기 시작할 무렵 우리는 완결된 모습을 알지 못했다. 사실 우리가 왜 맥락에 집착하는지 명확한 언어로 설명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막연히 다가오는 직관으로 고민을 시작했고, 글을 써 가며 확신을 가지는 작은 순간들을 반복했다.




글을 쓰고, 생각을 담는 글쓰기 모임

'쓰담'과 함께하는 포스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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