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B <CHANEL>편을 읽고
많은 사람들이 좋다고 여기는 것이 나에게는 보통 그렇지 않은 적이 많아서, 그 위대하다는 샤넬도 당연히 그렇지 않을까 생각했었다. 하지만 의외로 샤넬은 아무것도 모르고 선입견을 가졌던 게 미안할 만큼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깊고, 멋지고, 제대로인 브랜드였다. 어떤 점이 그렇게 와 닿았는지 고르고 또 골라 Pick한 인상깊은 구절들과 함께 샤넬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을 기록할까 한다.
“마드모아젤 샤넬은 여성의 아름다움이 '영혼'에서 시작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샤넬이 편안한 저지 소재의 의상을 제작함으로써 당시 불편했던 여성들의 의상에 자유를 불어넣은 부분은 조금만 검색해 보아도 바로 알 수 있는 부분이라 자세히 언급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내가 샤넬을 매거진B로 접하면서 가장 포커싱한 부분은, 이러한 브랜드 창시자의 자유롭고 도전적인 마인드였다.
“고급 패션을 지향함에도 엘리티즘 특유의 냉소보다 낙관적 에너지를 느낄 수 있는 것 역시 삶에 대한 주체적 태도를 패션으로 완성했던 가브리엘 샤넬의 정신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화려한 겉모습이 돋보이고 늘 주목받기 쉬운 상류층 고급 패션 브랜드라 창시자의 마인드가 이렇게 바람직할 것이라는 생각을 크게 못했었는데, 내가 가진 샤넬에 대한 편견이 생각보다 꽤 컸던 것 같아 반성했다. 오히려 이런 근본적인 마인드에서 시작한 브랜드이기 때문에 시대를 초월해 아직까지도 이렇게나 사랑받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면서, 샤넬의 행보를 더욱 지켜봐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다.
“전 언제나 제 스스로를 위한 의상을 처음으로 만듭니다”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크게 성장한 브랜드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부분이 아닐지? 처음에는 본인 혹은 주변을 위해 사소하게 시작되는 것 같지만, 그것이 진정으로 건강한 방향이고 그 필요성에 동조하는 여러 사람들을 통해 자연스럽게 세상에 알려질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나의 경우에도,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의 귀결은 항상 ‘그래서 나는 무얼 하고 무얼 만들고 싶은가?’인 것 처럼. 역시나, 제품 자체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그것을 만드는 사람의 마인드가 아닐지!
“아카이브에서 어떤 요소를 꺼낸다고 해도 그것을 전 세계에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새로운 이슈로 만들죠. 수십 년 전에 디자인한 2.55 백을 지금 들고 다녀도 여전히 트렌디해 보이는 것은 샤넬이어서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클래식을 다시 유행시키는 기이한 브랜드가 바로 샤넬이에요.”
보세 브랜드 매장만 둘러봐도 종종 볼 수 있는 앞코만 색상이 다른 구두들. 결혼식에 신고 가기 단정할 것 같아 내 눈에 참 예쁘게 보였었는데, 이게 샤넬에서 시작된 투톤슈즈라는 것을 매거진을 읽으며 처음 알 수 있었다. 쇼핑몰에 찜해놨던 비슷한 스타일의 구두도 이 사실을 알고 다시 들어가보니 ‘coco’라는 키워드가 상품명에 붙어있더라. (코코는 샤넬의 애칭)
이렇게 수십년이라는 세월이 지나도 꾸준히 사랑받는 아이템들의 궁극적인 롱런 비결은 무엇일까? 단순히 높은 퀄리티라고 말하기에는 무리가 있을 것 같다. 일단은 어느 시대에 누구라도 고민할 만한 스타일적인 니즈를 캐치해 갈증을 해소한 부분이 있을 것이고. 그것을 늘상 데일리로, 혹은 특별한 날에는 반드시 꺼내입고 싶게끔 디자인과 퀄리티와 가심비와 같은 측면의 만족감으로 잘 풀어낸 것이 아닐까? 시간이 지나도 그 필요가 소모되지 않는 제품들은 정말 매력적인 것 같다. 여담이지만, 평생 내가 절대로 사 입을 것 같지 않던 트위드 원단의 자켓이 올 봄에 참 유행이다. 이 또한 샤넬의 아이코닉한 스타일이라는 걸 알게되었으니 무난한 걸로 하나 장만해볼까 싶은 뽐뿌가 생긴다 ㅎㅎ (물론 샤넬 제품은 아닐것..)
“프랑스 여자들은 정신과 육체가 항상 함께한다. 지적 능력, 위트, 아이러니를 즐길 줄 아는 감각과 오만함, 언쟁을 벌이고 자기만의 의견을 기를 수 있는 능력(프랑스에서는 자기주장이 강하다는 소리가 칭찬이다). 이런 것들이 전형적인 교태를 이긴다.”
“개인의 스타일링에서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그 날 아침의 기분입니다. 어떤 날은 기분이 들떠 지나치게 치장하기도 하고, 어떤 날은 반대로 무척 차분하기도 해요. 사람들이 제 룩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크게 구애받지 않는 편인데, 가브리엘 샤넬이 그랬듯 '대체할 수 없는 존재가 되려면 항상 달라야 하니'까요. 어떤 식으로든 지적하는 사람은 있게 마련이니, 자신감을 가지고 스스로의 표현을 즐기는 것이 낫다고 생각합니다.”
일반적으로 프랑스 여성이 가지고 있는 이미지와 프랑스 여성이 직접 언급한 이 부분들도 인상깊었다. 샤넬 또한 프랑스 여성이었기에, 특유의 자유로움과 당당함을 갖추고 이 위대한 브랜드를 시작할 수 있었던 걸까? 아니면 샤넬이 프랑스 여성 중에서도 특별히 더 도드라지는 이런 성향을 지니고 있었던 걸까? 상관관계를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어쨌든 프랑스 여성의 이미지로 대변되는 저 키워드들이 내가 많이 닮고 싶은 부분들이라 더욱 관심을 가지게 된다.
언제부터인가 서점을 가보면 프랑스 여성의 태도에 대해 이야기하는 서적들이 많아졌다. 사랑도 인생도 주체적으로 당당한 프랑스 여성들, 뛰어난 스타일링과 자기관리의 대명사로 대변되는 프랑스 여성들의 이야기. 무문별한 태도로 그것을 무조건 수용하자는 입장은 아니지만, 조금 더 적극성을 띄고 인생의 주인으로서 살고싶은 여성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반증으로 보여 바람직한 듯 하다.
“스스로가 속한 생태계를 가꾸는 일이 곧 브랜드의 번영으로 이어짐을 누구보다 그들이 가장 잘 알고 있는 것이겠죠.”
샤넬은 브랜드의 아이코닉한 요소가 되는 향수 원료, 단추, 깃털장식, 주름원단 등의 원부자재들을 공방 단위의 업체들과 지속적으로 코워킹하며 퀄리티를 유지해 나간다. 그 부분에서 언급되었던 위 구절. 값싼 원부자재를 일괄적으로 들여와 제조하는 공정법에 비해 시간과 노력과 비용이 전부 많이 소요됨은 당연하겠지만, 동종업계와의 상생과 브랜드의 퀄리티를 유지하는 부분에 있어서 사소한 부분까지 신경쓴다는 느낌을 받아 세계적인 브랜드는 이래서 다르구나를 느낄 수 있었던 대목이었다.
문장 그대로 브랜드와 관련된 업체들의 상생구조에서 해석할 수도 있겠지만 조금 더 넓게 생각해보자면, 어떤 사람이 속한 지역이나 국가 구조에서도 통할 수 있는 개념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면서, 나도 나 한 사람부터 시작할 수 있는 무언가를 행동으로 옮겨야겠다는 생각도 많이 들었고 말이다. 내가 세상을 살아가며 할 수 있는 나만의 의미있는 액션은 무엇이 있을까? 여러가지를 고민하며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하지만 아직은 용기를 더 내야하는 시점인 것 같다.
사소하지만 작게라도 꾸준히 실천해 의미있는 결과를 만들기 위해,
오늘도 이렇게 시간을 쪼개어 글을 씁니다!
글을 쓰고, 생각을 담는 글쓰기 모임
'쓰담'과 함께하는 포스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