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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소한 Mar 23. 2019

통찰, 어렵기만 한 단어 같나요?

서적 <말의 내공>을 중심으로

내가 현자라니!

나의 소소한 취미중 하나는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심심풀이 성격검사를 하는 것이다. 언제인지 기억나지 않지만, 어떤 날도 어느 정도 뻔한 결과를 기대하고 질문에 성실히 답변을 했는데, <현자> 유형이 나와버렸다.ㅎㅎ

타고난 것: 똑똑한 두뇌, 호기심. 이 유형의 사람들은 아이디어와 관점에 가장 관심이 많지만, 세상의 모든 것을 알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때 깊은 우울함에 빠지기도 합니다. 보통 다른 사람들의 말에 귀 기울일 줄 아는 사람입니다.

'똑똑한 두뇌', '깊은 우울함' 정도의 키워드 빼고는 꽤 나를 잘 표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두려워하는 것: 무지해지거나 남들에게 바보취급 당하는 일. 다른 사람들의 단편적이고 복잡한 생각을 간단하고 단순한 이론으로 정리할 수 있으며, 때때로 주위 사람들에게 설교를 늘어놓기도 합니다.

마지막 문장에 조금 읭?하긴 했지만 그래도 완전히 부인할 수는 없는 것 같다.ㅎㅎ 하지만 내 시선을 가장 사로잡았던 내용은 아래와 같았으니 -

일생 추구하는 것: 모든 것을 통찰하며 모두를 돕기

'모두를 돕기'야 적당히 그렇다 쳐도, '통찰'이라는 단어가 나에게 또 새롭게 다가왔다. 현자 유형답게 다소 고지식한 편인 나는, 통찰이라는 단어의 의미부터 다시 검색해 보았다.


통찰, 너는 무엇이더냐

네이버에서 검색한 '통찰'의 사전적 의미는 아래와 같다.

1. 예리한 관찰력으로 사물을 꿰뚫어 봄.
2. [심리] 새로운 사태에 직면하여 장면의 의미를 재조직화함으로써 갑작스럽게 문제를 해결함. 또는 그런 과정.
3. [심리] 심리 치료에서, 환자가 이전에는 인식하지 못하였던 자신의 심적 상태를 알게 되는 일.

1번부터 3번까지 모두 흥미로운 뜻의 단어다. 밝을 <통>에 살필 <찰>, '밝게 살피다'. 한자의 뜻풀이 또한 꽤나 마음에 드는 문장이다. 한 번 꽂히면 다소 집요한 편이므로 조금 더 들어가 보겠다.

생활체가 자기를 둘러싼 내적·외적 전체 구조를 새로운 시점에서 파악하는 일. 통찰이 가능하려면 주위의 상황을 새로운 관점에서 종합적으로 고쳐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한다. 임상심리학에서는 심리요법을 하는 동안에 환자가 지금까지 억압된 움직임에 의하여 의식할 수 없었던 갈등을 알게 되는 것을 통찰이라고 한다. 지적으로만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자아가 강화되지 않으면 안 된다.

여기서 또 마음에 들어오는 단어들은 '새로운 관점에서', '자아의 강화'였다. 안 그래도 올해부터 나의 키워드라고 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바로 '관점'이었다. 브런치에 글을 쓰고, 함께 글을 쓰는 분들과 만나 매거진에 대한 아이디어를 모으면서도 서로 가장 많이 언급했던 단어가 바로 이 '관점'이었다.


기존의 관점을 바꾸고자 한다면

최근 재미있게 읽었던 <말의 내공>이라는 책에 아래와 같은 내용이 소개된다.

기존의 관점을 바꾸고자 한다면 나의 위치를 전환해야 한다. 관점을 영어로 번역하면 'standpoint'와 'viewpoint'다. 말 그대로 서 있는(stand) 지점(point)이 곧 보는(view) 지점(point)이다. (중략) 이처럼 관점이란 필연적으로 위치의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지만, 앞자리에서 뒷모습을 상상하는 일도 가능하다.

회사에서 직무를 변경하게 되면서 이전에는 보이지 않던 것, 느껴지지 않던 것이 자연스럽게 보였던 경험이 있어 금방 와 닿았던 부분이다. 확실하게 관점을 바꿀 수 있는 방법이 내가 놓인 standpoint를 변경하는 것이라는 것에는 이견이 없지만, 그것이 마냥 쉽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고있다. 그렇기에 조금 더 구체적이고 실천 가능한 액션을 찾아보았다. 마찬가지로 <말의 내공> 서적에서 소개한 '새로운 관점을 찾는 법'에 관한 내용이다.

1. 널리 배움 : 기존 지식 체계를 확장하는 것이다. 인문학을 공부해야 하는 이유다. 인문학은 실생활에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는 데 목적을 두지는 않지만, 관점의 근본을 건드린다. 그동안 인문학이 쌓아 온 풍부한 관점을 배우는 과정에서 자연히 나의 관점도 터득할 수 있다.

이 부분은 어느 정도 성실하게 실천하고 있는 부분인 것 같다. 넘쳐나는 호기심을 좋은 쪽으로 활용하고 싶어서, 회사 업무를 한다거나 독서를 한다거나 친구와 수다를 떨면서도 시시각각 새로운 인풋을 놓치지 않는다. 그리고 그것이 나에게 꽤 의미있는 것이라 판단된다면 그 분야에 대해서 조금 더 공부를 해 보는 편이다. 그 공부가 설령 관련 서적 한 권 정도를 읽고 그치는 수준이라 해도! 다만 이 책에서 소개한 대로 인문학 서적은 지속적으로 꾸준히 읽을 필요가 있을 것 같다.

2. 뜻을 깊이 새김 : 외압에 휘둘리지 않게 꾸준히 용기를 기르는 것이다. 새로운 관점을 꿈꾸고 사유할 때 우리는 유무형의 외적 압박을 겪는다. (중략) 불편한 만큼 나는 괴롭지만, 그럼에도 새 관점을 구축하려면 견뎌 내야 한다.

두 번째 이 말은 나에게 확고한 가치관이 있냐는 물음으로 다가왔다. 작년 말부터 고민했던 부분이기도 한데, 다른 사람들의 말에 잘 귀 기울이는 편이라 그런지 다른 사람들과 함께 대화를 할 때 오히려 내 주장과 의견이 없다고 생각될 때가 많았다. 내 말도 맞고 네 말도 맞고 그 고민을 시작한 시점부터, 어떤 누구와 대화를 한 내용을 '옳다/그르다'의 잣대로 받아들이기 보다 그 사람의 확고한 관점/가치관이 '있느냐/없느냐'의 잣대로 대화에 임했던 것 같다. 요즘 이 부분에서 나에게 가장 많은 영향을 주고 있는 사람은 <독전>에 출연한 배우 진서연이다. 나중에 자세하게 소개하고 싶은 사람이라 이 글에서는 운만 띄워놓고 넘어가 볼까 한다.

3. 간절히 물음 : 문제의식을 갖는다는 뜻이다. 물이 가득 찬 그릇에 물을 더 붓기는 어렵다. 더 부으려면 물을 덜어 내야 한다. 문제의식이란 이미 차 있는 물을 의심하는 것이다. 모두 당연시하는 것에 질문을 던지는 것, 마침표를 지우고 그 자리에 물음표를 새기는 작업이다.

이 3번을 실천하려면 방금 이야기 한 2번을 매우 필요로 한다. 실제로 작년 정도부터 당연하게 흘러가는 상황을 당연하게 흘려보내고 싶지 않아서, 회사에서 들어가는 회의에 질문 1개씩은 꼭 던지고 나오기를 실천해 보고 있다. (물론 질문할 만한 상황이 있을 때에 한정된 것이고, 질문거리가 없는데 일부러 만들어 질문하지는 않는다) 대범한 성향이 아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모인 회의 자리에서 질문을 던진다는 것 그리고 그게 나 뿐이라는 것 은 나에게는 매우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문제의식을 놓치지 않기 위한 나의 노력이자, 용기를 키우는 나의 행동이지만 꽤 쉽지 않은 도전이다. 하지만 앞으로도 계속 해 나갈 것이다.


질문을 하면 답이 나온다.
질문은 생각을 자극한다.
질문을 하면 정보를 얻는다.
질문을 하면 통제가 된다.
질문은 마음을 열게 한다.
질문은 귀를 기울이게 한다.
질문에 답하면 스스로 설득이 된다.


4. 곁에서부터 생각함 : 세상을 고민하기 전에 먼저 나와 내 주변부터 찬찬히 살피는 것을 일컫는다. 일상을 먼저 새롭게 바라보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나'가 바뀌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변화의 시작이기 때문이다.

마지막 내용은 가장 중요한 내용이다. '내가 바뀐다'라는 내용이 포인트인데, 사실 이 부분은 섣불리 이야기하기에는 아직 배워야 할 점이 더 많고, 자료 조사도 더 필요한 부분 같아 이번 글에서는 말을 아껴두기로 하겠다 :)


마무리하며

글 제목대로 통찰을 고찰한 것인지 신나게 횡설수설한 것인지 잘 모르겠지만... 지금까지의 내용을 요약하며 스스로를 리마인드하자면 아래와 같다.

'통찰'이란 '새로운 시각'에서 나오는 '새로운 관점'으로 사물과 일상을 종합적으로 파악하는 것을 말한다. 그렇기에 제대로 된 통찰을 위해서는 끊임없는 배움, 나만의 것을 관철하는 용기, 문제의식 등을 필요로 한다.

추가로 <말의 내공>에 나온 아래의 글을 덧붙인다.

일단 자기 생각을 글로 써야 한다. 말할 때는 녹음하지 않는 이상 내가 무슨 말을 했는지 돌아보기 어렵다. 하지만 글로 생각을 정리하면 그걸 보고 반성하고 고민할 수 있다. 그리고 나의 생각과 표현 방식을 수정하면 그것 역시 하나의 창조적인 결과물이 된다. 글을 쓰면 쓰는 동안 절로 나의 생각이 정리된다. 어떤 사안에 대해 막연히 반대하는 입장이었는데 쓰다 보면 어느새 찬성으로 돌아서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기도 하는 게 글쓰기의 '묘미'다. 단순히 나의 생각을 글로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글이 다시 나의 생각이 되기도 한다. 더 나아가 그 글을 다른 이와 나눈다면 더 좋을 것이다. 타인의 비평을 통해 나의 생각과 표현 방식이 더 발전할 수 있어서다. 글을 쓰면서 나의 생각과 표현이 새로워지고, 그 글을 타인과 나누는 과정에서 다시 한번 나의 생각과 표현이 새로워진다.

이런 뜻에서 브런치를 시작해 글을 쓰는 것을 아주 잘 한 일이라고 스스로 칭찬하고 싶다. 아직 통찰력을 키우는 것에 대해 알아가기 시작한 걸음마 단계이니, 앞으로 좋은 서적과 좋은 내용을 쭉쭉 흡수해 회사 업무에서도, 내 일상을 살아가면서도 현명함을 발휘할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해 가고싶다는 생각을 해 본다. 



글을 쓰고, 생각을 담는 글쓰기 모임

'쓰담'과 함께하는 포스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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