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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파카 Mar 10. 2019

내가 맛있다고 하는 게, 모두에게 맛있을 수 있을까

현대카드 테라오 겐 북토크에 다녀와서

죽은 식빵 살려먹기


우리 집에는 죽은 빵을 살려내는 토스트기가 있다. 나는 그 기계로 멋들어진 요리는 못하지만, 다 먹지 못하고 냉동실로 들어간 죽은 식빵을 잘 살려낸다. 간단하게 쨈을 발라 먹기도 하고, 조카가 왔을 땐 "이게 피자야?"라는 혹평을 받았지만 맛은 있었던 피자빵도 만들어 낸다.


지난주 월요일 현대카드에서 진행하는 발뮤다CEO 테라오 겐 북 토크에 당첨되었다는 문자가 왔다. ‘혹시나 되겠어’했는데 아무래도 이번 달 운을 끌어다 쓴 것 같다. 미세먼지를 뚫고 다녀온 테라오 겐의 북 토크에는 10:1의 경쟁률을 뚫고 다양한 사람들이 모였다고 했다.


2년 전 매거진 B 발뮤다 편을 읽었을 때 기억에 남는 문장들을 기록해 두었었는데, 지난주 테라오 겐의 북 토크에 영감을 받았던 말들을 수집해서 모아보니 ‘일관성 있게 그리고 융통성 있게, 진짜로 해내는구나’를 느꼈다.



왼쪽부터 박지호 편집장, 남미혜, 테라오 겐




나에게 인상 깊었던 그의 말과 생각들 중 3가지만 꼽자면 이렇다.


1. 나는 하고 싶은 것을 한다.

하고 싶은 게 뭔지 모르겠다면, 하기 싫은 걸 하지 않으면 된다.


“좋아하는 것, 하고 싶은 것을 스스로 아는 건 당연히 쉽지 않다. 좋아하는 것보다 싫어하는 것을 말하는 게 더 쉽다. 그러니까 좋아하는 것을 찾는 것보다 싫어하는 것을 하지 않는 게 더 빠르다.”

- 2019, 현대카드 북 토크에서의 테라오 겐


“마케팅 조사를 한 후에 곡을 만드는 록밴드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하고 싶으니까 하는 것, 누구에게도 의뢰받은 적 없는 일, 모든 기업가는 자신이 지닌 아이디어를 세상에 제안하기 위해 사업을 시작합니다. 그 제안이 사람들에게 통한다면 사장이 바보여도, 혹은 자금이 부족하더라도 사업은 존속하고 성장해갑니다.”

- 2017, 매거진 B에서의 테라오 겐


특히 초등학생인 아들과 있었던 이야기를 하며 자신의 교육관을 이야기할 때는 조금 신선했다. 일에서 뿐 아니라 모든 일상 속에서 ‘하고 싶으니까 하는 것’을 실천하고 있었다. 아들에게 어떤 아빠로 보였으면 좋겠냐는 질문에 막무가내로 내 맘대로 하는 모습을 계속 보여주고 있다고 했다. 상식적인 것에 얽매이지 않고, 누가 시키지 않았는데 제품을 만들었고, 책을 쓰고 싶어서 책을 썼고, 한국어판을 발간하고 싶어서 직접 메일을 보내 연락했다. 너무나 뻔하고 당연한 이야기같지만 실제로 그렇게 행동하는 아빠는 많지 않다고.




2. 평화로운 시대에 필요한 건 매력


“무력보다 권력이 세고, 권력 앞에선 매력이 세다.”


정치인을 뽑을 때에도 그 사람의 매력이 충분히 따라줘야 하고, 제품도 매력이 떨어지면 가격을 내려야 한다. 웬만한 모든 것을 다 소유하고 있는 이 평화로운 시대에 우리는 소비할 때 어떤 선택을 할까를 생각해보면 결국 ‘매력’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어떤 특정 물건이 사고 싶다를 넘어서 그 물건이 주는 경험과 즐거움, 편리함, 느낌, 모든 것을 고려해보고 구매하기 때문이다.


그는 작년부터 록밴드 기타리스트 겸 보컬로 활동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발뮤다 CEO와 록밴드 뮤지션으로 활동하면서 느낀 건 두 분야가 모두 쇼비즈니스적 측면을 갖고 있다고 했는데, 모두 매력만 가지고 판매하고 구입한다는 것이 공통점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렇다면 그 매력은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매거진 B에서는 이렇게 말했다.


이상적이라 여기며 만든 제품과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이 결코 일치하지 않는다. 일반 장인이라면 세상을 미워했을지도 모른다. 시장을 미워하는 사람은 살아남지 못한다. 테라오 겐은 깔끔하게 본인의 방침을 바꿨다. 자신이 원하는 제품을 개발하는 데서 벗어나 많은 사람에게 필요한 제품을 개발하기로 한 것이다. "전에는 어떻게 하면 모던하게 만들 수 있을지 생각하고, 거기에만 매달린 것 같습니다. 지금은 그런 집착을 버리고 '적절'하면서도 '보편적'인 디자인을 중시합니다"


새로운 아이디어나 방법을 생각해내는 것보다 자기가 하던 생각을 버리는 게 훨씬 어려운 일이다. 그는 자기가 하던 생각과 디자인에 대한 집착을 버렸다. 디자인이 제품의 전체적인 본질이 아니라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좋은 디자인은 분명 중요한 요소지만 그것만 가지고는 매력을 만들 수 없다.



3. 내가 맛있다고 하는 게, 모두에게 맛있을 수 있을까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만든다는 것에는 신경 써야 할 조건이 따라다닌다. 바로 대중성 ‘Popularity’이다. 내가 맛있다고 하는 게, 모두에게 맛있을 수 없으니까 70% 이상의 사람들이 만족할 만한 맛이 필요하다. 그들이 좋아할 만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야 한다. 그가 찾은 요소는 ‘건강함’이라고 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죽음과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을 좋아하니까. 철학적이고 본질적인 답변이 참 마음에 들었다. 나 역시도 조금이라도 어려 보이고 싶은 마음을 담아 안티에이징 화장품을 사고, 좀 더 오래 건강하게 살고 싶어서 집 안에 공기청정기를 구매했으니까.



테라오 겐 북 토크를 다녀오고 나니, 책 제목의 의미를 조금 알 것 같다.


가자, 어디에도 없었던 방법으로


자유로움을 내 것처럼 갖고 노는 기술, 그냥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것, 누구에게도 의뢰받지 않은 일을 하며 사는 것이 몽상가처럼 들릴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그가 유명하고 대단해서 그렇게 사는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뭔가 대단한 사람이 되지 않더라도 누구나 시도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원래 자유를 얻는 것은 힘든 것이라고 했다. 사람은 힘들다는 이유로 자유를 포기한다. 누가 나에게 시키는 일을 하는 건 쉬운 일이다. 반대로, 시키지 않는 일을 한다는 것은, 사실 해보면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걸 알 수 있다. 이 책을 아직 다 읽지는 못했지만, 왠지 북 토크에서 만났던 솔직한 테라오 겐의 생각들이 담겨 있을 것 같아 기대가 된다. 나는 이러 이렇게 해서 성공했다!라는 뻔한 성공스토리가 아니라, 읽고 나서 뻔뻔하고 대담하게 나아갈 용기를 얻을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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