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초반 시절, 간단한 홈페이지를 만들어 나만의 즐거움을 기록했던 시절이 있었다. 타블렛도 없이 마우스를 미련하게 비벼가며(?) 그렸던 손그림, 포토샵 연필툴 1px로 하나 하나 점을 찍어 만들던 아주 작은 크기의 도트(Dot) 아이콘, 그 당시 즐겨보던 드라마의 아무말 대잔치 감상평 등을 자유롭게 업데이트해 그 공간을 채워나갔던 것 같다. 각자의 색을 담은 개인 홈페이지가 유행하던 시절이라 운영자들끼리 정보를 공유하며 왕래하는 재미도 있어 새벽까지도 멈추지 못했던 아주 즐거웠던 취미. 다른 친구들과는 다르게 나를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이었고 아무나 할 수 없는 유니크한 활동이라는 생각에 어린 나이였지만 꽤 자부심이 컸었던 것 같다.
그 시절, 참 좋아했던 사이트 온순넷. 아날로그미 뿜뿜!
'나만의' 어떤 것, 다시 찾고싶지만 쉽지 않더라
고등학교 진학 후 시간을 많이 들일 수 없어 자연스럽게 소홀해졌던 그 취미. 대학생이 되고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나라는 사람도 꽤 많이 달라졌지만, 가장 순수하게 즐거움을 느끼고 나를 온전히 표현했던 그 공간을 다시 찾기 위해 나는 여전히 꽤 열심이었다. 그때와 비슷한 방식으로 사이트를 만들어 오픈했다가 방치하기도 하고, 블로그 형태의 서비스인 네이버, 이글루스, 티스토리, 워드프레스 등을 부지런히 찾아 사용해 보기도 했다. 하지만 어린시절만큼 순수한 열정으로 지속하지 못하다보니 금방 흥미를 잃었고 어느새 업데이트가 일처럼 느껴졌다.
'나다운 알맹이'를 찾는 것이 중요
지난 몇 년간 여러 플랫폼을 유목민처럼 전전하고, 중간에 지쳐 포기하고, 미련을 버리지 못해 다시 시작하며 '왜 어디에도 정착하지 못하고 새로운 시작만을 반복하고 있는걸까?'를 스스로에게 꾸준히 질문했다. 그 과정에서 (조금 부끄럽지만) 사이트도 콘텐츠도 '있어보이게' 만들고 싶었다는 욕심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중요한 세 가지를 깨닫게 되었다. 첫째, 겉으로 보여지는 형태나 모습보다는 작고 보잘것 없더라도 순수하게 지속할 수 있는 알맹이가 중요하다는 것. 그리고 그 알맹이는 남들에게 보여지고 싶은 모습이 아닌 있는 그대로의 나에서 출발하고 싶다는 것. 마지막 셋째, 나라는 사람은 나만의 콘텐츠로 세상과 연결되고자하는 의욕이 생각보다 훨씬 크고, 지금 이 순간도 계속 커지고 있다는 것.
어디 한 번, 잘해봅시다 !
나라는 브랜드를 찾기 위한 스타트
지금까지 소소한 실패를 반복해왔기에, 올해야말로 나 스스로와 내가 가진 관심사를 산출물로 만들기 위해 이 브런치에 글을 쓰려고 한다. 우선 나와 같은 방향성을 가진 사람들을 열심히 찾아 헤매다 좋은 기회로 만나게 된 멋진 분들과 함께, 평소 관심있었던 잡지 'Magazine B' 와 '브랜드'를 소재로 글을 쓸 계획이다. 내 글 속에서 표현되는 브랜드는 실제 많은 사람들이 이해하고 있는 상업적인 개념이 될 수도 있지만, 내가 바라는 나의 모습이나 삶의 방향과도 같은 인문학적 개념도 될 수 있을 것 같다. 'Magazine B' 잡지를 통해 이제는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다양한 브랜드의 시작을 접하며 자극받고, 여러 사람들과 그 브랜드에 대한 생각을 나누며 사고를 확장하고, 그런 경험을 산출물로 기록하는 행위를 통해 내가 만들어가고싶은 나의 브랜드는 무엇인지 찾게 되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