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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소한 Apr 07. 2019

사람 자체가 브랜드가 되는 시대

어떤 브랜드를 좋아하게 되는 나만의 과정

브랜드와 썸 타기 시작할 때

하루가 다르게 관심사가 바뀌는 나라는 사람. '이때 당시 뭐에 관심 있었지?' 스스로 궁금할 때 하는 일은 바로 스마트폰 갤러리 속 수많은 사진들을 탐색하는 것이다. 간직하거나 기억하고 싶은 정보는 사진으로 찍어두거나 캡처해두기 때문에, 촬영된 날짜를 확인하며 스크롤을 내리면 관심사의 변천을 타임라인처럼 바로 알 수 있다. 최근 3개월 내가 관심을 가졌던 브랜드를 찾아 나열해보니 10가지 정도 된다. SNS에서 피드를 받아보다 우연히 알게 된 브랜드도 있지만, 그중 절반은 어떤 한 사람을 통해 알게 됐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나머지 중 일부도 브랜드 자체보다는 그 브랜드를 창립한 사람이나, 그 브랜드를 즐겨 입는 어떤 사람이 더 먼저 떠오른다. 그러면서 오는 또 한 번의 깨달음. "내가 브랜드를 인지하는 시작은 거의 사람이구나."


오늘도 배 불러가는 사진첩


요즘 참 뜨거운 키워드 '인플루언서'

TV에서, 보도자료에서, 오프라인 매장에서도 인플루언서(Influencer)라는 키워드를 자주 만날 수 있는 요즘이다. 그리고, 앞서 언급한 '어떤 한 사람'도 나름 유명한 인플루언서 중 한 명이다. 각종 매체를 통해 자신의 매력을 어필하고 영향력을 끼치는 사람들. 그들이 입는 옷과 품에 지니고 다니는 아이템들은 빠른 속도로 품절되고 방문하는 식당이나 카페는 크고 작은 핫플이 된다. SNS의 발달로, 그들이 드러내는 제품이나 장소 정보는 태그나 댓글 한 번으로 아주 쉽게 획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그들은 이 시대의 큐레이터 같기도 하다. 선택할 것이 넘쳐나는 현대 사회에서 망설임 없이 어떤 것을 선택할 수 있도록 가이드하는. 내 경우만 해도, 필요한 아이템이 생긴다면 그 사람과 작은 연결고리라도 가진 브랜드로 선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관심이 애정으로, 그리고 충성으로

어떤 나만의 이유로 인해, 내가 좋아하게 된 그 사람의 관심사는 아주 자연스럽게 나의 관심사가 된다. 현재 내가 꾸준히 좋아하는 브랜드에 관심을 가지게 된 흐름을 아래와 같이 정리해볼 수 있겠다.

처음 한 두 번은 호기심으로 구매했다가 생각보다 제품의 퀄리티가 괜찮고 나의 취향과 감성을 저격하는 과정이 반복되면, 시간을 거쳐 자연스레 충성 고객이 되는 것이다. 구매까지 이어졌는데 취향 저격까지는 아니라면? 그래도 그 브랜드는 내 머릿속에 자연스럽게 기억된다. 이렇듯 관심을 가진 사람으로 시작된 브랜드의 제품은 구매로 이어질 확률이 높은 것 같다. 제품 퀄리티는 인플루언서에 대한 사람들의 신뢰도를 바탕으로 어느 정도 보장되는 경우가 많으며, 가성비만큼이나 가심비가 힘을 발휘하는 시대이므로 가격도 크게 문제 되지 않는다. (오히려 물량에 비해 수요가 너무 많아, 구매하고 싶은데 구입하지 못하는 경우가 태반!) 또, 인플루언서에게 애정 어린 시선을 보내는 사람들에게 지속적인 상품 노출이 가능하기 때문에 브랜드 입장에서는 당장의 구매고객이 아니더라도 장기적인 예비 고객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단순한 영향력만은 아닌 것 같아요

가까운 사이도 아닌 사람을 알면 얼마나 안다고 이렇게나 영향을 받는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나에게 사람으로 시작한 브랜드의 힘은 꽤 강렬하다. 단순히 제품이 좋았던 경우보다, 사람과 제품이 함께 좋은 경우의 브랜드 충성도가 훨씬 높은 편이기 때문이다. 바로 이전 글에서 소개했던 샤넬의 경우에도 '심하게 비싼 브랜드'라는 기존의 내 편견을 '브랜드의 최고봉'이라는 수식어로 갈아 끼우게 한 데에는 창립자 가브리엘 샤넬이 가진 매력이 한몫했다. 적어도 난 그녀가 브랜드를 이끌어온 사고방식과 운영방식이 참 마음에 들기 때문이다. 값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샤넬을 고집하는 많은 사람들도 아마 그러할 것이다. 1800년대를 살다 간 가브리엘 샤넬보다는 그래도 나와 가까운 인플루언서 '그 사람'으로부터도 아이템, 스타일 등 단순히 눈에 보이는 요소뿐만 아니라 사고방식, 삶을 즐기는 방식 등 의미 있고 값진 가치들을 많이 얻었다. 나와 같은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사람이거나, 그 사람이 추구하는 가치가 나의 방향과 일치한다면 일상에서도 우리는 금방 친밀한 사이가 되지 않는가?


랜선을 통해 그들과 묘한 친밀감을 쌓아나간다


글을 마무리하며

하지만 어쨌든 간에, 브랜드가 매력과 품격을 유지하기 위해 최우선으로 지켜야 할 가치는 바로 제품의 퀄리티다. 인플루언서와 연계된 상품의 퀄리티가 기대치에 비해 낮은 경우들도 있고, 커다란 이익을 위해 상업적인 냄새를 풍기며 진행하는 인플루언서 마케팅이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영향력 있고 멋진 외모와 스타일을 유지하며 꿈같은 일상을 살아가는 인플루언서라 하더라도, 자신이 내세우는 브랜드 제품이 껍데기뿐이라면 이 시대의 현명하고 똑똑한 소비자들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아무튼 나에게 있어서도 사람으로 시작되는 브랜드 탐험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 같다. 그리고 그것을 기반으로 ‘사람과 브랜드’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브런치를 통해 계속 풀어나갈 생각이다.




글을 쓰고, 생각을 담는 글쓰기 모임

'쓰담'과 함께하는 포스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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