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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소한 Apr 21. 2019

소비는 돈으로만 하는 것이 아니다

EBS 다큐멘터리가 말하는 '브랜드'

돈 쓰는 건 참 즐거워

앞서 내가 쓴 글을 통해서도 추측 가능하지만 나에게 '소비'란 뗄레야 뗄 수 없는 즐거움이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 역시 그럴 것이다. 우리는 무언가 '지르는' 행위를 통해 기쁨과 즐거움을 얻고, 때때로는 안심까지 느낀다. 나 역시 꼬박꼬박 월급을 받는 직장인이 된 뒤로 적지 않은 시간이 흘렀고, 월급의 일부를 필요한 곳에 (때로는 필요하지 않은 곳에) 쇼핑하며 스트레스를 달래 왔다. 선천적인 성향상 생활비 수준을 한껏 상향하는 수준의 소비는 돈 줘도 못하는 안전 주의자이지만 그래도 세상에 존재하는 여러 브랜드에 다분한 관심을 가지고 있기에, 굳이 알지 않아도 되는 브랜드까지 자연스럽게 익히며 점점 소비의 무게가 늘어감을 느낀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연차가 늘어감에 따라서 소비의 규모 역시 비례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이 글을 쓰게 된 이유

이런 내 일상 주머니에 최근 또 하나의 관심사가 추가되었다. 그것은 바로 '돈 모으기'. 있어 보이는 말로 포장하자면 '자산관리'쯤이 되겠다. 관련 뉴스레터를 받아보며 '어떻게 하면 내 월급을 더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까'를 연구하던 중 EBS 다큐멘터리 <자본주의> 시리즈를 접하게 되었다. 브랜드x자본주의라니. 나도 나지만 참으로 아이러니한 관심사 조합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우려는 곧 현실이 되었다. 내용이 매우, 상당히 현실적이어서 사람 마음까지 무겁게 만들기 때문이다. (시쳇말로, 뼈 때린다.) 그래도 브랜드에 관련된 인상 깊은 부분이 있었기에 이 글을 통해 소개 및 정리하고자 한다.




다큐멘터리는 전체 5부작으로 되어있으며 오늘의 글은 그중 2편 <소비는 감정이다>의 내용을 발췌하였다. (발췌한 내용은 제 머릿속에서 살짝 각색되었을 수 있습니다.) 다행히도(?) 대부분의 내용은 소비를 하는 '감정'에 포커스 되어있기 때문에, 브랜드와의 연계성은 적다. 하지만 꽤나 충격적인 내용이 크게 두 가지 있었으니, 하나는 우리가 어릴 적부터 인지하는 브랜드 개수에 관한 것이고, 둘째는 브랜드 상품을 구매할 때 우리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변화였다.


놀라운 브랜드 인지력

우리는 생각보다 어릴 때부터 쇼핑을 접합니다. 아기가 한 살 반만 되어도 100개 이상의 브랜드를 기억하게 됩니다. 유아시절부터 구매하던 버릇이 성장하면서부터는 특정한 것을 선호하는 '취향'이 되고, 나이를 먹어가면서 그 취향에 의한 소비생활도 지속됩니다. 어떤 브랜드의 잠재적인 고객에 실질적인 고객으로 성장하게 되는 것입니다.

한 살 반에 100개라니. 어마어마한 수준의 브랜드 인지력이다. 유아시절에야 과자 브랜드, 음료 브랜드 해서 2~3개 정도 기억하겠지 싶었는데, 천만의 말씀이다. 브랜드가 우리 생활 속에 이렇게나 밀접한 것이라는 것을 또 한 번 뼈저리게 느끼게 되었다. 그러고 보니 나의 경우에도, 어린 시절에 매일매일 사 먹던 아이스크림이 있었고 아직도 오래된 슈퍼마켓에서 그 아이스크림을 발견이라도 하는 날에는 매우 기뻐한다. 초등학생 때 친구는 있었는데 나는 사지 못했던 위아래로 열리는 요정의 집 같은 장난감이 성인이 된 지금도 가지고 싶은 걸 보면, 우리의 어린 시절 취향은 참 지독하게도 변하지 않고 무섭게도 지금까지 이어지는 것이 맞는 것 같다.


이쯤 되면 우리는 브랜드와 함께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회사에 출근해 하루를 시작하는 커피를 마시기 위해 나는 최소 3~5개의 커피 전문점을 비교하지 않던가? 친한 회사 동료들에게 주말에 새로 알게 된 브랜드 제품의 우수성에 대해 칭찬하며 커피 전문점으로 향하고 있을 것이고. 어떤 동료가 어느 브랜드에서 구입한 옷, 어떤 동료가 책상 위에 새로 올려놓은 가습기, 팀장님이 구입한 종합비타민이 어느 브랜드 인지도 관심 가지며 물을지도 모른다. 퇴근 후에는 SNS를 통해 각종 브랜드의 신규 업데이트 소식을 체크하고, 하트를 꾹 눌러 위시리스트에 추가하고. 다가오는 기념일에 어떤 선물을 해주면 좋을지 온라인 브랜드 샵을 기웃기웃 거리며 퇴근길 지하철에 몸을 맡기는 삶이 오늘도 내일도 매일매일 지속되고 있다.


우리 뇌와 브랜드

특히 '브랜드' 상품을 구매할 때 우리 머릿속에서는 특별한 변화가 일어납니다. 브랜드를 통해 '내가 어떤 사람인지 세상에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 때문인데요. 이때 브랜드는 뇌의 중요한 부분인 '편도'에 자리 잡게 됩니다.

편도란 뇌의 관자엽 내에 위치한 기관으로, 감정을 인식하는 기능을 한다. 예를 들어 편도에 이상이 있는 사람은 공포, 두려움 등 특정 감정을 잘 인식하지 못한다고 한다. 우리의 오감을 비롯해 내장에서 오는 감각 정보들도 모두 편도로 들어온다고 하니 감정과 가장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는 체내 기관이 아닐까 싶다.


이 다큐멘터리에서는 브랜드에 대해 짤막하게 언급하며, 우리가 좋아하고 계속 찾게 되는 브랜드들이 이 편도라는 기관에 자리 잡는다고 말한다. 그것도 아주 뿌리 깊게 자리 잡는다는 듯한 애니메이션을 통해 소개되었는데, 다큐멘터리를 다 감상하고 나니 왜 그렇게 표현했는지 어느 정도 알게 된 것 같다. 감정을 좌우하는 뇌의 기관에 어떤 브랜드가 자리 잡는다는 것은 여러 감정에 의해 그 브랜드를 아주 무의식적으로 손쉽게 떠올릴 수 있다는 것이고, 그렇다고 한다면 우리는 스스로도 모르게 이미 그 브랜드를 찾고, 소비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그렇게 되기까지 지금 이 시간에도 억수처럼 쏟아지는 마케팅 전략들의 화살을 맞아야 하겠지만은. 아무튼 한 번 편도에 자리 잡은 브랜드들이 가진 힘은 매우 막강할 것 같다. 이전 글에서 소개한 인플루언서에 의한 소비도 이 부분과 깊은 연관이 있을 것이다.


글을 마무리하며

이번 다큐멘터리를 감상하고 나서는 사실 조금 멍해있었던 것 같다. 숱한 마케팅이나 편도에 박혀버린 브랜드에 져버린 나약한 인간이 되어버린 것 같은 기분이었기 때문이다. 이전 글에서 '내가 소비할 수밖에 없는 정당한 이유'에 대해 써 놓고 이번 글에서 '나는 감정에 휘둘린 나약한 인간입니다'를 입증하는 꼴이라니... 그래도 이번 다큐멘터리 공부를 통해 나를 항상 희망적이고 고무적으로 만든 브랜드라는 것을 색다른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던 것 같다. 앞으로 브랜드에 대해 더 공부하고 알아가고 싶은 사람으로서, 반드시 알아야 하는 부분이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마케팅/PR/광고/브랜드의 차이를 소개하며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 마케팅 : 직접 자신을 알리는 것 (예) 나는 돈이 많아요!
- PR : 다른 사람을 통해 자신을 알리는 것 (예) 나를 믿어, 그는 돈이 많대!
- 광고 : 지속적으로 자신에 대해 떠드는 것 (예) 나는 돈이 많아! 나는 돈이 많아! 나는 돈이 많아!
- 브랜드 : 말하지 않아도 상대방이 먼저 알아보는 것 (예) 당신은 돈이 많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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