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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철고래 Apr 08. 2019

서울 토박이가 본 'Brand Seoul'

매거진 B Seoul 2nd edition을 읽고

 브랜드로서 서울을 바라본 매거진 B Seoul 편, 16년 10월에 나왔던 1편을 읽고 2년 정도 지나 새롭게 출간된 2nd edition까지 읽어보게 되었다. 처음 1편을 읽었을 때는 사실 실망감이 컸다. '브랜드'로서의 서울이라니, 내가 보지 못했던 새로운 시각이나 무언가 대단한 인사이트가 있을 것이라 기대했지만, 어떻게 보면 가이드북 같은 느낌의 이런저런 장소를 소개하는 것뿐이었으니까. 2년이 지나 새롭게 나온 2nd edition은 5개의 관점에서 서울의 이런저런 장소를 소개하고 중간중간 서울에 관한 몇 가지 칼럼을 추가하였는데, 그 골자만 보면 1편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1편을 읽었을 때보다 훨씬 몰입도 있게 읽을 수 있었는데, 그때와 지금의 가장 큰 차이점은 '브랜드'에 대해 내가 가진 인식인 것 같다.

 1편을 읽었을 당시까지, 도시를 브랜드로 정의하려면 다른 브랜드들처럼 이를 한마디로 정의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때문에 마치 가이드북 같은 모습의 1편에서 실망감을 느꼈던 것 같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도시를, 특히 서울 같은 곳을 하나의 언어로 관통한다는 것이 맞는지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지금 시점에 나의 언어로 서울을 정의하자면, "역사의 퇴적과 시선의 변화가 톱니바퀴처럼 돌아가는 곳"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퇴적이라는 단어는 이번 매거진 B 서울 2편에서 발견했는데, 여느 도시나 비슷하긴 하겠지만 특히 서울을 설명하는데 너무나 적합한 단어라는 생각이 들었다. 외국인들이 서울에 와서 놀라는 것 중 하나는, 강남이나 광화문 같은 곳의 빌딩 숲과 역사유적, 그리고 전통 시장 등이 아무렇지 않게 섞여 있는 모습이라고 한다. 빠르게 변화한 경제 상황과 생활상의 변화가 그대로 담겨서 믹스되어 있는 서울은, 그 자체로 역사의 퇴적이라고 표현할 수 있는 것 같다. 


LP부터 뽑기까지, 상업 역사의 퇴적(?)


 또 하나의 키워드는 '시선의 변화'인데, 이는 사실 나의 이야기와 많이 맞닿아 있다. 

"여름에는 산에 올라 계곡물에서 물장구를 치고 가재를 잡았고요. 가을에는 잠자리를 잡고 놀았죠. 겨울에는 아버지가 만들어주신 얼음 썰매를 탔고요." 

어느 산골 소년의 성장기 같은 위의 이야기는 사실 나의 어린 시절 이야기이고, 나는 태어나서 군대와 해외파견을 제외하고는 서울을 떠나본 적이 없는 서울 토박이다.

 서울의 끝자락 은평구, 그중에서도 지하철역보다 북한산이 더 가까웠던 곳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탓에, 그 시절 내가 인식하는 서울은 언덕길 가득하던 그 동네와 가끔 친구들과 버스 타고 놀러 나가던 서대문/종로 같은 곳이 전부였다. 말하고 보니 시골 아이가 읍내 나가는 느낌인데, 진짜로 그때는 그런 느낌이었다. 

 그렇게 은평구가 생활 반경의 거의 전부였던 시절을 벗어나, '강의 남쪽'에서 대학을 다니고 인턴 생활을 하고, 다시 '강의 북쪽'으로 넘어와 회사생활을 시작했다. 사는 곳도 은평구에서 서대문구를 거쳐 현재는 마포구까지 남하(?)해서 살고 있다. +어느 순간 내 차를 가지게 되면서 대중교통으로만 다니던 서울과 자동차로 다니는 서울의 차이도 알게 되었다.  

 짧게 기술했지만, 나의 살아가는 방식 (전문용어로 라이프스타일)이 바뀜에 따라 내가 인식하는 서울도 엄청나게 바뀌었다는 생각이 든다. 북한산을 놀이터 삼던 어린 시절과, 출장과 여행으로 수 없이 많은 나라와 도시들을 다녀온 지금의 내가 바라보는 서울은 완전히 다른 모습인 것이 당연할 것이다.

 '나'라는 한 개인의 인식에서도 수 없이 다른 모습을 가진 것이 서울인데, 몇천만 명이 살고, 일하고, 여행하며 느낀 것들이 같은 모습일 수 있을까?  이렇게 생각하고 나니 도시 브랜딩이라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고, 그래서인지 다양한 관점에서 서울을 담아낸 이번 매거진 B를 좀 더 편안한 마음으로 읽을 수 있었다. 도시를 구성하는 사람들과 그들이 만든 장소들을 통해 '브랜드 서울'을 소개하는 것에 대해 좀 더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고 할까

 

분명 생소했었는데 어느 순간 당연해져 버린 이 풍경


 역동성, 변화, 속도, 공존 등 수 없이 많은 말로 서울을 정의할 수는 있지만, 왜인지 가면 갈수록 무언가 한마디로 서울을 표현하기는 점점 어려워지는 것 같다. 확실한 것이 딱 하나 있다면, 앞으로 이 도시에서 보낼 시간들이 절대 지루하지는 않으리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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