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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소한 Jan 12. 2020

브랜드 포장, 생각보다 커다란 힘이 있어요

주관적으로 느낀 좋은 포장과 나쁜 포장 & 더 나아가서

굉장히 애정을 가지고 지켜보던 한 브랜드에서 빈티지 아이템을 구매한 적이 있다. 가죽지갑이었는데, 상품을 배송받고 기겁을 했다. 마치 5분 전까지 생마늘을 품고 있었던 마냥 배송 상자에서 마늘 냄새가 진동을 했고, 상자를 두른 테이프는 떨어져 나가기 직전이었다. 배송사고였는지 뭔지는 모르겠지만, 평소 브랜드에 가지고 있던 환상이 모두 부서지면서 다시는 구매하고 싶지 않아 진 그 경험을 통해 '브랜드와 포장'이라는 것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미닛뮤트 그립톡 포장에 사용된 받침용 용지

값비싼 명품이 아니더라도, 브랜드만의 철학과 색깔이 비교적 명확한 요즘 디자이너 브랜드들은 포장이나 패키징에도 꽤나 신경을 쓴다. 내가 자주 구매하는 가죽 가방 브랜드 미닛뮤트(minitmute) 역시 그런 브랜드 중 하나이다. 스마트폰 후면에 부착하는 그립톡 하나를 판매하더라도 별도로 받침 용지를 제작하여 판매하기 때문이다.


브랜드의 초기 모습과 당시의 패키지도 기억하고 있기 때문에 패키지가 어떻게 다듬어지면서 그 브랜드가 성장하는지를 지켜보는 것은 꽤 즐거운 일이다. 오늘은 미닛뮤트의 패키지 이미지를 중심으로 포장과 패키지에서 느껴지는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정리하고자 한다.




1. 택 (Tag)

내가 구매한 시점에는 달려있지 않았지만, 특정 제품 라인(무드 빈티지 라인)에만 달려서 출고되고 있는 제품 택이다. 가방이던 옷이던 새 제품에는 항상 택이 달려있기 마련인데 나는 이 자그마한 택도 유심히 살펴보는 편이다. 로고나 카피, 택 디자인에서도 브랜드의 아이덴티티가 바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새 제품임을 증명함과 동시에 고객이 그 브랜드에 느끼는 첫인상이 될 수 있겠다.

브랜드 초기에 택은 이런 모습. 리본에 공수가 꽤 들었을듯..?




2. 포장 내지 (Inner wrapping paper)

가방과 같이 형태를 보존하기 위해 내부 공간을 채워줄 충전재가 필요한 품목은 내지의 역할도 꽤 중요하다. 미닛뮤트의 경우, 버터 배경 색상에 로고가 연속적으로 출력된 유산지를 사용하는 것 같다. 가볍고 잘 구겨지며 원하는 형태를 잡기에도 용이해서 구매 후 가방을 보관하면서도 아주 유용하게 쓰고 있는 포장용품이다. 흔하게 사용되는 포장 충전재에도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부담스럽지 않게 녹여내었다.




3. 더스트 백 (Dust bag)

더스트 백은 때나 흠집에 취약한 제품의 경우 가장 중요한 포장용품이 아닐까 싶다. 비단 가방뿐 아니라 아우터 등의 의류에도 더스트 백을 함께 많이 증정한다. 부직포, 광목천 등으로 주로 제작되지만 요즘 브랜드들은 소재가 좋은 면이나 벨벳 등으로도 더스트 백을 제작하는 것 같다. 아무래도 제품의 가장 가까운 부분에서 제품을 보호하는 역할이기에 브랜드 가치와 비례해 고급화되는 경우이다.




4. 쇼핑백 (Shopping bag)

브랜드의 아이덴티티가 가장 잘 보이는 포장용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다. 명품 브랜드 쇼핑백의 경우에는 중고마켓에서 만원 안팎으로 별도 거래되기도 하는 걸 보면 말이다. 미닛뮤트의 경우 온라인으로 구매하는 경우에는 쇼핑백을 제공하지 않고, 오프라인 쇼룸에서 구매하는 제품에 한해 쇼핑백을 제공하고 있다. 색상이나 디자인이 조금씩 바뀌는 것을 보면 계속 다듬어가고 있는 듯하다.


쇼핑백 디자인이 감각적인지, 얼마나 탄탄한 소재를 사용했는지, 손잡이는 잡기에 불편함이 없는지 등 쇼핑백 하나만으로 브랜드가 고객을 생각하는 섬세함과 배려를 엿볼 수 있다. 미닛뮤트의 경우 가죽에 가장 취약한 습기를 막기 위해 비가 오는 날에는 쇼핑백에 투명 비닐을 추가로 제공하고 있었던 부분에 소소하게 감동했던 기억도 있다.




5. 그 외

그 외에도 제품 개봉 시 함께 들어있는 제품 주의사항이나 교환/반품 신청서 등의 인쇄물, 해당 상품이 정품임을 보증하는 보증서나 카드에서도 브랜드의 개성을 마음껏 구경할 수 있다. (잘 만들어진 인쇄물은 예쁜 걸 담아두는 내 서랍 속으로 직행! 보기만 해도 마음이 충만해짐을 느낀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고 눈여겨보는 포장의 일부는 바로 택배 상자의 브랜드 테이핑 부분이다. 보통 일반적으로 투명 테이프나 노란 박스테이프를 사용하지만, 요즘은 브랜드 로고가 연속적으로 표시된 테이프나 컬러감이 눈에 띄는 형형색색의 테이프도 많이 사용되는 것 같다. 아주 작은 부분까지도 그 브랜드의 향기가 나는 것이 가장 좋다는 것. 이게 오늘 글에서 가장 강조하고 싶은 부분이다.

미닛뮤트의 박스테이프
마블링마켓의 박스테이프

밀리미터라는 액세서리 브랜드에서 제품 구매 후 받았던 작은 지퍼백은 지금도 내 파우치 속에서 작은 소품들을 한데 모아주는 귀여운 팩이 되었다. 포장 용기를 일상에서 재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 부분이  마음에 들었었다.


사업체의 과대포장이 종종 이슈가 되기도 하는 요즘이지만, 적당한 수준을 지키면서 고객에게 좋은 기억을 남겨주는 브랜드의 포장과 패키지는 분명한 힘이 있는 것 같다. 제품뿐만 아니라 제품을 둘러싸고 있는 무드와 느낌에서 브랜드에 대한 좋은 감성이 지속되고, 고객을 생각하는 브랜드의 마음과 세심함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기분 좋은 구매 경험을 만들어주는 색다르고 정성스러운 브랜드 패키지를 기대하면서 이만 마쳐본다.




글을 쓰고, 생각을 담는 글쓰기 모임

'쓰담'과 함께하는 포스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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