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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소한 Dec 01. 2019

요즘 브랜드에서 추억의 향을 맡다

패션잡화 브랜드에 부는 빈티지의 바람

다양한 지역으로 여행을 떠날 때 내가 공통적으로 들르는 곳은 그곳의 작은 상점들이다. 입구부터 안쪽까지 최신 트렌드로 무장한 에서 '힙한' 아이템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지만, 나는 그보다 손때 묻은 물건들을 판매하는 중고 상점을 더 좋아하는 것 같다. 누군가의 손을 살짝(혹은 많이) 탄 다소 투박한 아이들이지만 왠지 계속 바라보게 되는 매력이 있 소품들. 하지만 요즘 패션잡화 브랜드에서는 이런 '빈티지(vintage)' 아이템이 오히려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사실 굳이 패션잡화 브랜드가 아니더라도 레트로(Retro), 복고의 키워드를 가진 아이템이 흥행을 한지는 꽤 오래되었다. New와 Retro가 결합된 신조어 '뉴트로(Newtro)'이미 친숙하말이다. 국내 구제의류 판매 지역의 대명사로 떠오른 '동묘'에 해외 유명 디자이너가 방문해 감탄하고 갔다는 기사가 나올 만큼 패션 업계도 빈티지 유행흐름을 함께 했지만, 최근 들어서는 단순 유행이 아닌 하나의 스타일을 지칭하는 궤도에 올랐다고 봐도 될 만큼 많은 상품들이 판매되고 있다.


빈티지한 감성을 찾아볼 수 없었던 기존의 의류나 스포츠 브랜드들이 레트로 컨셉의 신상품을 지속적으로 내놓았으며 소비자 반응이 좋아 매출도 많이 상승했다. 가장 최근에 접한 기사에서는 1980년대에 유행했던 국내 돌핀 사의 전자시계가 재출시되어 큰 인기를 끌었다는 내용을 만날 수 있었다.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서 류준열이 착용해 향수를 불러일으켰던 시계도 유사한 모델이라고 하는데, 다소 투박하고 온전히 기능에만 충실할 것 같은 디자인이지만 요즘의 뉴트로 감성과 딱 맞아떨어진 좋은 사례인 것 같다.


아예 빈티지 제품만을 선별해 선보이는 소규모 브랜드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폴로 랄프로렌, 라코스테, 타미 힐피거 등 해외 유명 브랜드의 오래전 제품을 공수해 깨끗하게 세탁하여 재판매하는 경우도 있고, 꼭 유명 브랜드가 아니더라도 개성 있는 디자인의 구제 의류를 요즘 감성에 맞게 믹스 매치해 소비자들에게 감각적으로 다가가는 브랜드들도 눈에 띈다. 들이 판매하는 의류 제품은 요즘은 잘 찾아볼 수 없는 화려한 장식과 과감한 색상, 특이한 패턴이나 디자인이 시선을 사로잡는다는 특징이 있다.

출처_페보릿띵즈(좌) & 페이버릿마켓(우) 인스타그램


트렌드가 가장 빠른 온라인 여성의류 쇼핑몰에서도 빈티지라는 키워드는 트렌드의 한 축으로 이어지고 있다. 헐렁하고 빛바랜듯한 와이드 핏 청바지, 화려하게 반복되는 패턴이 돋보이는 가죽 크로스백, 서로 다른 색상이 교차되어있는 체크 스커트 등 빈티지함이 물씬 느껴지는 아이템들을 지속적으로 신상품으로 선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여성의류 쇼핑몰에서 소개하는 빈티지 아이템들은 차분하고 밋밋한 코디에 포인트 역할을 할 수 있는 과하지 않은 수준으로, 평소 빈티지한 스타일링이 어려웠던 사람들에게도 좋은 참고가 될 수 있겠다.

출처_프롬비기닝 인스타그램


외국의 오래된 영화나 빈티지한 아이콘에서 모티브를 얻어 제품을 자체 제작하는 브랜드도 늘어나고 있다. 구제가 아닌 새 제품을 빈티지한 무드를 극대화해 선보이는 것이다. 이런 브랜드의 경우 웹사이트도 아주 오래된 영화의 한 장면으로 꾸며져 있거나, 제품마다 영감을 받은 사진이나 장면상품 라벨처럼 따라다니는 경우도 있다. 제품을 제작하게 된 동기가 비교적 명확하기 때문에 물건 하나하나마다 스토리텔링이 가능하며 어디에서도 판매하지 않는 제품이라는 희소성을 갖추고 있어 남들과 다른, 나만의 어떤 것을 열망하소비자들에게 경쟁력 있는 편이다.

좌측의 사진에서 영감을 받은 듯한 오른쪽의 코트 (출처) 모데스트무드


이렇듯 다양한 방식으로 빈티지 아이템을 다루거나 해석하여 제품을 판매하는 브랜드들은 왜 점점 늘어나 있을까? 다시 한번 정리하자면 아래와 같다.

1) 개성과 희소성을 중시하는 문화
수많은 제품이 범람하는 요즘 시대. 급속하게 변하는 유행에 민감해질수록 남들과는 다른 느린 속도로 나만의 취향에 집중하는 사람들 역시 많아졌다. 빈티지 아이템은 유행을 타지 않으면서도 나만의 개성 있는 스타일을 만들 수 있고, 기성 제품보다 재고가 한정되어있어 희소성과 소장가치도 충분한 편이다.
2) 감성을 충전하고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매력
어린 시절 멀고 멀었던 할머니 댁 구석진 서랍에서 막 꺼낸 듯한 세월이 느껴지는 소품들. 어릴 적에 가지지 못했던 것에 대한 열망일 수도, 어릴 적을 떠올리게 하는 그 자체만으로 가치적일 수도 있다. 팍팍한 일상 속에서 잠깐이라도 감상에 빠질 수 있게 만들어주는 요술 같은 아이들이 빈티지 아이템이라고 할 수 있겠다.


나는 '빈티지'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아직도 작년 헬싱키 여행에서 만났던 빈티지 상점 주인 할머니가 생각난다. 본인이 좋아서 시작한 가게이지만 주변 사람들도 점차 물건 기부에 동참하게 되면서 지금까지 수십 년을 운영해 왔다고 말하며 미소 짓던, 인자하고도 자부심 넘치던 할머니의 모습. 내게 빈티지의 매력을 다시 한번 강하게 각인시켜준 장면으로 기억되고 있다. 요즘 같이 바쁜 일상 속에서, 몽글몽글한 감성과 함께 잠깐의 쉼과 여유를 느낄 수 있게 하는 매력 덕분에 앞으로도 빈티지 브랜드의 열풍은 식지 않고 계속될 것 같다.

아주 평화로운 시간을 선사해 주었던 헬싱키의 중고 상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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