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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소한 Apr 19. 2020

색깔별로 분석한 <빨간 머리 앤> 속 의복

넷플릭스 <빨간 머리 앤>을 더욱 풍부하게 해주는 예쁜 의복 모음

지루한 일상이 한창 반복되던 최근, 넷플릭스에서 아주 보물 같은 드라마를 만나게 되었다. 잔잔한 울림과 아름다운 대자연, 긍정적인 메시지를 건네받기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무조건 좋아할 수밖에 없는 <빨간 머리 앤 Anne with an E>. 다양한 배우들의 호연으로 단단하면서도 따뜻한 에너지를 선사했는데, 내 눈을 더 즐겁게 해 준 요소가 있었으니 바로 그 시대(1900년대 캐나다의 시골 농촌)의 의복 문화였다. 알록달록하면서도 적당히 톤 다운된 단정한 무드가 너무 매력적이었기에, 오늘은 빨간 머리 앤 속 예쁜 의복들을 색깔별로 모아 정리해 보았다. (**주의 : 약한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Brown _ 단정하면서도 강인한

드라마 초반의 앤을 떠올리면 바로 생각날 수밖에 없는 색은 바로 갈색이다. 바로 위 사진에서 보이는 최소한의 디테일만을 더한 갈색 원피스는, 앤에게는 어머니 같은 존재인 마릴라가 손수 지어준 옷이라 더욱 의미가 있는 옷이다. (마릴라의 취향은 죽어도 변함 없을 단정하기만 한 옷...) 초록지붕 집에 들어와 생활하며 적응하는 시간 동안 앤은 마치 커스버트가를 상징하는 듯한 단정한 브라운 의상을 많이 보여주고 있다.

평상시 나는 브라운을 참 좋아하면서도 화이트 색상과 매치하여 입어본 적이 드문 것 같은데, 앤을 보면서 브라운과 화이트가 참 찰떡같은 조합이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빈티지한 갈색 부츠를 신고 화이트 원피스에 브라운 티셔츠를 레이어드 하면 나도 순수한 10대 소녀가 될 수 있을 것만 같은 느낌. (요즘 트렌드와도 얼추 비슷한걸?) 또한 브라운 톤의 앤과 블루 톤의 다이애나는 마치 그들과도 같은 환상의 조합 같다.




Khaki _ 투박하면서도 차분한

1화에 등장하는 앤의 모습이다. 노란 끼가 도는 옐로 카키톤의 원피스를 입어서 그런지 앤의 머리카락 색상과 잘 어울리는 컬러톤이라고 생각한다. 앤이 입었던 복장 중 가장 투박하지만, 나름대로 강렬한 장면이었기에 이 도 뇌리에서 잘 잊히지 않는다. 어쩐지 슬프고 불안해 보이는 작고 소중한 영혼의 느낌을 카키가 잘 도와준 느낌.

카키에 우유를 살짝 넣은 듯한 밀크 카키 톤의 블라우스도 입었던 앤. 소매에 놓인 꽃무늬 자수가 너무 예쁘게 보인다. 자칫 투박해 보일 수 있는 이지만 단추도 그렇고 사실은 굉장히 디테일이 뛰어난 옷이라 생각된다 :)




Green _ 어느덧 성장한 싱그러운 새싹

카키에서 초록으로 진화한 우리의 앤. 이렇게나 예쁜 다크 그린 컬러의 원피스를 완벽하게 소화했다. 무엇보다 빨간 머리와 정말 잘 어울리는 색상 조합이 아닐까 싶다. 이 원피스는 아마 메리와 세바스찬을 위한 파티에서 입었던 옷이었던 것 같은데, 목 부분에 초록색 체크무늬가 포인트가 되어 멋스러운 디테일을 보여준다.

머리스타일과 화려한 의상을 보아하니 극 중 앤의 후반부 모습 같다. 자신의 뿌리를 찾기 위한 모험의 일환으로 성숙하게 차려입은 연두색 실크 원피스는 그동안의 패션과 너무나 상반된 느낌이라 처음에는 조금 아리송했는데, 아래의 체크 퍼프 자켓은 정말이지 너무 완벽한 것 같아... 클래식의 정석을 보여주는 무드랄까. 그래서 사진 찾으면서도 너무 취향저격당했던 착장이다. 블라우스 깃 아래에 야무지게 묶은 아이보리색 리본도 놓치면 섭섭할 사랑스러운 포인트!




잠깐 쉬어가기 : 부잣집 딸내미 다이애나 패션

극 중 앤의 베스트 프렌드인 다이애나는 부잣집 딸로, 또래 중에서도 가장 화려한 복장을 자랑한다. 하늘색 리본은 그녀의 시그니처, 메인 컬러는 화이트와 블루로 보인다. 가끔 다이애나에게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겹쳐 보일 정도라고 하면 되려나.

아마 이 드라마를 통틀어 다이애나가 입었던 옷 중에 가장 화려한 옷이 아닐지! 번쩍번쩍 골드에 은은한 소라 컬러라니 색상 조합에서 또 한 번 배워버렸다. 개인적으로 드레스는 잘 모르겠지만 저 원단으로 스카프를 만든다면 왠지 잘하고 다닐 듯하다 :) ㅎㅎ




Skyblue _ 청량하고 상쾌한

아빠와도 같은 매슈에게 그토록 원하던 퍼프소매 드레스를 선물 받은 앤의 얼굴! 정말 기뻐하는 표정이 묻어나서 나까지도 두근거리고 기분 좋았던 장면의 옷이다. 사진은 조금 어둡게 나왔지만, 햇살을 받으면 영롱하게 반짝일 화사하면서도 톤 다운된 하늘색. 가슴 위쪽으로 연보라색 포인트를 주었는데 이 부분 덕분에 더욱 근사해 보였다.

후반부에 마을 파티가 열리던 날 앤이 입었던 더욱 화사한 원피스. 정말 이 옷은 보자마자 걸어 다니는 인간 이온음료라는 생각이 들만큼 청량했다. 전체적으로 톤이 밝으니 부츠는 검은색으로 차분하게 눌러주는 코디 센스 보소.. 목부분과 소매에서 강력하게 자기주장하는 레이스 장식 덕분에 이 날은 다이애나보다도 더욱 화려해 보였다.




Blue _ 희망찬 생명력

오늘 소개할 마지막 색상은 진하게 우러나온 블루 컬러다. 개인적으로 이 착장이 멋지다고 생각하는 점은 자켓의 컬러도 지만 벨트의 선택이 너무 탁월해서다. 벨트와 원피스를 세트로 판매할 것만 같은 최고의 조화로움!

그리고 정말 사랑해 마지않는 마지막 회에서 앤이 입었던 블루 원피스. 지금까지 이 글을 쓰게 한 원동력이  착장이기도 하다. 일단 컬러부터가 너무 환상적. 블루에 골드 컬러를 한 방울 떨어트린 것만 같은 빈티지함에, 벨벳 소재가 주는 고급스러움 추가. 블라우스를 덧댄 모양의 과하지 않으면서도 여성스럽게 장식된 목과 가슴 부분. 그리고 차르르하게 떨어지는 걸리쉬한 소매 레이스까지, 마지막 회를 위해 달려온 앤에게 선물이라도 하는 마냥 정성이 가득 들어간 최고의 드레스였다.

그리고 이 드레스를 더욱 빛나게 해준건... 다름 아닌 이 장갑과 모자와 양산. 모자에 달린 탐스러운 실크 리본이 너무 예뻤고, 화이트와 블루로 작정하고 깔맞춤 해준 레이시한 양산은 더없이 좋았던 조합이었다. 이젠 다 커버린 앤..ㅠㅠ



그리고 블루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이 여성, 남자 주인공 길버트의 마음을 살짝 흔들어놓은 위니프레드. 푸른 눈에 금발까지 가져서 앤과는 또 다른 성숙미가 느껴지는 것 같다. (금발과 블루 착장은, 안 어울리려야 안 어울릴 수가 없지요) 개인적으로 목소리가 매력적이라서 좋아했던 캐릭터였다.




앤을 떠나보내며

빨간 머리 앤은 기대했던 것보다 그 이상으로 큰 울림을 주었던 드라마였다. 1900년대 캐나다의 의복에 대해서 따로 알아보고 싶을 만큼 소박할 때는 소박하게, 화려할 때는 화려하게 보는 즐거움도 같이 선사해준 고마운 드라마. 빨간 머리 앤에 나온 의상들을 오마주해서 코디해 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고 말이다. 여러 가지 즐거움과 기분 좋은 에너지를 선사해준 앤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며, 넷플릭스에서 무얼 볼까 어슬렁거리고 계시다면 한 번쯤 빨간 머리 앤을 찾아주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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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담'과 함께하는 포스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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