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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소한 Apr 05. 2020

요즘 패션 - 디테일 = 0

feat.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이 담겨있어요

언제부턴가 의류 상품 상세 설명 페이지에서 '디테일(Detail)'이라는 단어가 빠지지 않는 듯하다. 오랜 시간 동안 다양한 사람들의 니즈를 충족시키다 보니 같은 형태의 옷이더라도 취향에 맞는 아주 작은 디테일에 따라 구매 결정이 일어나기도 한다. 오늘은 가성비보다는 가심비가 더 중요한, 옷의 원단부터 부자재까지 하나하나 따지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눈여겨보는 옷의 작은 요소들에 집중해볼까 한다.




내가 좋아하는 무드를 만들어내는 ''


예전에는 단순히 '체형에 잘 맞는다'를 이야기할 때 사용했던 '핏(fit)'이라는 단어. 요새는 이 단어를 사용하지 않고서는 어떤 옷을 설명하기가 힘들어졌다. '모양, 크기가 어떤 사람이나 사물에 맞다'라는 뜻의 이 단어는 슬림핏, 루즈핏, 여리핏 등등 패션 스타일을 지칭하는 용어가 된 것 같다. 내 체형에 잘 맞는 것에서 더 나아가 의류의 형태를 통해 컨셉을 연출하고 내 체형의 단점은 보완해주는 기특한 녀석, 이게 바로 요즘 말하는 핏(fit)이다.


재킷, 패딩, 니트, 후드 등 모든 의류의 핏을 중요하게 생각하긴 하지만 내가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기본 티셔츠와 청바지의 핏인 것 같다. 요즘같이 날씨가 좋은 날 단품으로 하나만 걸쳤을 때에도 '딱 이거야'하고 확신을 주는 기본 아이템일수록 핏에 더욱 집착하게 되기 때문이다. 내게는 입었을 때 떨어지는 어깨라인이 어색해 더 이상 손이 가지 않는 티셔츠도 있고, 언제 입어도 감탄을 자아내서 계속 거울 앞에 서고 싶게 만드는 청바지도 있다. 이렇게 내가 원하는 스타일까지 잡아주는 옷이라야 더욱 오래 함께할 수 있는 제품이 된다.



많은 옷을 구매하고 입어보고 성공과 실패를 반복하면서, 핏을 결정짓는 요소는 원단과 패턴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같은 면소재의 옷이더라도 힘 있는 원단이 있고, 축 쳐지는 흐물한 원단도 있다. 나는 적당히 빳빳한 원단에서 오는 느낌을 좋아하는 편이고, 내 어깨보다 살짝 길게 재단되어 자연스럽게 아래로 떨어지는 소매 핏을 즐겨 입는다. 가지고 있는 청바지의 경우 신축성이 거의 없으면서 허벅지부터 발목까지 크게 좁아지지 않는 일자 핏이 많은 편인데, 원단이 아낌없이 사용돼 스니커즈를 신으면 바닥에 닿을랑 말랑한 루즈핏 역시도 애정하고 있다.




단정하면서 특색 있는 '배색'과 '아웃 바인딩'


소매가 짧은 반팔티셔츠를 선호하지 않으면서도, 최근에 구매를 강행했던 티셔츠가 하나 있다. 목 부분과 소매가 배색으로 아웃 바인딩(out-binding) 처리된 깔끔한 티셔츠였다. 배색이란 서로 다른 색의 원단을 함께 배치해 사용하는 것이고, 바인딩은 목이나 소매 등 의류의 가장자리 부분에 원단을 덧대 재봉하는 것을 의미한다. 깔끔한 크림색 원단에 블랙으로 포인트를 주었던 이 티셔츠는 보자마자 반해서 다가오는 여름을 기다리게 만든다.


목과 소매부분에 배색으로 처리된 아웃바인딩


바인딩 기법은 같은 소재의 원단을 길게 잘라 시접(안쪽으로 접혀서 들어간 옷의 솔기 부분)을 한 번 더 감싸주는 것이기 때문에 마감을 깔끔하게 해 주어 의류의 완성도를 높여준다. 특히 나는 다른 색상의 원단을 사용하여 처리된 배색 바인딩을 매우 사랑하는 편이다. 바인딩을 통해 100%로 살아난 옷의 단정함이 배색을 만나 눈에 띄게 포인트 되는 역할까지 해주기 때문이다. 베이직한 아이템들로 코디하더라도 이런 티셔츠 한 장이면 스타일이 살아나는 느낌이라 진정한 디테일의 승리라고 볼 수 있겠다.


내가 무조건적으로 YES! 를 외치는 배색 조합을 소개하자면 푸른 계열과 노란 계열의 조합이다. 스카이블루&크림 혹은 스카이블루&베이지의 조합은 화이트, 그레이, 블랙 등 무채색으로 점철된 내 옷장에 활기를 불어넣어주는 아주 좋은 포인트 아이템이 된다. 최근에 꽂힌 배색조합은 크림&블랙이다. 베이직한 룩을 단정하게 완결시켜주는 느낌의 컬러 조합이고, 어떤 옷에도 잘 어울리기 때문에 다양한 아이템으로 구비해두면 코디 걱정은 없을 것 같다.




내구성과 빈티지함을 모두 잡은 '소뿔 단추'


나는 아무리 디자인과 색상이 마음에 드는 옷이라도, 단추에서 실망하면 그 옷을 사지 않는 편이다. 단추의 역할이 중요해지는 아우터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옷과 전혀 조화를 이루지 않는 뜬금없는 단추를 참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은 모양인지, 요즘에는 상품 상세 설명에서 단추를 언급하는 일도 참 흔하다. 단추가 삐뚤빼뚤하게 달려있지 않은 점, 단추에 그 브랜드의 이름을 각인하는 점, 옷과 어울리는 질감과 색상의 단추이면서도 내구성까지 튼튼한 고품질의 단추를 찾아 사용하는 점 등이 있었다.


소장한 가죽재킷에 달린 브라운 톤의 소뿔 단추


소뿔 단추는 말 그대로 수소의 뿔을 이용해 만든 단추라고 한다. 옷을 만드는데 소의 뿔이 사용되었다는 게 조금 미안하기는 하지만 나름 최고급 자연소재로 여러 의류에서 활용되고 있다. 자연적인 상태의 소뿔을 잘라서 만들기 때문에 불규칙적인 무늬를 자랑하는 소뿔 단추는 밀도가 매우 높아 내구성이 무척 강하고, 그렇기 때문에 단가도 다른 플라스틱 단추에 비해 높은 편이라고 한다. 어느 것 하나도 일정하지 않기에 생산단계에서 더 꼼꼼한 검수가 요구되는 소뿔 단추가 요즘 여기저기에서 많이 사용되는 것을 보니 디테일에서 퀄리티 차이를 내기 위한 여러 브랜드들의 세심한 선택을 엿볼 수 있는 듯하다.


옷을 이루고 있는 수많은 디테일은 이 밖에도 굉장히 많겠지만, 내 옷장의 옷들을 살펴보면서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디테일에 대해서 소소하게 소개해보았다. 신경 써서 보지 않으면 놓칠 수 있는 것들이지만, 각자의 자리에서 제 역할을 다 하고 있는 작은 것들이 있기에 오늘도 옷을 입는 것이 신나고 자세히 알아가는 것이 즐거운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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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담'과 함께하는 포스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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