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사소한 Mar 22. 2020

소중한 내 옷, 더 오래 입고 싶다면?

일상적으로 실천하고 있는 의류 및 가방 관리법

'살까? 진짜 살까?' 고민하다 품절. '그래도 좀 비싼 것 같아, 포기하자' 중얼거리다 또 품절. 두 해가 넘어가도록 갖고 싶어 발을 동동 구르던 제품을 드디어 손에 넣었다. 세탁은 해야 하는데 혹시나 원단이라도 상할까 세탁기에 넣지도 못하고, 드라이클리닝은 사치 같고. 조금 고민하다가 팔을 걷어붙이고 미지근한 물에 세제를 풀어 조물조물 손빨래를 시전 했다. 부피감 있는 옷을 물에 적시니 무게는 천근만근. 하지만 좋다고 콧노래를 부르며 성실하게 빨래를 하는 내 모습에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와, 난 옷을 정말 좋아하나 봐'


많은 제품 중 찰나의 시간만 함께하고 굿바이 이별을 고하는 불꽃같은 아이도 있지만, 수년 동안 나와 함께 이곳저곳을 여행하며 조금씩 닳아가고 있는 소꿉친구도 있다. 소중한 것을 1g씩 잃어가는 느낌이 아쉬워 자연스럽게 찾아보게 된 의류와 가방 관리법. 조금 귀찮아도 시간을 내어 생활에 적용하면 마치 식물을 가꾸듯 상쾌하기도 하고, 반려동물을 성장시키는데서 오는 뿌듯함까지 느껴진다. 별거 아니긴 하지만 일상 속 개인적인 의류 및 가방 관리법을 소개하고자 한다.




1. 한 겹 씌워 보호해 주세요


값이 좀 나가는 브랜드 가방을 구입했다고 상상해보자. 박스를 열고 유산지를 젖히면 내용물을 감싸며 우리를 애태우는 친구, 더스트백이 있다. 두툼한 의류의 경우에는 옷걸이가 포함된 견고한 슈트 케이스가 될 수도 있겠다. 더스트백이나 슈트케이스가 포함된 것들은 재질이 부드러워 상하기 쉽거나, 아니면 그냥 고가의 원자재가 아낌없이 사용됐거나 그만큼의 보호가 필요한 제품이다. 그러므로 착용하지 않는 경우에는 더스트백에 한번 감싸 보관하는 게 제품과 더 오래 함께할 수 있는 방법이다. 가방의 경우에는 형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구입 시 채워져 있는 충전재도 버리지 않고 함께 넣어 보관하는 것이 좋겠다.




2. 옷장에 여유를 주세요


월급날마다 사고 싶은 것을 하나둘씩 모으다 보면 옷장은 금방 빽빽해진다. 나 역시도 비치된 옷장에 비해 아이템이 지나치게 많은 경우로, 걸어놓은 옷 사이에 빈틈이 없어 옷을 빼고 넣기 쉽지 않은 적도 있었고 그러다 보니 옷에 주름이 지거나 공기가 잘 통하지 않아 쾨쾨한 냄새가 나는 기분도 들었다. 또 가지고 있는 옷이 한눈에 들어오지 않다 보니 코디를 할 때도 뒤적이면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는 것 같더라.



나의 경우는 극단적으로 옷의 가짓수를 줄이기 위해 중고장터를 시작했다. 입지 않는 옷을 과감히 정리하는 것이 남아있는 옷들을 위한 배려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비움의 과정 속에서는 의외로 채워나가는 것만큼의 기쁨을 느낄 수 있어 생각보다 행복한 경험이기도 했다. 어느 정도 정리된 지금은 옷장에 공간적인 여유가 생겨 옷들끼리 마찰되지도 않고, 내가 찾으려는 아이템을 한 번에 찾을 수 있기 때문에 시간적으로도 위생적으로도 긍정적으로 변화했다. 옷도 숨을 쉬게 해주자.




3. 자주 세탁할 수 없다면, 탈취해 주세요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작은 먼지에도 민감한 편이라 평소 손도 자주 씻곤 하는 나는 옷에 대해서도 비슷한 걱정이 들곤 한다. '외출하고 돌아온 옷에도 보이지 않는 먼지가 많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다. 드라이클리닝에 돈을 아끼지 않는 것이 미래 소망이기도 하지만 몇 벌 맡기다 보면 금방 불어나는 클리닝 비용도 아직은 부담스럽다. 그리고 무조건 드라이클리닝이 답이 아니기도 하다. 너무 자주 씻어도 피부가 건조해지는 것처럼, 옷도 마찬가지일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민하던 차에 아주 적당한 제품을 발견하게 되었다. 이름하야 만들어 쓰는 탈취제!



솜이 꽉 들어찬 패딩, 비교적 질 좋은 옷감이 사용된 코트 등 자주 세탁하기 어려운 옷들이 있다. 청바지 등 세탁과는 거리를 둘 수록 좋은 아이템도 있고 말이다. 탈취제는 이런 친구들에게 효과가 참 좋다. 드라이클리닝은 2년에 한 번 정도씩만 맡기고, 외출하고 돌아온 패딩과 코트에 앞뒤로 탈취제를 가볍게 뿌려준다. 먼지를 완전히 제거하기는 어렵겠지만 물과 잘 융화되어 세탁 효과를 주는 제품이기에 탈취는 물론이고 아주 간단하게 세탁한 느낌을 준다. 꼭 두툼한 의류가 아니라도 괜찮다. 사람이 붐비는 곳에 입고 다녀온 티셔츠나 바지도 그냥 두기 찝찝하다면, 옷걸이에 잘 걸어두고 탈취제를 칙칙 뿌린 뒤 하루 정도 잘 말려서 다시 옷장에 넣으면 끝! 요즘은 탈취제 뿌리는 게 소확행이 될 정도이다.




4. 세탁을 할 거라면 올바르게 해 주세요


요즘 제일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부분이기도 한 세탁법은 '능수능란한 노련미'보다는 옷감과 소재에 따라 '올바르게'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다들 아끼는 옷을 생각 없이 빨았다가 물이 들거나, 옷감이 상해서 버리게 되는 일들을 크고 작게 경험해 보지 않았을까? (나 역시도 흰 양말과 빨간색 티셔츠를 같이 빨았던 어리석었던 시절이 있었다) 모든 옷감의 세탁법을 정확히 알기는 어려운 법이니 제일 정확한 세탁 정보가 담긴 케어라벨을 가장 먼저 확인해보고, 그래도 확신이 들지 않는다면 인터넷에 세탁법을 검색해 보는 습관을 추천한다.



우리 집 세탁기의 작동 방법과 세제를 넣는 위치만 알고 있다면 그 이후 과정은 모두가 가능하니 생략하겠다. 요즘은 워낙 세탁기도 잘 나오기 때문에 빨래를 잘못 돌려서 옷감이 쉽게 상하는 일은 많지 않겠지만 그래도 걱정이 된다면 빨래망 사용과 단독세탁을 권장한다. 더스트백으로 말린 옷을 보호하듯 빨래망으로 세탁할 옷을 한 번 더 감싸주면 옷감에 가는 직접적인 자극을 최소화할 수 있다. 또한 신경써야 할 의류라면 시간을 내어 단독세탁이나 분리 세탁으로 다른 옷감과 함께 세탁하여 발생할 수 있는 실수를 미연에 방지하는 것도 좋겠다.




5. 소중한 의류 보관법


가족들과 함께 공동으로 사용하는 옷장도 있지만, 내 방에 나만의 단독 옷장이 생겼을 때의 기쁨이 아주 확실했던 기억이 난다. 크지는 않지만 그 철에 자주 입는 옷들은 모두 보관해 둘 수 있는 옷장이 내 방에서 가장 좋아하는 공간이다. 그러다 보니 옷걸이, 바지걸이 등 수납을 도와줄 수 있는 보조용품에도 관심이 있는 편이다. 바지를 종류별 계절별로 쟁여두다 보니 점점 쌓여 옷장 밖까지 진출하는 바람에 구매한 바지걸이는 바지를 정리하고 공간을 아껴주는 본연의 목적뿐 아니라 바지를 쉽게 꺼낼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매우 만족스럽다.



깔끔한 화이트톤의 얇은 플라스틱 옷걸이를 여러 개 구입해 옷이 걸리는 높이도 나란히 맞춰놓는 게 좋았었는데, 니트 등 모양이 쉽게 변형될 수 있는 두툼한 옷에는 좋은 방법이 아니라는 것을 최근에 알게 되었다. 니트가 불룩하게 튀어나오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실리콘 처리가 된 둥글넓적한 옷걸이로 교체해주고, 계절이 완전히 바뀌면 말아서 보관할 생각이다. (니트는 거는 것보다 말아서 보관하는 게 좋다) 티셔츠나 셔츠 등 웬만한 옷들역시 개어두는 것보다 걸어두는 편이 좋다고 하여 이 습관은 해왔던 것처럼 계속 유지하면 되겠다.




6. 소중한 가죽 가방 보관법


소지하고 있는 가방 중 8할이 스크래치에 약한 소가죽 가방이기 때문에, 가죽 가방을 모으기 시작하면서 제일 먼저 구입하기 시작한 것이 가죽 로션이라는 것이었다. '이런 게 진짜 있어?' 반신반의할 정도로 별게 다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이제는 내 얼굴에 바르는 수분크림 같이 다 써가면 미리미리 쟁여둬야 하는 필수 아이템이 되었다. 조직이 부드러운 천에 로션을 동전 크기만큼 짜서 가죽 가방에 부드럽게 마사지하듯 발라 흡수시킨다. 보통 외출하고 돌아와 작은 얼룩이 묻은 경우, 불가피하게 비에 살짝 맞은 경우, 주름이 눈에 띄는 경우에 바른다.



이음새나 모서리, 스트랩 부분까지도 꼼꼼하게 발라주면 가죽의 색상이 조금 더 선명해진 느낌과 동시에 반질반질해지며, 로션이 보호막을 만들어 이후 생길 다른 오염이나 상처를 미리 방지할 수 있다. 로션을 바른 뒤에는 하루 정도 충분히 말린 뒤 다시 더스트백에 넣어 옷장 속에서 눌리지 않게 잘 보관해주면 된다. 구입하고 개시하기 전에 처음, 그리고 가방을 꾸준히 사용하며 중간중간 가지는 가죽 마사지 타임은 나에게 아주 효과 좋은 피로회복제와도 같다. 그런 시간이 나에게는 가벼운 스트레스가 날아가는 힐링타임이기 때문이다.




값이 비싸서 그 자체로 소중해지는 물건도 있지만, 값이 그리 많이 나가지 않아도 내 몸에 불편함없이 잘 맞고 편안한 느낌을 주는 옷들을 더 잘 관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이 글을 쓰게 되었다. 지내다보면 아무리 비싼 가치를 가져도 나에게는 그 가치가 유지되지 않는 친구들도 있었기에 무조건 채우기보다는 종종 비우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이라는 생각도 든다. 가끔은 귀찮아도 종종 힐링이 되는 일상 속 소중한 루틴들이 누군가에게는 유용하게 쓰이는 정보가 되길 바라며 이 글을 마친다 :)




글을 쓰고, 생각을 담는 글쓰기 모임

'쓰담'과 함께하는 포스팅입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