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사소한 Jun 27. 2020

방구석에서 패션디자이너 되는 법

리폼 : 내가 수선해 내가 입는 행복

언제부터인가 옷장에 들어갈 자리가 없어 내 방 곳곳에 켜켜이 쌓여가는 옷들이 마음에 걸려 옷장 다이어트를 한 지도 1년이 지난 것 같다. 중고장터에도 내놓고, 지인들에게 무료 나눔도 하고. 이미 다가온 여름철 옷도 어느 정도 정리했다고 생각했는데, 잊고 있던 충동구매 아이템들이 끊임없이 스멀스멀... 발견되는 요즘이다.


1번 친구

#부츠컷_팬츠

#시원한_린넨소재

#1년째_손안대는중


평소 즐기지 않는 부츠컷 스타일 때문인지 한 번 입고 다신 입지 않았는데, 중고로 내놓거나 누굴 주기도 애매해서 그냥 버려야지 했다. 어느 날 문득 심심풀이로 긴 바지를 무릎 위 길이로 잘라버리고 '이거 나쁘지 않지?ㅎㅎ' 하고 장난치듯 엄마에게 얘기했는데, 다음날 밑단을 깔끔하게 정리해 새 옷처럼 만들어 두셨더라. 그렇게 내게도 올여름 인기 아이템인 린넨 하프 팬츠 생겼다!


린넨 소재로 가볍게 입기 좋아 0이던 활용도가 100이 되었어요


버려질 운명이었던 옷감이 새로운 아이템이 되는 경험이 인상적이었는지, 아이쇼핑을 하던 어느 날도 문득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차려입기 쉽지 않은 더운 여름, 꾸안꾸 느낌에 모던한 감성까지 살짝 내주는 하프 슬랙스를  살까 말까 고민하다가 내가 이미 가지고 있는 바지와 비슷한 소재라는 걸 눈치채고 나서다.


2번 친구


#역시나_충동구매

#고급스러운_일바지..?

#스님을_떠올리는_회색


역시 잘 입지 않는 바지라 고민 없이 2차 가위질을 시작했다. 이번 후작업은 엄마 찬스가 아닌 스스로 해보기로 한다. 다리미로 다려 밑단 모양을 잡고 + 원단과 최대한 비슷한 색의 실을 찾아 + 기초 바느질로 고정만 해주면 끝. 얼추 쇼핑몰에서 봤던 하프 슬랙스 느낌이 다! 여름에 쾌적하 입을 수 있는 소재라 요즘 더더욱 손이 가는 2번 교복 바지 탄생!


왼쪽이 영감을 받은 쇼핑몰 이미지. (출처_슬로우앤드)


2개 아이템을 성공하고 나니 리폼 욕구가 뿜뿜 샘솟기 시작한다!

본격적으로 내 여름 옷장을 활짝 열어 수선할 대상을 눈에 불을 켜고 찾는다.


3번 친구


로고 그래픽이 마음에 들어 때가 탈 정도로 자주 입었던 반팔티. 하지만 어깨부터 떨어지는 소매 핏이 살짝 펄럭거려 입을 때마다 아쉽다고 느꼈기에 리폼 대상으로 더없이 적합했다! 소매를 없애 민소매 티셔츠로 만들면 더 괜찮을 것 같다는 확신에 차서 바로 바느질을 풀기 시작했다. 실밥을 정리해주고 살짝 바느질을 해서 안쪽으로 접힌 마감이 풀리지 않게 해 주었다. 한 여름엔 반팔만 입어도 덥던데, 올여름엔 시원한 민소매를 즐겨 입는 도전을 해볼까 한다 :)


알고보면 1번 친구와 함께 코디했던 그 티셔츠 (...)


리폼에서 얻은 사소한 찐 행복


우연하게 시작된 이번 리폼 경험은 나에게 충만한 행복감을 안겨 주었다. 잘 쓰지 않는 아이템을 물리적으로 제거해서 비워내는 방식으로만 아이템 다이어트를 해왔는데, 잘 쓰지 않던 것을 잘 쓸 수 있게 만들어주는 효용성 높은 새로운 방법을 찾았기 때문이다. 내 손으로 무언가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느껴지는 즐거움도 컸고 말이다 :)


내 리폼의 시작은 아쉬운 점이 있는 물건을 보완하거나 & 버릴 물건을 가지고 뭐라도 해보는 것에서 출발했다. 혹시나 질려버렸지만 애착이 있는 옷, 손이 잘 가지 않는데 아까운 옷이 있다면 마음에 드는 단추를 구입해 분위기를 바꿔보거나, 굴러다니는 패치 조각을 붙여보는 등 당장 할 수 있는 손쉬운 수선부터 시작해보길 추천한다!


남은 리폼 건을 소개하며 마쳐요

저 패치 아시는 분 계신가요? 후후

앞면이 무지라서 썰렁했던 검정 반팔티에 수년 전 떼어내서 보관만 하던 빨간 패치를 붙여 심심함을 덜어보려고 합니다. 요즘 진주 목걸이와 비즈공예도 다시 유행인 것 같은데요. 무려 10년 전에 충동구매해 방치만 해둔 진주 팔찌를 해체해서 목걸이로 만들어도 괜찮을 것 같아요 :)




글을 쓰고, 생각을 담는 글쓰기 모임
'쓰담'과 함께하는 포스팅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효율은 올리고 편견은 내리는 코디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