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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소한 Aug 23. 2020

올 가을, 어떤 트렌치코트가 좋을까?

N년째 가을마다 고민 중인 사람의 트렌치코트 개론

폭염이 찾아왔다. 매미가 시끄럽게 울어대는 더운 날씨지만, 8월의 끄트머리가 다가오자 많은 쇼핑몰들은 진작부터 선언한 시즌오프 세일을 갈무리하고 새로운 F/W 시즌 준비에 한창이다. 가을 상품을 재빠르게 선보여 이미 주문 행렬을 부르는 곳도 있고, 인스타그램에 멋지게 촬영 컷을 스포 하며 단골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브랜드도 있다.


나도 일찌감치 가을 옷을 준비하고 있는데, N년째 가을마다 가장 고심하게 되는 품목이 있으니 바로 트렌치코트(Trench Coat)다. 일상적으로 친숙하면서도 꼭 알아둘 필요가 있는 트렌치 코트라는 녀석에 대해 이 잡듯 파헤치는 즐거운 시간을 가져보려고 한다 XD




오른쪽 아저씨는 이미 트렌치코트를 입고 계십니다


갑자기 분위기 군인?


이미지 사이트 키워드로 'trench'를 검색하면 위와 같은 사진들이 나온다. 이게 뭔가 싶지만 놀랍게도 사전에서 trench뜻을 찾아보면 '참호'라고 나온다. 적의 공격에 대비하는 방어 설비를 의미하는 것으로, 왼쪽 사진처럼 몸을 피할 수 있도록 땅을 파서 만든 도랑이라고 보면 되겠다. 오른쪽 사진에서 눈치챌 수 있듯, 트렌치코트는 과거 외국에서 군인들이 전쟁 시기에 입던 옷이라는 사실을 나도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다.


출처 : 샵 아모멘토 (Shop Amomento)


이유 있는 트렌치코트의 구성요소들


바스락거리는 나일론 소재가 멋스러운 트렌치코트의 사진을 가져왔다. 일상 의류에 있어서 디테일을 가장 많이 가진 옷은 트렌치코트가 아닐까 생각하는데,  제품이 트렌치코트의 기본 디테일을 대부분 갖추고 있으니 함께 꼼꼼하게 살펴보도록 하자!


군인들이 입던 옷이라면 가장 잘 갖춰져야 하는 부분이 기능성일 것이다. 칼라와 러플, 주머니, 벨트가 이런 역할을 한다. 한쪽 가슴 부분에는 원단을 덧대 바람을 잘 피할 수 있게 하고, 허리에 파고드는 바람은 벨트를 이용해 꽉 묶을 수 있게 다. (사진에는 없지만 양쪽 소매에도 벨트와 버클을 두어 소맷자락으로 들어오는 바람도 막을 수 있다) 보통 트렌치코트는 단추를 가로로 나란히 배치하는 더블브레스트 형식을 많이 가지는데, 이도 여밈을 단단히 하기 위한 장치로 보면 되겠다. (역시 사진에는 없다)


출처 : 샵 아모멘토 (Shop Amomento)


견장과 비죠는 옷을 장식해주는 역할을 한다. (비죠는 칼라를 올리고 채워서 고정하는 역할도 있다) 드라마만 보더라도 군인 정복에 주렁주렁 배지와 함께 어깨에 무언가 달려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게 바로 견장이다. 트렌치코트에서 사용되는 견장 역시 군복에서 차용한 디자인 요소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보통 어깨에서 떨어지는 라인은 별도의 원단을 이어 붙이는 부분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각이 있기 마련이다. (코트와 자켓을 보면 알 수 있다) 하지만 래글런(Raglan / '나그랑'이라고도 칭한다)이란 어깨부터 겨드랑이 부분까지 한 번에 이어지는 봉제기법을 사용한 형태를 말한다. 착용하는 사람의 어깨 모양에 따라 자연스럽게 떨어지게 되므로 활동성이 좋고, 넓은 어깨를 상대적으로 덜 부각한다는 장점이 있다. 옛날 아쿠아스큐텀이라는 회사에서 워털루 전쟁에서 한쪽 팔을 잃은 래글런 남작 1세를 위해 만들어 시작되었다는 래글런 소매는 트렌치코트의 중요한 특징 중 하나라고 볼 수 있겠다.


그럼, 이제 다양한 트렌치코트를 만나보자!


N년째 봄/가을마다 어떤 트렌치코트를 입으면 좋을지 고민하고 있는 사소한 이야기를 들려드릴 차례다. 실제로 매년 구매를 검토하고 있는 브랜드나 제품을 정리하여, 다양한 형태감과 스타일을 가진 트렌치코트를 선별해서 소개하려고 한다. 트렌치코트 구매를 염두에 두고 계신다면, 참고가 되시기를!



빈폴 (BEANPOLE)

트렌치코트의 대명사라고 할 수 있는 명실상부 트렌치코트 맛집, 빈폴의 작년 F/W 제품이다. 안감에 체크 원단을 아낌없이 사용해, 빈폴스러움을 폴폴 풍기고 있다. 소매를 돌돌 접으면 살짝 드러나는 체크 안감이 키포인트!



마치 탐정을 연상시키는 등 쪽 러플 디자인과 빈폴의 이름이 각인된 단추에서 클래식함이 덧보이며, 목 뒤 편에 달린 비죠도 상당히 특이한 형태로 부착되어 유니크함을 더하는 제품이라 눈이 갔다. 칼라를 위로 올리면 드러나는 체크 안감도 바람이 부는 날에 포인트로 살리기 좋을 하다. 하지만 언급한 디테일을 제외하면 앞쪽 착용 모습은 상당히 베이직한 편이라서 디테일이 많은 제품을 선호하는 나라면 구매는 바이 바이. 간결하고 정통 클래식인 스타일을 추구하지만, 살짝의 반전을 원한다면 빈폴의 이 트렌치코트를 추천한다.



레터프롬문 (Letter from Moon)

러블리한 스타일을 추구하는 디자이너 브랜드의 페미닌 한 트렌치코트이다. 앞서 소개한 트렌치코트의 디테일들이 상당히 배제되어 있는 깔끔한 스타일이다. 하지만 칼라를 널찍하게 디자인해 얼굴 두상을 상대적으로 작아 보이게 하는 효과를 주며, 어깨와 소매 부분에 셔링(주름)을 넣어 쉐입의 볼륨감을 살렸다.



사실 이 트렌치코트를 소개하고 싶었던 이유는 민트그레이 컬러감이 너무 취향이기 때문이다. 많은 트렌치코트를 구경해 봤지만 카키 계열의 트렌치코트는 어느 정도 컬러셋이 한정되어 있는데, 이 컬러는 색감을 정말 잘 뽑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지나치지 않은 소녀스러움을 추구하면서 독특한 컬러의 트렌치코트를 찾고 있다면 이 제품은 어떨까! 트렌치코트의 전형을 깨고, 블라우스 형태감으로 디자인된 것 또한 특색 있게 느껴질 수 있을 것 같다. (다만, 체구가 아담한 분에게 더욱 잘 어울릴 것 같다)



노이커먼 (NOYCOMMON)

'실용적이면서 무난한데?' 생각했던 트렌치코트는 꽤 괜찮은 의류를 제작하는 디자이너 브랜드, 노이커먼의 이었다. 앞쪽에는 러플이 없지만 뒤쪽에 배치해서 단조로움을 없앴고, 소매에 단추를 두어 소매통을 조절할 수 있게 하는 트렌치코트의 정통 디테일을 살렸다. 여기에 허리에 스트링을 넣어 핏 조절이 가능하게 하고, 왼쪽 팔에 포켓을 두었으며 톤온톤의 후드를 탈부착 가능하게 하여 실용성을 2배 올려주었다.


트렌치코트에 후드를 더하는 시도가 흔치 않아서 일단 후드 카드가 있다고 하면 관심도가 확 올라간다. 단정하고 차분한 느낌을 원한다면 후드를 떼어내고, 캐주얼함과 발랄함을 살리고 싶은 날에는 후드를 더하는 2 way 방식은 같은 옷으로 2가지 효과를 낼 수 있어 코디에 즐거움을 준다. 다만 스트링을 묶어서 허리둘레를 조절하는 방식의 옷은 꽤나 귀찮음을 유발할 수 있으니 부지런해야 한다!



메인부스 (MAINBOOTH)

작년 가을에 출시된 메인부스의 오버사이즈 트렌치코트이다. 내가 좋아하는 정통 트렌치코트의 디테일이 모두 들어간 제품이라고 할 수 있다. 조금 페미닌 한 무드의 트렌치코트를 구입했다가 한 철 입고 매물로 내놓은 적이 있어서, 캐주얼한 무드가 중점이 되는 트렌치코트가 나에게 맞겠다고 생각하던 차에 이 제품이 다시 눈에 들어왔다. (2019년부터 사고 싶었음) 단추와 버클 색상이 원단 색상과 카멜레온처럼 일치하는 부분도 취향이었다.


다만 고민이 되는 부분은 핏인데, 오른쪽 사진처럼 벨트를 걸었을 때 남아서 주름지는 원단이 저 정도라는 점은 상당히 오버사이즈라는 반증이라서 고민하고 있다. 어깨 견장이 아웃핏에서 톡 튀어나오게 디자인되지 않고 라인에 묻히게 되어있는 디테일도 사소하지만 나에겐 중요하다. 견장이 있는 디자인을 선호하는 편인데, 너무 두껍거나 과하면 어깨에 가방을 멜 때 불편한 점이 있다는 팁도 드리고 싶다.



엔오르 (ENOR)

마지막으로 소개할 트렌치코트는 '트렌치코트계의 트랜스포머'라고 할 수 있는 엔오르의 제품이다. 알 만한 사람들은 아는 디자이너 브랜드인 것 같은데, 내 기준으로 아우터 맛집으로 분류한 만큼 트렌치코트도 참 신박하다. 무려 3 way 연출이 가능한 제품으로 2개의 피스를 모두 갖춰 입으면 위와 같은 사진이 된다.



소매가 없는 피스는 왼쪽 사진과 같이 롱 베스트로 연출이 가능하며, 소매가 있는 피스는 칼라가 없는 노카라 자켓으로 활용할 수 있다. 베스트 위에 노카라 자켓을 얹어주고 카라를 밖으로 빼주면 트렌치코트 형태로 합체 완성! 새로운 디자이너 브랜드의 새로운 시도들은 패션을 참 즐길 수 있게 만들어주는 것 같다. 다양한 연출이 가능한 만큼 가격대는 높은 편이지만, 의류의 활용도를 높게 평가하는 분이라면 엔오르와의 만남도 한 번쯤 추천드려 본다.























더위가 흔적을 감추고 가을바람이 선선하게 불어오기 시작하면, 이제 베이지색 트렌치코트를 입은 사람들을 길에서 수도 없이 만나게 될 것이다. 나는 비슷한 옷을 입은 트렌치 군단이 되는 것은 싫어서 올해 가을은 카키색 트렌치코트에 도전해보려고 한다. 그래도 그만큼 많은 사람들에게 편하게 다가가는 옷이라는 반증이니, 트렌치코트는 누구에게나 가을이 되면 한 번쯤은 입고 싶은 친구인가 보다.


멋진 트렌치코트를 많이 만날 수 있는 가을을 기다리며, 다시 심해진 코로나 19에 건강 유의하시길 바란다.




글을 쓰고, 생각을 담는 글쓰기 모임
'쓰담'과 함께하는 포스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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