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필요해서 산다고 말하면서도 막상 새 옷을 들이고 나면 이쪽저쪽 옷장에서 발견되는 꽤 비슷한 옷들. 없어서 사야 하고, 꼭 필요해서 사야 한다는 말은 결국 이 옷을 사기 위한 합리화였다는 것을 뒤늦게 느끼면서도 나 역시도 항상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있는 것 같다. (ㅎㅎ) 옷을 많이 구경하는 만큼 많이 사게 되는 나이지만, 계절이 바뀌고 옷장 정리를 하며 문득 조금은 더 합리적인 소비를 하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그래서 '오늘의 코디'라는 적절한 애플리케이션의 힘을 빌려 내 옷장을 한눈에 볼 수 있게 하자는 결심을 하고 실천에 옮겼다.
홈 화면 (좌) & 옷장 화면 (우)
앱의 첫 화면인 '홈'에는 다른 사용자들이 올린 코디 콘텐츠가 실시간으로 올라온다. 이 앱의 목적이 '내가 가진 옷을 통해 코디를 쉽게 하고 남들과 공유하는 것'인데, 나는 옷장 기능만을 사용하기 위해 앱을 다운로드했고 코디한 결과물을 공유하지는 않는다. ('옷장'을 첫 화면으로 바꿀 수 있는 설정 기능도 있었으면 한다!)
배경 자동삭제 기능화면 (좌) & 옷 등록 화면 (우)
'옷장'은 내 옷을 촬영하고 간단하게 메모할 수 있는 기능이다. 상의, 하의, 원피스, 아우터, 신발, 액세서리 카테고리 별로 분류해서 등록이 가능하고, 옷의 뒷 배경을 제거할 수 있는 간단한 기능도 제공하고 있어서, 사진만 잘 촬영한다면 꽤 깔끔하게 내 옷장을 한눈에 들여다볼 수 있다. 판매처에서 제공하는 정면 사진을 활용하면 조금 더 깨끗하게 정리할 수도 있어, 최근에 구매한 옷들은 그렇게 정리해봤다.
나는 워낙 다양한 방식으로 데이터베이스 화하는 것을 좋아하는 약간 피곤한 성격이라, 앱 다운로드 초반에 옷장을 채워나가는 것이 너무 재미있었다. 하지만 카테고리별로 계절별로 아이템을 모두 정리하려다 보니 시간적인 한계가 있어 몇 주에 걸쳐 작업을 진행했다. 브랜드, 제품명, 카테고리, 색상이 잘 드러날 수 있도록 메모 기능도 알차게 활용해 봤다. (예) [SHOPONUK] Fake Leather Jacket (Black)
짬나는 대로 부지런히 옷장을 채워가니 옷장을 뒤져보지 않으면 기억해낼 수 없는 잊혀 가던 여러 벌의 옷들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위치 이동 기능을 통해 카테고리 내에서 계절감이나 두께감에 따라 비슷한 옷들끼리 묶어두니 비슷한 옷들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도 잘 보였다. 새 옷을 구입하기 전에 해당 카테고리만 훑어봐도 불필요한 소비를 줄일 수 있을 것 같다.
코디 캔버스 화면 (좌) & 아이템 고르기 화면 (우)
나는 기분이 좋은 날이나 중요한 약속이 있는 전날에는 입을 옷을 미리 코디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이제는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 굳이 옷장을 열지 않더라도 이 앱을 캔버스에서 옷을 셀렉해 코디할 수 있을 것 같다. (빨간색으로 표시한 부분을 위로 스와이프 하면 내 옷장 전체 아이템을 볼 수 있고, 초록색으로 표시한 부분을 좌우로 스와이프 하면 카테고리별 아이템을 고를 수 있다. 아이템이 많은 경우에 좌우 스와이프는 좀 지치더라;)
마지막으로 이 앱의 가장 중요한 장점은 내게 불필요한 아이템을 캐치할 수 있다는 것. 진짜 옷장을 열어서 '이걸 처분할까 말까' 고민하다 보면 옷장 문을 그냥 닫게 되는데, 이 앱을 열어 수많은 옷들 속에 파묻혀 있는 그 아이템을 바라보고 있으면 '이거 없어도 아무 지장 없는 거였네' 생각이 들면서 신경이 쓰이더라. 실제로 잘 사용하지도 않으면서 욕심으로 끙끙 가지고 있는 것들 몇 개를 골라 중고 판매로 바로 처분해 버렸다. 그리고 앱 속 내 옷장에서 '삭제'해 버리는 쾌감! 이상하게 참 기분이 좋았다.
요즘 '신박한 정리'라는TV 프로그램이 꽤나 핫한 모양이다. 거기에서 신애라 님이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새 옷을 하나 사면 기존에 있던 옷을 두 개는 정리해야 한다"라고. 이렇게만 한다면 옷장이 넘쳐서 내 옷장 속에 무슨 옷이 있는지 당최 모르겠는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을까 싶다. 수많은 옷더미에 짓눌려 옷장도 마음도 불편한 분이 계시다면, 오늘의 사소한 팁을 실천해보면 어떨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