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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소한 Sep 06. 2020

똑똑한 소비를 만드는 옷장의 DB화

지금 내 옷장에 어떤 옷들이 걸려있는지 아시나요?

꼭 필요해서 산다고 말하면서도 막상 새 옷을 들이고 나면 이쪽저쪽 옷장에서 발견되는 꽤 비슷한 옷들. 없어서 사야 하고, 꼭 필요해서 사야 한다는 말은 결국 이 옷을 사기 위한 합리화였다는 것을 뒤늦게 느끼면서도 나 역시도 항상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있는 것 같다. (ㅎㅎ) 옷을 많이 구경하는 만큼 많이 사게 되는 나이지만, 계절이 바뀌고 옷장 정리를 하며 문득 조금은 더 합리적인 소비를 하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그래서 '오늘의 코디'라는 적절한 애플리케이션의 힘을 빌려 내 옷장을 한눈에 볼 수 있게 하자는 결심을 하고 실천에 옮겼다.


홈 화면 (좌) & 옷장 화면 (우)


앱의 첫 화면인 '홈'에는 다른 사용자들이 올린 코디 콘텐츠가 실시간으로 올라온다. 이 앱의 목적이 '내가 가진 옷을 통해 코디를 쉽게 하고 남들과 공유하는 것'인데, 나는 옷장 기능만을 사용하기 위해 앱을 다운로드했고 코디한 결과물을 공유하지는 않는다. ('옷장'을 첫 화면으로 바꿀 수 있는 설정 기능도 있었으면 한다!)


배경 자동삭제 기능화면 (좌) & 옷 등록 화면 (우)


'옷장'은 옷을 촬영하고 간단하게 메모할 수 있는 기능이다. 상의, 하의, 원피스, 아우터, 신발, 액세서리 카테고리 별로 분류해서 등록이 가능하고, 옷의 뒷 배경을 제거할 수 있는 간단한 기능도 제공하고 있어서, 사진만 잘 촬영한다면 꽤 깔끔하게 내 옷장을 한눈에 들여다볼 수 있다. 판매처에서 제공하는 정면 사진을 활용하면 조금 더 깨끗하게 정리할 수도 있어, 최근에 구매한 옷들은 그렇게 정리해봤다.



나는 워낙 다양한 방식으로 데이터베이스 화하는 것을 좋아하는 약간 피곤한 성격이라, 앱 다운로드 초반에 옷장을 채워나가는 것이 너무 재미있었다. 하지만 카테고리별로 계절별로 아이템을 모두 정리하려다 보니 시간적인 한계가 있어 몇 주에 걸쳐 작업을 진행했다. 브랜드, 제품명, 카테고리, 색상이 잘 드러날 수 있도록 메모 기능도 알차게 활용해 봤다. (예) [SHOPONUK] Fake Leather Jacket (Black)


짬나는 대로 부지런히 옷장을 채워가니 옷장을 뒤져보지 않으면 기억해낼 수 없는 잊혀 가던 여러 벌의 옷들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위치 이동 기능을 통해 카테고리 내에서 계절감이나 두께감에 따라 비슷한 옷들끼리 묶어두니 비슷한 옷들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도 잘 보였다. 새 옷을 구입하기 전에 해당 카테고리만 훑어봐도 불필요한 소비를 줄일 수 있을 것 같다.


코디 캔버스 화면 (좌) & 아이템 고르기 화면 (우)


나는 기분이 좋은 날이나 중요한 약속이 있는 전날에는 입을 옷을 미리 코디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이제는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 굳이 옷장을 열지 않더라도 이 앱을 캔버스에서 옷을 셀렉해 코디할 수 있을 것 같다. (빨간색으로 표시한 부분을 위로 스와이프 하면 내 옷장 전체 아이템을 볼 수 있고, 초록색으로 표시한 부분을 좌우로 스와이프 하면 카테고리별 아이템을 고를 수 있다. 아이템이 많은 경우에 좌우 스와이프는 좀 지치더라;)


마지막으로 이 앱의 가장 중요한 장점은 내게 불필요한 아이템을 캐치할 수 있다는 것. 진짜 옷장을 열어서 '이걸 처분할까 말까' 고민하다 보면 옷장 문을 그냥 닫게 되는데, 이 앱을 열어 수많은 옷들 속에 파묻혀 있는 그 아이템을 바라보고 있으면 '이거 없어도 아무 지장 없는 거였네' 생각이 들면서 신경이 쓰이더라. 실제로 잘 사용하지도 않으면서 욕심으로 끙끙 가지고 있는 것들 몇 개를 골라 중고 판매로 바로 처분해 버렸다. 그리고 앱 속 내 옷장에서 '삭제'해 버리는 쾌감! 이상하게 참 기분이 좋았다.



요즘 '신박한 정리'라는TV 프로그램이 꽤나 핫한 모양이다. 거기에서 신애라 님이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새 옷을 하나 사면 기존에 있던 옷을 두 개는 정리해야 한다"라고. 이렇게만 한다면 옷장이 넘쳐서 내 옷장 속에 무슨 옷이 있는지 당최 모르겠는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을까 싶다. 수많은 옷더미에 짓눌려 옷장도 마음도 불편한 분이 계시다면, 오늘의 사소한 팁을 실천해보면 어떨까 싶다!




글을 쓰고, 생각을 담는 글쓰기 모임
'쓰담'과 함께하는 포스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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