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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소한 Sep 20. 2020

옷 쇼핑 호갱에서 고수까지 ① 호갱 편

5년 전부터 지금까지 훑어본 쇼핑 발자취 : 어디서, 어떻게 쇼핑을 했나

**1편과 2편으로 구성된 글입니다.


작년의 내가 썼던 쇼핑 관련 글 몇 개를 최근 다시 읽어보았다. 어떤 쇼핑몰에서 산 스트라이프 티셔츠가 그렇게 마음에 쏙 들었다고 써놨다. 음? 지금 그 티셔츠 거의 안 입고 있는데? 질 좋은 옷을 파는 브랜드를 추천해달라는 독자분의 댓글에는 어떤 쇼핑몰 제품이 괜찮은 것 같다고 답글을 써놨다. 음? 이후로 그 쇼핑몰에서 옷 한 개도 안 샀는데? 불과 1년밖에 지나지 않았음에도 내가 생각하는 좋은 브랜드와 좋은 옷의 기준이 많이 바뀌어있다는 것을 단번에 느낄 수 있었다.


일반적으로 어떤 연구집단이 일반화된 결론을 내릴 때, 매년 지속적으로 추이를 살피는 궤적 조사를 하지 않던가? 내가 패션과 브랜드에 대한 글을 계속 써 나가기 위해서도 내 쇼핑 생활을 되돌아보고 추적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오늘의 글을 준비하게 되었다. 5년 전이나 지금이나 한결같이 쇼핑을 즐기는 나지만, 쇼핑에 있어 중요하게 생각했던 가치관들은 어떻게 변화했을까?


[요약] 오늘 글에서 가장 말하고 싶은 Key Point

- 누군가 말하는 좋은 브랜드/옷의 기준은 시시각각 변할 수 있어요. 저도 한 달 전과 지금이 다르네요.
- 멋진 디자인보다 훨씬 중요한 것은 원단과 봉제방법입니다. (쇼핑 호구 시절에 이것만 알았어도...)
- '얼마 이상 구매 시 무료배송'에 현혹되지 마세요. 낭비를 불러오는 지름길입니다. 딱 살 옷만 사세요.
- 배송을 받아본 후 상품이 별로일 때 꼭 반품하세요. 그 순간 마음에 들지 않으면 정말 안 입게 됩니다.
- 번개장터, 당근마켓, 중고나라 : 팔리는 물품의 성격이 서로 다른 편입니다. 전략적으로 판매하세요.




저렴한 가격이 제일 중요했어요 : 5년 전


지금은 손사래를 치며 거부할, 기괴한 프린팅의 맨투맨을 즐겨 입던 5년 전의 나. '도대체 이런 걸 어디에서 샀을까' 애써 기억해 보자면 보세 의류를 잔뜩 늘어놓고 판매하는 지하철역 지하상가였던 것 같다. 원단과 봉제라는 개념마저 없었을 쇼핑 상꼬마가 구입했던 옷들은, 힘이라고는 1도 없는 얇디얇은 원단에 허술한 마감까지 더해져 절대 오래 입을 수 없는 옷들.


그저 마음에 드는 디자인을 저렴한 가격에 사서 한 철 입을 수 있다면 그걸로 만족했으니, 이 시절의 옷들은 처분도 이미 수년 전에 끝내고 저 멀리 기억의 안드로메다로 사라져 버렸다. 또 재미있는 점은 입었던 아우터가 죄다 백화점 여성의류 브랜드였다는 점. 아마도 아우터는 함께 쇼핑 갔던 엄마의 취향대로 선택되었나 보다.




온/오프라인 편집샵을 맛보다 : 4년 전


이 해에는 보세의류 외에 국내 SPA 브랜드 옷을 한 벌 구입했었던 모양이다. 여전히 아우터는 백화점에서 구입하는 듯했지만, 눈에 띄는 변화가 있었으니 바로 온/오프라인 편집샵에서 3회 정도 옷과 가방을 구매한 이력이었다. 내 쇼핑 생활에 한 획을 그었다고 볼 수 있는 무신사 스토어와, 지금은 자주 가지 않는 에이랜드에서였다.


힘겹게 기억을 더듬어 보자면, 두 군데 모두 내가 평소 구매하던 가격대보다 비싸서 구매를 망설였던 감정이 떠오른다. 하지만 SPA 브랜드도 그렇고 편집샵에서는 쇼핑의 경험적 가치가 훅 올라갔다. 백화점에서처럼 말을 걸어오는 점원도 없었고, 디자인이 매우 다양했으며 무엇보다 피팅해보기가 편해 쇼핑의 맛이 생겼다고 할까.




처음으로 생긴 단골 쇼핑몰에 취하다 : 3년 전


오프라인에서 옷을 구매하는 루트가 조금 다양해졌다. 대형 쇼핑몰 안에 입점해있는 TWEE / PIGMENT에서 맨투맨과 니트 등을 구매해 입고 다녔고, 해외 유명 브랜드의 빈티지 제품만 판매하는 샵에서 져지도 구매했었다. 베이직하고 트렌디한 스타일을 기반으로 강렬하고 유니크한 룩에 대한 관심도 점차 생겼었나 보다.


수입이 일정해진 덕분인지, 같은 온라인 쇼핑몰에서 2~3벌씩 옷과 아이템을 주기적으로 사재 끼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다. 상하의는 물론 아우터와 신발, 액세서리까지 대부분의 아이템을 '프롬비기닝'이 책임지던 시절. 고정적으로 옷을 구입하는 루트가 생겼다는 사실이 뭔가 뿌듯했는지 순간의 기쁨에 취해 사리분별이 잘 안됐었다. 굳이 필요하지도 않은 물건까지 장바구니에 담아 기어이 무료배송을 만들어냈고, 막상 받아본 상품이 별로였어도 반품 절차를 밟지 않았기 때문이다. 온라인 쇼핑에 있어 가장 주의해야 할 나쁜 습관들이었지...




가지고 싶은 건 가져야! 소비라는 것이 폭발했다 : 2년 전


장기적으로 다져진 지름신 덕분인지 프롬비기닝에서의 주문금액은 가랑비에 옷 젖듯이 높아져갔다. 게다가 지금까지 언급된 모든 판매처(보세, SPA, 빈티지샵, 온/오프라인 편집샵)에 더해 해외 유명 브랜드와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에 마음을 빼앗긴 탓에 소비라는 것이 폭발했던 시기가 지금으로부터 2년 전이다.


11월 블랙프라이데이를 통해 무분별한 소비가 정점을 찍은 직후, 신나게 돈을 쓰던 나는 점차 쇼핑이라는 행위에 회의감이 들기 시작했다. 입지 않는 옷, 메지 않는 가방, 신지 않는 신발, 쓰지 않는 모자들로 옷장과 수납장이 턱없이 부족했기 때문에 내 방 선반에 옷을 쌓아두곤 했는데, 어느 날 선반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이러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번쩍 들어 필요 없는 아이템을 따로 구분하기 시작했고 그것들을 처리할 방법만 생각했다.


사용감이 거의 없고 무게가 가벼운 인기 제품들은 택배거래가 기본인 번개장터에. 무게가 나가는 아우터, 저렴하게 판매해도 무방한 것들, 생활용품 등은 직거래 기반의 당근마켓에 올렸다. 빨리 처분하고 싶은 것들은 중고나라에 중복으로 게시했으며 오랫동안 팔리지 않거나 판매가 애매한 것들은 지인들에게 그냥 나눠주었다. 이상하게도 물건을 떠나보내는 날엔 마음이 너무 좋았고 가벼웠다. '비워내기'의 묘미를 배웠던 순간이었다.



이후 내용들은 다음 글에서 계속됩니다.


> 디자이너 브랜드 경험치를 쌓다 : 작년

> 품질만이 답! 고수의 쇼핑을 시작하다 : 현재

> 아는 만큼 보인다, 최고의 쇼핑을 위한 지식 : 미래




글을 쓰고, 생각을 담는 글쓰기 모임

'쓰담'과 함께하는 포스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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