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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소한 Oct 04. 2020

옷 쇼핑 호갱에서 고수까지 ② 고수 편

5년 전부터 지금까지 훑어본 쇼핑 발자취 : 어디서, 어떻게 쇼핑을 했나

위 글에서 이어집니다.


> 저렴한 가격이 제일 중요했어요 : 5년 전

> 온/오프라인 편집샵을 맛보다 : 4년 전

> 처음으로 생긴 단골 쇼핑몰에 취하다 : 3년 전

> 가지고 싶은 건 가져야! 소비라는 것이 폭발했다 : 2년 전




디자이너 브랜드 경험치를 쌓다 : 작년


현실적으로 원단, 봉제 등 퀄리티의 완전성을 크게 기대할 수 없는 보세 의류나 체형적 특징을 커버할 수 없는 프리사이즈가 넘치는 저가 오프라인 편집샵 제품에 이골이 나 있었던 나는, 사이즈를 최소 두 단계 이상 선택할 수 있는 기성 브랜드나 비교적 어느 정도 이상의 퀄리티를 보장하고 있다는 디자이너 브랜드로 넘어와 쇼핑을 지속하고 있었다.


특히 트렌드에 뒤처지지 않으면서 유니크한 디자인으로 사랑받는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의 매력에 사로잡혀 꽤 많은 아이템을 구매했는데, 내가 경험한 어떤 곳보다도 똑똑한 소비가 필요한 판매처 군이며 비싼 제품이라고 해서 반드시 좋지만은 않다는 사실도 깨닫게 해 준 곳이라고 할 수 있다. (20~30대 젊은 층을 타깃으로 하면서 / 유명 온라인 편집샵에 입점하거나 단독 자사몰 형태로 판매하는 / 화보 수준의 제품 이미지 퀄리티를 제공하며 / 당연히 가격도 그만큼 높아질 수밖에 없는 / 자체 제작 위주의 제품을 전개하는 브랜드라고 스스로 정의했다)


기성 브랜드와 비교해 업력이 오래되지 않았기 때문에 상당수의 제품이 디자인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사용감이나 착용감, 내구성이 좋지 않을 수 있다는 맹점이 존재한다. 실제로 나는 작년에 디자이너 브랜드에서 구매한 제품의 30% 정도는 반품이나 리셀을 했다. 높아지는 가격만큼 제품의 퀄리티를 당연히 기대할 수밖에 없는데, 그 부분에서 실망을 안겨주는 제품들이 꽤 있다는 소리다. 그래서 디자이너 브랜드 제품은 가능하면 직접 눈으로 확인한 후 구매하는 것을 권장한다.


하지만 디자이너 브랜드에서는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던 탁월한 센스와 감각으로 제품을 만들어낸다. 그렇기에 매 시즌마다 '어떻게 이런 시도를?' 반복하고 '어떻게 이런 컬러감을?' 구현할 수 있는지 감탄을 자아낼 수밖에 없다. 느낌 있는 외국인 모델을 기용해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룩북을 끊임없이 찍어내는 덕분에 높은 가격에 놀라고 품질에 당황하면서도 '예쁘니까 용서'할 수밖에 없는 것이 디자이너 브랜드의 파워다.





품질만이 답! 고수의 쇼핑을 시작하다 : 현재


작년까지 차곡차곡 쌓였던 쇼핑 경험치는 나의 구매 방식을 180도 변화시켰다. 사야 할 물건을 먼저 정해놓고 다양한 판매처를 찾아 떠나는 방향으로 말이다. 수도 없이 실패한 만큼, 척 보면 내게 맞는 제품인지 아닌지를 볼 수 있는 눈이 생긴 덕분이다. 다양한 보세 상점, 온라인 편집샵, 기성 브랜드, 디자이너 브랜드, 블로그 마켓 할 것 없이 내가 원하는 상품이 있을 것 같은 곳이라면 어디든 여행을 떠난다.


일단 어떤 품목을 사야겠다고 결정한 후 반드시 충족해야 하는 조건들을 설정한다. 예시로 [색상은 부드러운 느낌의 연한 카키색이어야 하고 + 다른 디테일은 몰라도 뒷날개와 허리끈은 반드시 있어야 하며 + 가격이 00원을 초과하지 않고 + 반품이 가능해야 하며 + 원단의 두께감이 두툼하지 않고 + 포멀 한 느낌보다 내추럴한 느낌을 낼 수 있어야 한다]처럼. 실제로 최근에 트렌치코트 구매를 위해 걸었던 나의 아주 상세한 필수 조건이었다.


그렇다면 이제 필터 기능으로 제품을 골라낼 수 있는 온라인 스토어부터 샅샅이 파헤친다. 입점한 브랜드 수가 가장 많은 '무신사', 10대~20대 타깃의 '지그재그', 20대~30대를 대상으로 하는 'W컨셉'과 '29CM'를 기본으로 훑은 뒤 평소 자주 찾아가는 브랜드 쇼핑몰도 항상 주시한다. 그래도 충족하는 상품을 찾을 수 없다면 자주 가는 쇼핑몰과 유사한 무드를 가진 쇼핑몰과 오프라인 스토어까지 짬짬이 발품을 팔아 가장 최적의 제품을 찾아낸다. 제품을 찾았다면 원단 혼용률과 실측 사이즈까지 반드시 확인해 주문하고, 배송 후 마감 퀄리티나 착용감 등을 살핀 뒤 반품 여부를 결정한다. 끝까지 만나지 못하는 경우에는 구매를 내년 시즌으로 넘긴다. 어느 한 구석이라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결국 그 아이와 오래도록 함께하지 못할 것을 이제는 알기 때문에.




아는 만큼 보인다, 최고의 쇼핑을 위한 지식 : 미래


이렇게 쇼핑을 하다 보면 낭비를 줄일 수 있는 것은 당연하고, 낙점된 그 아이템과 비교적 오래 함께 할 수 있다. 아이템을 찾아 헤매는 과정에서 만나는 괜찮은 새로운 브랜드들은 항상 반갑고 흥미롭고 말이다. 이렇게 세세하게 하나하나 따지다 보니, 요즘에는 살면서 통 관심이 없었던 명품 브랜드에도 눈길이 간다. 디자이너 브랜드들에서도 고품질의 원단을 많이 들여오기도 하고, 명품을 손쉽게 구매할 수 있는 사이트들도 많아진 탓이다. 일단은 빈티지샵에서 판매하는 명품 아이템들부터 차근차근 구경해 볼 생각이다.


또 내 마음에 쏙 드는 옷을 찾는 과정에서 눈에 띄는 몇 가지 용어를 바로바로 검색해보는 습관을 통해 자연스럽게 봉제기법, 세탁법, 의상 제작과 관련된 지식들도 하나씩 차근차근 쌓아가고 있다. 내가 가진 셔츠 중 의외의 브랜드에서 가장 좋은 봉제기법을 발견하며 놀라기도 하고, 예전에 잠깐 실습했던 의복제작 실기 책장을 훌훌 넘겨보면서 내가 직접 고른 원단으로 옷을 만들어보는 상상은 일상에 작은 활력이 되어준다.


쇼핑을 하며 직접 경험했던 것들은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게 해주는 밑거름이 되어주고, 의복과 관련된 이론들은 더 좋은 옷을 알아보고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게 해주는 도구가 되어주는 것 같다. 지금까지의 경험치를 바탕으로 앞으로도 더욱 현명하고 즐거운 쇼핑을 할 수 있기를 바라본다 :)




글을 쓰고, 생각을 담는 글쓰기 모임

'쓰담'과 함께하는 포스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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