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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소한 Jul 26. 2020

운전면허 별 거 있어? 네, 엄청 별건데요.

운전면허에 진심이었던 사람의 면허 취득기 + 소소한 팁


저 운전면허 땄어요!


마주치는 회사 동료들마다 자랑하니 대부분은 "그래? 잘됐네" 정도의 살짝 미지근한 반응을 보인다. 나에게 운전면허란 피땀눈물이 들어간 의미가 잔뜩 여된 이라서, 매번 미적지근한 반응들이 살짝 아쉽기는 했다. 누군가 나에게 운전면허를 땄다고 자랑한다면 박수와 빛나는 눈동자, 진심 어린 격려 등 내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영혼 있는 리액션을 선사하고 말리라 다짐하며, 나라는 직딩의 험난한 운전면허 취득 기를 풀어보고자 한다.





필기시험을 두 번 치른 여인


'필기 한 번 떨어졌나 보네'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점수 미달 불합격으로 재응시한 케이스는 아니다. 2018년 12월에 합격했으나 기능시험을 하도 떨어지는 사이에 유효기간이 만료되어 2020년 3월에 다시 한번 치른 것이다. 기능 합격 후 3일 내에 필기를 합격해야 기능시험 합격도 인정되는 상황이라휴가까지 내가며 했었더랬다.


Tip. 필기(학과) 시험을 준비하시는 분들!


'한 번에 합격 못하면 바보'라는 이야기가 구전 설화처럼 내려오고 있는데 이 말만 믿고 준비 안 했다가 낙방하는 케이스 많이 봤다. '운전면허 PLUS' 어플에서 제공하는 모의고사를 통해 문제 유형 파악과 기출 답안 암기를 추천한다. 주관적인 평으로는 기본 상식으로 커버 가능한 문제는 40%, 나머지는 반드시 암기가 필요했던 것 같다. 꼼꼼히 준비한 덕분에 2번의 시험 모두 한 번에 합격할 수 있었다.




자존감 하락의 시기, 기능시험의 시작


필기 합격 후 8개월이나 지난 작년 여름, 집과 가까운 운전면허학원을 등록했고 4시간 상당의 장내 교육은 내게 멘붕의 연속을 선사했다. [ 운전의 ㅇ도 모르는 제로베이스 + 타고난 방향치 + 공간감각능력 최하 + 대담함이라고는 1도 없는 조심성 + 원리부터 차근히 배워야 다음 스텝으로 넘어갈 수 있는 성격]의 집합체인 자동차라는 것은 움직이는 것조차도 쉽지 않은 무서운 녀석이었다.



Tip. 기능시험을 준비하시는 분들!


수많은 수강생과 씨름해 온 경험치를 바탕으로 정해진 교육 루틴만 영혼 없이 시전 하는 강사님을 만나게 될 수도 있다. 이해되지 않는 것에 대해서는 굴하지 말고 질문하시라. 먼저 묻지 않으면 강사들은 절대 먼저 알려주지 않았다.  다가가기 어려운 강사부터 꼼꼼하게 알려주는 강사까지 다양한 분들을 만난 만큼, 속으로 울분을 토한 적도 있지만 크고 작게 감동받은 적도 있었다. 서투른 실력에도 끝까지 나를 격려해줬던 몇몇 강사님들께 소소한 감사를 전한다.


마지막 장내 교육과 실제 시험을 치르는 날짜의 텀은 최소한으로 줄이는 것이 좋다. 이 부분은 학원이 위치한 동네마다 정책이 조금씩 다른 모양인데, 수강생 입장에서 편한 날짜로 먼저 제안해주는 학원이 있는 반면 내가 다닌 학원처럼 날짜를 붙여서 시험 보는 것을 일부러 방지하는 듯한 곳도 있어 불만이 많았다. 어떻게든 돈 뜯어내려는 모양새로밖에 안 보여 화가 났던 부분이다.




이쯤 되면 포기해야 하는 걸까?


사이드 브레이크를 내리지 않고 출발해 실격, 핸들링 미숙으로 경계석을 밟아서 실격 등 여러 가지 어이없는 실수들로 얼룩져가며 운전에 있어서 모든 자신감을 잃은 상태까지 간 적이 있다. 이렇게까지 못할 바에야 이쯤에서 포기하고 애써 정신 승리하고 싶은 순간도 많았다. 하지만 도로도 한 번 달려보지 못하고 그만두는 게 나중에 더 자존심 상할 것 같아 큰 용기를 내 몇 번의 시험을 더 도전했다.



Tip. 마인드 컨트롤만이 제일 중요합니다


막판에 거의 다그침을 당하며 배웠던 강사님 덕분에 n차 시도만에 직각주차의 늪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고,  이후 코스는 물 흐르듯 진행되어 장장 5개월 만에 기능시험을 합격하게 되었다. (한 두 번 불합격할 때마다 자신감 부족으로 두 달 뒤에 시험 보고 그랬었던 상황)


지금 생각해보면 마인드 컨트롤이 참 중요했는데 초반의 반복되는 실패 탓에 페이스가 와르르 무너진 것이 참패의 요인이었던 듯하다. 운전에 있어 개인의 능력치가 모두 다르기 때문에 몇 번 떨어지는 것은 그럴 수 있다고 여기고 자신을 다독이며 지속해보자. 그렇게 노답이었던 나도, 올해 봄에는 도로를 달려볼 수 있게 되었다. 드디어.




부족한 만큼 꼼꼼히 준비한 도로주행


처음 받았던 4시간의 도로주행 기본 교육은 꽤 할만했던 것 같다. 기능시험처럼 깐깐하게 채점되지 않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홀가분한 마음도 있었다. 하지만 차선 변경은 꽤 두려웠고 유턴도 불안정해서 마음이 놓이지 않아 실전 시험은 다시 3개월 뒤로 미루게 되었다.


유튜브를 통해 도로 코스를 익히며 교육 때 강사들이 강조했던 사소한 포인트들을 반복해서 학습했다. 학원에서 채점하는 그만의 기준이 있기 때문에 차선을 변경해야 하는 지점들을 놓치지 않으려 노력했고 코스를 머리에 완전히 입력한 상태로 추가 도로주행 교육도 신청했다.



Tip. 도로주행을 준비하시는 분들!


출발하기 전에는 기계가 채점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꼼꼼하게 잘 챙겨야 한다. 기어와 사이드 브레이크, 시작 신호(좌측 깜빡이), 시작 신호 종료 등을 빠뜨리지 말자. 룸미러와 사이드미러가 똑바로 되어있더라도 조정하는 척이라도 해야 괜한 감점을 방지할 수 있다.


코스에 따라 내비게이션 음성이 제공되기 때문에, 빠삭하게 코스를 암기하지 못했더라도 대략적인 길은 안내를 받을 수 있다. 500m, 300m, 150m 앞에서 음성이 나오기 때문에 방향지시등과 차선 변경을 놓치지 않고 수행하면 감점을 방지할 수 있다. 도로주행 교육 때 반드시 음성도 챙겨서 시뮬레이션해보자.


주말에 시험 볼 수밖에 없는 직장인이라면 시험은 최대한 오전으로 예약하자. 나의 경우 일요일 8:30 시험을 치렀는데, 차가 상대적으로 없어서 안정적인 상태에서 무사히 시험을 치를 수 있었다. (토요일은 10시 정도부터 점점 차가 많아지니 주의가 필요하다!) 그리고 시험 날 비가 온다 해도 걱정하지 말자. 체감상 큰 차이가 없었다.




한 번에 맛본 도로주행 합격!


기능시험 n수생이었기 때문에 도로주행도 여러 번 응시할 생각으로 아예 마음을 편하게 먹고 임했는데, 오히려 이게 통했는지 첫 시험날에 한 번에 도로주행을 합격할 수 있었다. (ㅠㅠ) 장마가 시작된 지 얼마 안 된 시점이라 그야말로 폭우 속에서 시험을 봤는데, 시뮬레이션했던 대로 차분히 진행하니 무리될 부분은 전혀 없었다.


드디어 제 손에 면허증이 들어왔습니다!


합격 후 원서를 받아 돌아가는 길은 올해 있었던 가장 좋았던 순간에 꼽을 정도로 무척 행복했다. 무엇보다 그동안 마음고생했던 기나긴 시간이 합격으로 모두 보상받는 기분이라 더욱 짜릿했다고 할까. 누군가에게는 너무나 당연하고 쉽게 취득할 수 있는 면허증일 수 있지만, 나는 이번 기회를 통해 인생을 다시 한번 배운 기분까지 든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나 자신을 칭찬하며 앞으로도 안전 운전할 수 있기를 바라본다.


모든 면허 준비자분들 파이팅하시길!




글을 쓰고, 생각을 담는 글쓰기 모임
'쓰담'과 함께하는 포스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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