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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철 Sep 27. 2019

(반응) 쉬워야 달라진다

<아주 작은 습관의 힘> 제임스 클리어

좋은 습관 만들기 법칙 3 - 쉽게 만들자


양과 질, 대결의 승자는?


  몇 해전, 1만 시간의 법칙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선천적인 재능 없이 태어났어도 정량적인 1만 시간을 채우면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될 수 있다는 다소 솔깃한 인생 법칙을 발견한 것에 대해 모두가 흥분해했다. 성공을 갈구하는 사람들의 시대에 맞는 명쾌한 해답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대다수가 환호했다. 

  그런데 이번 장의 첫 챕터 제목은 꽤 직설적이다. '1만 시간의 법칙은 틀렸다'. 플로리다 대학교의 제리 율스만이 교수는 학생들에게 영화 사진 수업 시간에 학생을 두 집단으로 분류해서 숙제를 냈다. 한 집단은 제출한 사진의 '양'만을 보고 성적을 주었고(예. 100장 A, 90장 B 등), 다른 집단은 단 한 장의 사진을 제출하게 하여 '질'만을 평가의 기준으로 삼았다. 그 결과 양적 집단에서 가장 완성도 높은 사진이 무더기로 나왔다. 실수를 반복하면서 그들의 기술은 늘어갔고 놀라운 결과를 보여주었다.

  이 실험으로 '동작'과 '실행'의 차이를 간접적으로 알 수 있다. 동작은 계획을 의미하지만, 실행이 없으면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 1만 시간은 오래 하는 것에 초점을 두었다면 위 실험 결과는 이해할 수 없다. 두 번째 질적 집단은 1장의 사진을 제출하기 위해 입증되지 않은 이론이나 보통 수준 이하의 사진에 집중하지 않았다. 오래 고민한다고 좋은 작품이 나오지 않는다. 고민의 시간에 비례해 작품의 방향은 정할 수 있어도(사실 수많은 시도 끝에 방향이 정해지는 경우도 많다).


186
행동을 취하지는 않고 최선의 접근법을 생각해내는 데만 몰두한다.
..(중략)..
동작은 계획을 세우고 전략을 확립하고 배우는 것이다.
좋은 일이지만 결과를 만들어내지는 못한다.
187
반대로 실행은 행위로써 결과를 도출한다.
예를 들어 내가 쓰고자 하는 기고문들에 대해 20여 가지의 아이디어를 냈다면 이것은 동작이다.
그러나 실제로 앉아서 기고문을 쓰고 있다면 이것은 실행이다.
더 나은 다이어트 계획을 검색하거나 그 주제에 대해 책을 몇 권 읽는 것은 동작이다.
하지만 건강한 음식을 실제로 먹는다면 이것은 실행이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왜 그렇게 계획을 세우는데, 생각만 하는데 많은 시간을 들이면서 행동에 옮기지 못하는 걸까? 그건 동작 자체는 쉽기 때문이다. 생각하고 계획하고 검색하며 본인은 성공으로 가는 그 과정에 있다고 쉽게 착각해버린다. 새로운 운동을 하기로 했으면 일단 시작부터 해야 한다. 선수용 장비를 사려고 검색과 샵을 둘러다니는게 우선은 아니다.


187
동작은 유용하지만 결코 그 자체로 결과를 만들어내지 않는다.
..(중략)..
동작은 쉽다.
아직 자신이 그 과정 중에 있다고 느끼게 해 준다.
..(중략)..
동작은 뭔가를 했다는 느낌을 준다.


  습관은 반복으로 이루어진다. 그만 생각하고, 엉덩이를 들고 자리에서 일어나라. 문득 일어났는데 또 다른 의문이 든다. 많이 해야 할까? 오래 해야 좋은 걸까? 인간은 의심을 품고 살 수밖에 없는 울타리 밖의 존재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습관은 '시간'보단 '횟수'의 문제다. 신경과학자들은 우리가 어떤 행동을 반복할수록 그 행동에 맞춰 뇌 구조가 변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앞서 언급한 영화 사진 숙제에 있어 많은 양의 사진을 제출한 학생들은 기술이 늘고, 완벽한 사진을 만드는데만 몰두한 학생들은 그렇지 못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191
습관은 '시간'이 아니라 '횟수'에 기반해 형성된다는 것이다.
192
차이를 만들어내는 것은 횟수다.
..(중략)..
습관을 만들려면 연습이 필요하다. 


  '양', '행동', '횟수'가 습관을 형성하는데 중요한 키워드라면 이제 남은 문제는 어떻게 시작하느냐이다.


쉽게, 더욱 쉽게 시작해보기

 

  <총, 균, 쇠>의 저자 재레드 다이아몬드는 대륙의 형태가 문명과 생활양식을 만드는데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했다. 미 아메리카 대륙은 북-남으로 뻗어있고, 북유럽에서 중국에 이르는 대륙은 동-서 방향으로 대륙이 형성되어있다. 동-서 방향은 기후의 변화가 별로 없어 많은 양의 곡식을 수확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고, 반대로 북-남 방향은 내려오면서 기후 차가 크기 때문에 농업 전파 속도가 늦을 수밖에 없었다. 

  이런 지리적 사실에 기반을 둔 주장으로 습관에 대한 중요한 변화 법칙 하나를 끄집어낼 수 있다. 바로 동기가 행동으로 반드시 이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재레드 다이아몬드 님의 주장에 따라 인간은 변화가 별로 없는, 즉 마찰이 심하지 않은 방향으로 진화해 왔다. 흔히 순리, 자연적이라고 여기는 대다수의 변화는 별도의 노력과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인간은 태생이 최소의 에너지를 사용하는 방향으로 진화했다. 그런 선조의 DNA를 물려받은 우리다. 가급적이면 뇌 사용을 줄이고 힘을 들이지 않고 일을 하려는 인간 본성을 생각해보면 이해가 된다.


196
우리가 흔히 동기가 행동 변화의 주요 요소라고 알고 있다.
'정말로' 그것을 원하면 실제로 하게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진실은 다르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진짜 동기는 게으르게 지내는 것.
편리한 일을 하는 것이다.
..(중략)..
에너지는 귀중한 것이다.
뇌는 가급적 에너지를 아끼는 방향으로 움직인다.
최소 노력의 법칙을 따르는 것은 인간 본성이다.

 

 즉, 우리는 쉬운 일에 쉽게 다가갈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동기를 부여해야 한다. 퇴근 후 운동을 습관으로 만들고 싶다면 일단 퇴근하고 집에 오면 운동복으로 갈아입는다. 일단 신발끈을 묶고 밖으로 나간다. 문에서 나오기 힘들지 일단 나가면 뭐라도 하기 때문에 운동하기 쉬운 조건을 만드는 게 우선이다. 

  근데,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신발끈을 묶기가 실제로는 너무 어렵다. 잠시 소파에 몸을 기대어보면 다시 일어나기 어렵다. 사람은 편한 방향으로 행동한다. 서 있으면 앉고 싶고, 앉으면 눕고 싶고, 누우면 자고 싶은 게 일반적인 사람의 습성이다. 


198
장애물이 클수록, 즉 습관을 들이기 어려울수록 내가 되고 싶은 상대와 멀어진다.

 

 넷플릭스는 영화가 한 편 끝나면 자동으로 다음 영화를 상영해준다. 유튜브도 마찬가지다. 엉덩이 한 번 안 들고,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고 눈만 뜨고 있으면 된다. 옷을 갈아입고 잠시만 보고 나가자 하던 때가 벌써 두세 시간 전인 경우도 많다. 그러다 별 이상한 핑계를 대며 운동하지 않는 자신을 합리화한다(간사한 나란 놈).

  우리는 주변을 정리해야 한다. 행동에 방해가 되는 모든 잡음을 차단하고 멀리해야 한다. 일본 회사들의 '린 생산법'은 생산성을 최고로 올리기 위해 생산 과정에서 움직임을 최소화하고 불필요한 잡일을 줄일 수 있는데 집중한다. 그리하여 작업자들은 몸을 돌려 작업 도구에 이르기까지 낭비되는 동작과 시간이 없다. 

  그러면 어떻게 쉽게 시작할 수 있을까? 여기서 저자는 '2분'이란 짧은 시간을 의식처럼 활용하라고 조언한다.


최소의 노력으로 최대의 성과를 만들려면


  우리는 매일 본인만의 의식을 치른다. 의식은 결정을 이끌어내고 다음 행동으로 이어진다. '2분'이란 짧은 시간 동안 의식과도 같은 작은 선행 행위를 함으로써 습관을 시작하는데 저항을 줄일 수 있다. 


208
습관은 자동적으로 의식적인 결정들에 영향을 미친다.
..(중략)..
습관은 고속도로 진입로와 같다.
습관은 무의식 중에 이미 우리를 어떤 길로 이끌고, 다음 행동으로 빠르게 질주하게 한다.
어려운 뭔가를 시작하기보다는 이미 하고  있는 것을 계속하기가 쉽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위에서 언급한 퇴근 후 운동복으로 갈아입는 행위는 곧이어 내가 운동을 할 것이라는 행동을 가져온다. 너무 거창할 필요도 없다. 매일 책을 읽고 싶다면 잠들기 전 시간을 활용한다. 아침에 일어나 이불을 정리할 때 책을 베개 옆에 둔다. 너무 피곤해 그냥 잠들어 버리고 싶을 때는 '한 페이지만 읽어야지'하며 쉽게 다가간다. 

  터무니없이 사소해 보일 수 있다. 그런데 이미 앞에서 좋은 습관을 만들기 위해 횟수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배웠다. 아주 사소하고 쉽게. 바로 좋은 습관의 반응에 대한 행동 변화 법칙이다.


211
습관은 시작점이지, 종착점이 아니다. 습관은 택시에 타는 것이지, 체육관에서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212
새로운 습관이 뭔가에 도전하는 것과 같은 기분이 들어선 안된다.
213
시작 지점에서부터 완벽한 습관을 만들려고 애쓰는 대신, 쉬운 일을 더욱 지속적으로 행하라.
..(중략)..
뭔가를 창작할 때 동일한 의식을 따르면 어려운 창작 작업을 더 쉽게 해낼 수 있다.
215
일기 쓰기가 '일'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비결은 그것이 일로 느껴지는 지점 직전에 멈추는 것이다.
..(중략).. 몸매를 만드는 것에 대해 걱정하지 말고 운동을 빼먹지 않는 사람이 되는 데 초점을 맞춰라.



나쁜 습관 버리기 법칙 3 - 어렵게 만들자


  나쁜 습관 버리는 세 번째 방법은 위에 언급한 것들을 비트는 것이다. 반대로 어렵게 만들면 된다. 하기 어렵게 만들어야 한다. 심리학자들이 말하는 '이행 장치'에 들어본 적 있는가? '지금 시점에서 나중에 내가 할 행동을 못하게 미리 차단하는 것' 정도로 이해하면 되겠다. 


219
이행 장치는 현재 시점에 미래의 행동을 통제하는 선택을 하는 것이다.
미래 행동을 확실히 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으로, 우리를 좋은 습관에 묶어두고 나쁜 습관을 하지 못하게 억제한다.


  러시아의 대문호 빅토르 위고는 약속한 원고가 얼마 안 남았는데도 불구하고 평소 밖에 나가 노는 게 즐거워 고민이 많았다고 한다. 그래서 자기 조수에게 외출복을 눈에 안 보이게 다 치우고 마감 때까지 입지 않겠다 했다. 결국 그는 약속보다 먼저 책을 출간할 수 있었고, 유명한 <노트르담의 꼽추>는 그렇게 만들어졌다.


  먹는 것에 대한 유혹을 물리치기 어렵다면 외식 때 종업원분에게 음식이 나오기 전에 반은 미리 포장해달라고 말한다. 먹으면서 반을 남기겠다는 행동은 성공 확률이 아주, 매우 낮다. 매일 밤 10시 전에 자기로 했다면 모든 콘센트의 전원을 10시 전에 차단시킨다(IoT.. 사물 인터넷.. 익숙할 것이다).


220
핵심은 그 일을 시작하는 것이 아니다.
좋은 습관을 유지하는 것보다 그 일을 하지 않는 게 더 어렵도록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다. 


  본인도 하루 일만보 채우기가 너무 번거롭고 어려웠다. 지금은 습관이 돼서 웬만한 거리는 그냥 걸어 다닌다. 일단 무조건 나가보자 하는 생각을 많이 했던 거 같다. 나가서 동네 한 바퀴라도 돌고 오자. 만보는 신경 쓰지 말고. 나는 걷는 사람이라고 주문을 걸었다. 나쁜 습관은 시간을 좀 먹는다. 이번 장 말미에 저자가 의미심장한 사실을 적어두었다.


225
'딱 1분만 더'라는 줄다리기가 지속되면 결국 일은 끊임없이 중단된다.
..(중략).. 평균적인 사람들은 1일 2시간 이상을 SNS를 하는데 쓴다.
1년에 600시간을 더 쓸 수 있다면 뭘 할 수 있을까?

  

  600시간이라. 일수로 환산하면 29, 30일 정도. 거의 한 달 가까운 시간이다. 1년에 한 달을 더 살 수 있다면. 그렇게 12년이면 1년을 더 사용할 수 있다면.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여행도 다니고 좋은 사람도 만나고 맛난 음식도 배 터지게 먹고 지구 상의 온갖 쾌락을 마지막으로 즐기는데 쓸까? 그 시간을 어떻게 사용하든 각자의 마음이지만 1년에 한 달을 더 쓸 수 있다는 사실은 매년 12월을 마치고 한 달 쉬고 다시 내년이 될 수도 있다. 올해의 끝과 내년의 시작이 한 달의 여유가 있다면. 생각만으로 포근해지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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