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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철 Jun 13. 2020

(2장) 두 가지를 결합 하라: 시각과 청각 사이

<사람은 어떻게 생각하고 배우고 기억하는가> by 제레드 쿠니 호바스

눈보다 빠른 게 있을까?


손은 눈보다 빠르다. 영악한 심리전과 속임수가 난무하는 도박판에서 눈보다 손이 느리다면 '오함마'로부터 큰 응징을 받는다. 응징이라기 보단 기술을 어설프게 익힌 자가 그들 세계의 룰에 적응하지 못한 '응당한 결과'라고 할까.

영화 <타짜> 중

사실 손이 눈보다 빠르다는 건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우린 종종 아니 매번 반짝이는 옷을 입고 무대에 등장하는 유명 마술사의 현란한 속임수에 넋을 잃곤 한다. 분명 그의 마술을 보기 전까진 팔짱을 끼고 '한 번 속여보시지' 매의 눈으로 그를 지켜봤음에도.


그러나 여기서 이야기하려는 내용은 손이 눈보다 빠르다는 속임수가 아니다.


과학적으로 증. 명. 된. 시각과 청각에 속고 있는 우리에 관한 이야기다.


나도 몰랐던 아바(ABBA), 댄싱퀸(Dancing Queen)의 진실


70년대 혼성 듀오 그룹 아바(ABBA). 대표곡 중에 하나인 댄싱퀸(Dancing Queen)은 76년도에 발표된 곡으로 발매 이후 지금까지 사랑을 받는 곡이다.


팝에 대해 무지한 시절, 라디오에 흘러나오는 그들의 음악을 흥얼거리곤 했다. 후렴부인 '유 캔 댄스, 유 캔 라이브..',..'댄싱퀸!' 부분만 얼마나 따라 불렀는지 모른다. 귀에 쏙쏙 감기는 멜로디와 각종 영화에도 삽입이 되었던 이 곡은 내게 적잖은 충격을 주었고, 이 책을 통해 다시 한번 연타를 맞았다.

70년대 유명 혼성 그룹, 아바(ABBA)


가사 중 '유캔 댄스, 유캔 라이브'라는 부분을 잘못 알고 있었던 거다.


'You can dance, You can LIVE~~'가 아니라,

'You can dance, You can JIVE~'란다.

 출처: 네이버 바이브


댄스랑 이브는 연관이 있지 않나...? 이런 생각에 특별히 가사를 찾아보지 않았는데, 적잖은 충격이었다. (지난날 아는 척 자신 있게 불러댔던 흑역사가 주마등처럼 스쳐간다... 싸늘하다)


동일한 발음이 말소리를 내는 사람의 입 모양에 따라 다르게 들리는 현상을 맥커크 효과(McGurk Effect)라고 한단다.


동일한 발음을 해도 발음하는 사람이 입 모양을 바꾸면 해당 입모양처럼 들린다는 말이다. 듣는 이의 주관적인 해석이다. 그래서 항상 커뮤니케이션에 문제가 발생한다. '내가 언제 그랬냐???'라고.. 어쩌랴, 상대가 의도했든 안 했든 듣는 나는 이렇게 해석할 수밖에 없는 걸.


p.50
'시각은 청각을 유도할 수 있다'
아마도 눈에 보이는 것(시각적 대상)이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음파) 보다 더 우위에 있다고 느끼는 게 자연스러워 보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런 억울함(?)을 반격할 수 있는 한 방. 그 한 방이 있다.


목소리 좋다고 다 잘생긴 건 아니다, 속지 말자


MBC 간판 라디오 프로그램, <2시의 데이트>는 어느 진행자를 기억하냐에 따라 세대가 결정된다. 난 아직도 김기덕 님을 기억한다. 중학교 시절이었나..? 그 이후로 많은 분들로 바뀌었다. 주병진 님, 윤도현 님, 윤종신 님, 박명수 님, 지금은 지석진 님이 신듯.


많은 분들이 1세대 주인, 김기덕 님을 기억한다. 낮은 저음에 젠틀한 멘트, 신뢰감과 스마트함이 묻어나는 목소리로 많은 인기를 얻었다. TV에 출연하지 않고, 매체에 나온 사진이 없어 그의 실물에 대한 대중의 궁금증은 오히려 그를 더욱 인기인으로 만들었다.


근데 막상 그가 마음을 먹고(?) 대중 앞에 실물을 공개했을 때 대다수 분들이 실망을 했다고 한다. 자신이 기억하는 목소리와 얼굴이 매칭이 되지 않아서.. 종종 성우분들이 대중의 실망하는 모습을 보기 싫어 오히려 TV 노출을 꺼린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 있다.


MBC <2시의 데이트> 김기덕 님

사실 김기덕 님은 잘못이 없다. 청취자들이 상상한 이미지대로 살아갈 수도 없고 그런 모습을 갖아야 한다는 의무감도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왜 청각이 이런 상상을 만들어내냐는 거다.


한 가지 재미있는 실험이 있다.


화면 위에 원이 나타났다 사라진다. 화면 너머 스피커에는 한 개의 원이 나타날 때 '삐이-'하는 단일음이 들리고 원이 두 개 나타날 때는 '삐이-, 삐이-' 두 번의 소리를 들려준다. 사람들은 인지하고 생각한다.


'하나의 원이 나올 땐 한 번의 경고음이, 두 개의 원이 나타날 땐 두 번의 음이 나오는구나'


그러나 틀렸다. 원이 몇 개가 나타나는 말든, 경고음은 한 번뿐이었다는 사실이다. 즉 한 번의 '삐이-'하는 음만 줄곧 틀어놨는데 사람들은 원의 개수에 맞게 음의 횟수를 연결시켰던 거다. 이러한 현상을 UCLA의 신경과학자 '라단 샴스' 박사가 발견한 '환각 효과'다.


이렇게 우리는 시각과 청각의 장난에 놀아나고 있다. 불완전한 존재로 태어난 것도 억울한데, 살아가면서 이런 장난에 놀아나야 한다니. 억울함이 배가 된다. 이 둘이 동시에 장난을 만들면 우리는 영락없이 당하고만 있어야 할 텐데... 걱정이 앞선다.


하지만 걱정 마시라. 이 둘은 처리 경로가 달라 서로 겹치지 않는다. 즉 자연스럽게 뒤섞인다.


p.52
다행히 청각과 시각은 서로 다른 처리 경로를 이용한다. 이는 병목현상을 없앨 뿐 아니라 청각과 시각을 하나의 통합된 신호로 결합시킬 수 있게 해 준다. 이 과정을 '감각 통합'이라고 부른다.


오히려 이 둘이 동시에 자극을 일으키면 상승효과를 만들어낸다. 각자 주어진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면서 통합적인 사고를 하는데 많은 도움을 준다.


p.63
청각은 혼자서도 제 역할을 다한다. 시각 또한 혼자서 제 역할을 다한다. 하지만 청각과 시각이 함께하면 그 역할은 각각의 한계를 뛰어넘는다. 각각의 역할을 통해 얻어진 가치보다 훨씬 큰 가치를 얻을 수 있다.


가장 좋은 예는 인터넷 강의, PPT와 같은 정보 전달 수단이 있다. 시각적인 요소와, 청각적인 보조물이 동시에 뒤섞여 있어 자칫 생각하면 어지러움을 느껴야 할 텐데 우리는 그 안에서 좋은 정보를 얻어내고 배우고 성장한다.


단, 각각의 요소가 조화를 이루어야 하고 어느 하나 지나치게 강조돼서 감각이 부담을 느끼게 해서는 안된다. 한 장의 PPT에는 간결한 메시지만 있는 게 좋다.


 

출처: 어느 커뮤니티



보노보노가 잘못은 아닌데.. 그래도 이건 '있어빌리티'가 있다

맞다. 보노보노가 잘못은 아니다. 만든 이가 잘못이지.. 간결한 문장과 여백. 뭔가 '있어빌리티'가 느껴지게 만드는 게 중요하다.



한 슬라이드, 하나의 이미지. 공식이다. 외우자


마치며

이번 장은 그리 어렵지 않은 내용인데, 실험 내용을 이해하느라 몇 번을 다시 읽었다. 단편적이고 자극적인 영상에 익숙해져 정독하는데 종종 어려움을 느낀다. 영상은 핵심 정보를 빨리 얻어갈 수 있지만 통합적이고 연결적인 사고를 하는데 한계가 있다. 그래서 텍스트를 많이 읽어야 된다는 말이 이해가 간다.


그런 의미에서라도 정독하는데 더 많은 시간을 쏟아야겠다. 한 가지를 설명해도 할 말이 많아지고 그게 결론적으로 사고의 틀을 확장하는데 도움을 주는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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