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철 May 02. 2020

(1장) 한 가지에 집중하라 : 듣기와 읽기 사이

<사람은 어떻게 생각하고 배우고 기억하는가> by 제레드 쿠니 호바스

흥미로운 책을 찾았다


일상의 즐거움은 바로 예상하지 못한 흥미로움에 있지 않을까. 알라딘에서 책을 주문하고 나도 모르게 찜해두었던 이 책까지 사버렸다. 원래 계획에 없었으나 일은 벌어졌다. 내 뇌가 잠시 가출을 했나 보다.


어찌하랴. 책이 도착하는 즉시 제일 먼저 휘리릭 펼쳐보았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30분간 꼼짝 않고 책의 절반을 읽어버렸다. 평소 궁금해하던 뇌의 작동원리뿐만 아니라 그걸 다시 역으로 이용하는 방법까지. 저자의 유쾌한 문체도 마음에 들었다. 각 장 마지막에 친절히 요약도 해준다. 


문득 든 생각. 내가 왜 이 책을 내 의지와 상관없이 구매하게 되었을까? 사실 난 그때 여러 일을 동시에 처리하고 있었다. 송금도 해야 하고 카톡도 하고 책도 결제해야 했다. 한 가지씩 순차적이지 않았지만 시간이 촉박했기에 어쩔 수 없는 행동이었다. 그럼에도 동시에 일을 처리하는 '멀티 태스킹'을 하고 있었다.


누군가 그랬지. 


다 안 다는 건 결국 하나도 모른다는 거다.


맞다. 난 여러 일을 하고 있었지만 결국 하나도 제대로 못 한 거다.


독서는 원래 조용한 이미지가 아니다


고대 문헌을 살펴보면 띄어쓰기가 없다.

출처: 조선실록(매일경제)

마침표도 띄어쓰기도 없는 방식의 글쓰기를 '스크립트루라 콘티누아'라고 하며 그 의미를 이해하기 위해서 띄워서 문장을 읽어야 함을 입증한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글을 잘 읽는 사람은 '잘 끊어서 읽는' 사람이다. 조선시대 구도장원공의 주인공 율곡 이이가 어렸을 때 훈장이 끊어 읽는 어느 부분에 이의를 제기하였다는 이야기를 아시는가? 예로부터 '띄어쓰기'라는 개념이 없었고 일종의 '구술 활동'이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p.18
사실 7세기 후반까지만 해도 큰 소리로 책을 읽는 행위는 굉장히 흔한 일이었다. 도서관은 평화로운 안식처라기보다는 떠들썩한 잡담의 공간이었다.
p.19
이는 독서가 주로 소리 내어 읽는 '구술 활동'이었음을 입증한다.


두 개의 소리를 동시에 이해할 수 없는 사실


텔레비전과 라디오 뉴스를 동시에 켜놓고 각각의 앵커가 하는 말을 각각 분리하여 들을 수 있을까? 


정답은 그.럴.수.없.다. 


자신은 그렇지 않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정말 대단한 능력을 지닌 초능력자다. 우리는 카페에 앉아 친구와 통화하면서 옆 테이블 커플이 이별하는 대화를 동시에 들을 수 있다. 동시에 듣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나눠서 듣고 있을 뿐이다.


p.23
과학자들은 이를 '양분 청취'라고 부르다. 즉 우리는 동시에 여러 사람이 말하는 것을 들을 수는 있다. 하지만 우리는 오직 한 번에 한 사람씩의 말만을 온전하게 이해할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온. 전. 하. 게'.이다. 두 줄기의 데이터가 입력되고 있지만 실제론 우리의 입력 통로는 하나이다. 우리가 구어를 이해할 수 있게 해주는 뇌의 영역은 '브로카/베리니케 네트워크'다.


아래 그림을 보면 왜 우리가 두 가지 이상의 말을 온전히 이해할 수 없는지 알 수 있다.

 

출처: 본문 중

본인은 멀티태스킹으로 여러 일을 동시에 처리하고 있다고 굳게 믿고 있지만 실제론 병목현상 때문에 하나도 제대로 못하는 거다. 가끔씩 검색창을 띄워놓고 커서만 깜빡인 채 '내가 뭘 검색하려 했지?" 한 적 없는가? 그전에 자신이 무엇을 동시에 처리하려 했는지 생각해보면 이 현상이 이해될 거다.


p.31
뇌과학을 연구하고 강의하는 신경과학자로서 내가 줄 수 있는 조언은 "한 가지에 집중하라!"이다...(중략).. 사람들에게 내 뜻과 생각을 정확하고 완전하고 전달하고 싶다면, 그들을 한 가지에 집중시킬 줄 알아야 한다.


여기부터는 작가가 제안하는 사람들을 집중시키는 방법을 소개한다. 옆에 노트를 꺼내놓고 온. 전. 히. 이 장에 주목해야 한다. 노래도 꺼야 한다. 스마트폰도 덮어두자.


p.32 
1. 모든 문자 텍스트를 경계하라.

p.34
슬라이드나 발표 자료에 텍스트를 가장 효과적으로 삽입하는 방법은..(중략).. 우리에게 낯익은 7개의 키워드를 효과적으로 삽입할 방법을 찾는 것.

p.35
불가피하게 많은 텍스트를 삽입한 경우라면, 그 텍스트들을 줄줄 반복하기보다는 텍스트들의 키워드만을 탁, 탁, 짚어내 발성하는 것이 한결 더 좋은 효과를 가져온다.

p.36
2. 참고자료는 끝난 후에 배포하라..(중략).. 3. 발표자에게 집중하라..(중략).. 자료를 가장 마지막에 받는 사람이 되어보라.


노트 필기는 이해력 향상에 도움이 될까?


필기에 두 종류가 있다고 한다. 하나는 얕은 필기, 다른 하나는 깊은 필기다. 들리는 대로 모든 단어를 기록하는 얕은 필기는 병목현상을 일으키지 않는다.


p.39
다행스럽게도, 얕은 필기는 병목현상을 유발하지 않는다. 오직 귀를 때리는 소리에만 집중하기 때문이다. 
p.40
..(중략).. 속기사들에게 문제를 낸다면, 그들은 단 한 문제도 맞히지 못할 것이다...(중략).. 문제에 대한 궁극적인 의미를 파악하는 감각은 활성화되지 않는다... (중략).. 병목현상도 없지만 배운 것도 없는 , 아무것도 남지 않는 필기가 바로 '얕은 필기(단순 메모)'다. 


발표를 듣는 중 생각나는 단어나 문장을 간단히 스케치하는 수준은 '깊은 필기'에 속한다. 낙서가 대표적인 예이다. 


p.39
반면에 깊은 필기는 단어가 아니라 그 단어들을 이치에 맞게 만들고 정리하고 행간에 숨겨진 의미를 도출하는 데 신경을 쏟는다...(중략).. 메모, 낙서, 자료에 적힌 단어를 다른 단어로 대체해보거나 문장을 재해석해본 것 등등이 깊은 필기에 속한다. 


깊은 필기는 병목현상을 일으킨다. 그러나 문장을 재구성하는 과정에서 본인만의 지식 지도를 만드는데 매우 유용하다. 


지난 경험을 돌이켜보면 회의록을 작성할 때 그대로 받아 적는 후배가 있었다. 상당한 노동이지만 그에게 회의 내용을 물어보면 핵심을 짚어내지 못했다. 내가 그 속기록(?)을 한 페이지 회의록으로 요약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나름대로 문장을 해체하고 재구성하면서 당시 회의 목적과 결과를 몇 문장으로 정리할 수 있었다.  


p.39
뇌과학 연구에 따르면, 깊은 필기는 병목현상을 유발한다. 나아가 정보의 양을 감소시킨다 하지만 '기록'을 통해 프레젠테이션에서 얻은 정보와 아이디어들을 더 잘 이해하게 만들고, 그 프레젠테이션에 대한 기억을 강화시킨다.


발표를 들으면서 본인만의 생각을 하기 때문에 배움의 총량은 감소한다. 하지만 일단 얻은 정보에 대해서는 더 잘 배울 수 있게 돕는다. 그러므로 중요한 정보를 잘 추려내야 한다. 


난 프레젠테이션을 들을 때면 몇 가지 핵심만 이해하려 한다. 다 알 수 없지 않은가. 그가 프레젠테이션에서 한 것을 온전히 알 수 도 없을뿐더러 그 이상을 알 수도 없다. 그러므로 '이것만 알고 가자'하는 식으로 몇 가지 문장만 적어놓는다. 


모든 걸 다 잘하려 하지 말자. 대신 한 가지만이라도 제대로 이해하려고 노력해보자. 어차피 우리 뇌는 한 번에 한 가지씩 처리하기 때문이다. 


한 줄 요약: 늦더라도 한 번에 한 가지씩. 멀티태스킹의 노예가 되지 말자.


다음 편: 2장 두 가지를 결합하라: 시각과 청각 사이

매거진의 이전글 당신은 질문쟁이입니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