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 도둑들

<현악 4중주 2번 가단조 Op.13 - 3악장> by 멘델스존

by 박철
빌린 것과 훔친 것의 차이

빌린 것과 훔친 것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빌린 것은 시간이 지나면 다시 제 자리로 오지만 훔친 것은 말없이 떠나간 그때 그 님처럼 절대 돌아오지 않아요. 빌린 것은 내 것이 아니에요. 그런데 훔친 것은 다시 주인에게 가지 않으니 내 것이 돼요. 그게 차이점이에요.


2014년에 개봉한 영화 <도둑들>은 그들이 갖지 못한 것은 빌릴 수 없으니 훔치려고 하는 '꾼'들의 이야기예요. 영화에서 잠시 보면, 미남 '장 마노(김수현 분)'은 미인 담당 '애니콜(전지현 분)'을 평소 마음에 두고 있어도 그 감정을 직접적으로 드러내지 않아요. 다만 '은밀하게 위대하게' 고백하죠. 원래 훔치는 건 그래야 하는 거예요.


주요 줄거리는 지난날 '빠비용(이정재 분)'의 배신으로 돈과 그의 연인 '펩시(김혜수 분)'를 도둑맞았던 '마카오 박(김윤석 분)'이 원래의 자리로 모든 것을 되돌리려 하는 내용인데요. 이렇게 서로의 갖고 싶은 것들을 훔치고 도둑맞게 돼요. 그것이 협력이 되었든 배신이 되었든, 원하는 걸 갖기 위해 머리를 쓰죠. 왜냐하면 그건 본래 자기 것이 아니었거든요. 그런데도 자기 것으로 만들고 싶어 해요. 아름다우니까요. 그 아름다움으로 내가 돋보이고 싶으니까요. 긴 설명을 안 해도 나를 표현하고 부족한 부분은 포장해줄 수 있는 마법과도 같은 것들이니까요.

치밀한 계획으로 훔친 유물을 장물아비에게 팔려하는 '빠삐용', 곧 형사가 들이닥친다.
'왜 머리만 벗겨지만 나야!'


도둑들과 청년의 멘델스존은 닮아있다

멘델스존은 그가 16살이 되던 해에 현악 4중주 2번(Mendelssohn - String Quartet No.2 In A Minor Op. 13 - III. Intermezzo Allegretto)을 작곡해요. 실제로는 2번을 먼저 작곡하였는데, 출판이 늦어져서 2번이 된 거라네요. 청년 시절의 멘델스존은 여러 대음악가의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특히 베토벤을 아주 많이 흠모했다고 해요. 그래서 이 곡은 베토벤의 후기 현악 4중주와 많이 닮아있지요. 여기서 표절을 말하는 것은 아니에요. 베토벤이 후배 음악가들에게 제시하는 다음 세대 음악의 방향을 그저 멘델스존은 많이 갖다 쓴 거죠.


영화 <도둑들>에서 기막힌 계획으로 고가의 보물을 훔친 일당들이 모인 장소로 때마침 갤러리에서 도난 접수를 받고 의심차 노련한 형사 두 명이 들이닥쳐요. 이것저것 돈 되는 것이면 다 훔치는 그들이 모인 장소가 '차량 창고'라니 이것 참 절묘하죠. 재빨리 일행들을 숨기고 대장 '뽀빠이(이정재 분)'는 마치 평온했던 아무 일이 없었던 공간이었던 듯이 조용한 클래식 음악을 틀어요. 그들의 이미지에 안. 어. 울. 리. 게. 이때 흘러나오는 음악이 바로 멘델스존현악 4중주 2번 작품번호 13번 3악장이에요.


장면과 배경음악이 '훔쳤다'는 단어로 오버랩 되는 듯한 그런 기분. 나만 그런가요? 암튼 긍정적인 의미에서 도둑질은 좋은 거 같아요. 어차피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청년의 멘델스존, 부티가 흐른다



영화 속 장면

대장 '뽀빠이'가 그의 접선장소에 갑자기 들이닥친 형사들의 환기를 돌리기 위해 음악을 트는 장면


배경음악

Mendelssohn - String Quartet No.2 In A Minor Op. 13 - III. Intermezzo Allegretto


FIN.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02 브루스 올마이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