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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철 Jul 20. 2020

(4장) 우리는 어떻게 배우는가:맥락과 상태사이

사람은 어떻게 생각하고 배우고 기억하는가 by 제레드 쿠니 호바스

1. 삽(Shovel) 티샷의 달인은 실제 골프장에서는 어떨까?


무니 할아버지는 삽으로 티샷에 백발백중 성공하는 일명 '달인'이다. 그는 자신의 뒷마당에서 친구들과 종종 내기를 했고, 삽으로 멋지게 골프공을 맞춰 홀에 정확히 넣었다. 주변의 부자 골퍼들이 수없이 내기를 걸어왔지만 매번 이기는 건 무니 할아버지였다. 우연히 한 골퍼가 그에게 실제 골프장으로 초대해 실력을 겨뤄보고자 했다. 무니 할아버지는 당연히 도전을 받아들였고, 골프장에서 도전자와 스윙을 겨뤘다. 그런데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 무니 할아버지는 연신 맨홀 뚜껑만한 목표 지점을 지나 실수를 계속했다. 결국 그는 졌다. 실제 골프장의 목표 크기보다 작은 곳에도 백발백중의 그가 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을까?


p.115
할아버지는 첫 스윙에서부터 실패했다. ..(중략).. 할아버지는 공을 그린 너머로 훌쩍 날려 보냈다. 긴장한 탓이라 생각하며 두 번째 샷을 그린을 향해 올렸고, 공은 또다시 빗나갔다. 총 열 번의 시도 가운데 할아버지는 두 번밖에 '온 그린 on-green'에 성공하지 못했다..


흔들리는 꽃들 속에서 네 샴푸향이 느껴지는 이유(맥락적 기억)


인간이 기억의 한 공간을 끄집어내는 조건 중 하나는 '환경'이다.  연구자들이 심해잠수부들에게 바닷속 6미터 깊이에서 제시된 단어의 목록을 외울 것을 요청했다.그들은 팀을 두 그룹으로 나누었다.


1번 그룹은 어제 입수했던 바닷속 6미터 깊이의 공간에 다시 돌아갔다.

2번 그룹은 그냥 육지에 남았다.


결과는 어떠했을까? 1번 그룹이 2번 그룹보다 평균 35% 이상 더 많은 단어를 기억했다고 한다.

단어를 외웠던 환경에서 1번 그룹의 기억력이 더 좋았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p.118
환경에는 단순한 물리적 기능만이 포함되는 게 아니다. 냄새, 소리, 질감 등도 환경의 '감각적 측면'을 형성해 우리가 만들어내는 각각의 기억들 내에 암호화 된다.

'맥락적 기억'이라고 한다. 환경이 기억을 결정한다. 우리가 느끼는 냄새, 촉각 등은 그 당시 조건에 반응하여 기억을 끄집어낸다. 흔들리는 꽃들 속에서 그녀의 샴푸향을 기억해 내고 그녀와 함께했던 시간이 자연스레 떠오르지 않나.


p.120
중요한 것은 우리가 '어디에서' 배우는 지가 우리가 배우는 것의 필수적인 측면을 형성한다는 것이다. 연구자들은 이것들 '맥락 의전적 학습'이라고 부른다. 어디에서 배우는지가 중요하기 때문에, 우리는 회사 밖에서 직장 동료들과 마주쳤을 때 그들을 잘 알아보지 못한다.


술로 괴로움을 잊기 위해 술을 마신 한 남자의 이야기


아주 흥미있는 이야기가 있다(실제 이야기다). 어느 아일랜드 우편 배달부가 낮 시간에 술을 한 잔, 두 잔 마시는 버릇이 있었는데, 급기야 대취한 나머지 이튿날 아침에 눈을 뜨고 자신이 배달해야 할 값비싼 소포를 잃어버렸음을 깨달았다. 도저히 어디에 두었는지 생각이 나지 않더란다. 너무 속이 상한 배달부는 근처 술집을 찾아가 다시 술을 마셨다. 그런데 갑자기 자신이 소포를 두고온 장소가 생각났고 곧장 그곳으로 걸음을 옮길 수 있었고 소포를 찾을 수 있었다.


p.123
행복하고, 슬프고, 화나고, 두렵고 역겨워하는 동안 형성된 새로운 기억이 해당 감정에 스며든다. 그리고 훗날 동일한 감정 상태에 있을 때 과거에 스며든 기억들에 접근하기가 쉬워진다.
..(중략)..
우리가 배우는 동안 느끼는 감정 또한 우리가 궁극적으로 배우는 것의 필수적인 측면을 형성한다. 연구자들은 이를 두고 '상태 의존적학습'이라고 부른다.

특수부대 군인들이 실제와 유사하거나 그 이상을 방불케하는 수준 이상의 훈련을 받는 이유다. 그들은 새로운 환경에 노출되었을 때 계획된 행동과 전략을 수행하기 위해 반복적으로 실제와 같은 훈련을 한다.


중요한 시험을 앞두고 시간을 맞춰 문제를 풀었던 지난 날을 회상해보자. 그래서일까? 자율학습시간에 실제 시험 현장과 달리 이어폰을 끼고 있거나 잡담을 하거나, 엎드려 자고 있는 학생들은 '사랑의 매'로 다스려줬다. 그분들도 이러한 상태의존적 학습을 알고 계셨던건 아닐까.


일화적 기억과 의미적 기억의 차이


일화적 기억은 환경에 지배받는다. 즉, 특정 시간과 장소에 묶여 있는 사실 또는 사건을 기억해낸다. 비가 올 때면 라디오에서 들었던 '비처럼 음악처럼'이 생각난다. 마치 옆에 라디오가 있는 듯 지직거리는 소리가 선명하게 말이다.


의미적 기억은 일화적 기억과 달리 단순 '사실' 이나' 사건'이다. 가령 '비'라고 하면 하늘에서 내리는 물방울들의 집합체라고 말이다.


대부분 우리가 습득하는 사실들은 일화적 기억에서부터 출발한다. 1+1에 2라고 답할 수 있는 것은 의미적 기억에 해당하는데 근원을 따라가 보면 다양한 문제집이나 선생님으로부터 학습받은 일화들이 각인된 것이다.


p.126
우리가 새로운 정보를 배울 때마다, 그것은 학습이 일어난 특정한 매락과 강력하게 연관되어 있다.. 다시 말해 새로운 기억들은 모두 일화적 기억으로부터 출발한다. 하지만 우리가 다양한 맥락에 걸쳐 같은 정보를 접하게 되면, 그 정보는 어떤 특정한 맥락에서 떨어져나와 '독립된'사실이 될 수 있다. 즉 다양한 시나리오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면서 의미적 기억들이 나타날 것이다.


자, 그럼 무니 할아버지가 실제 골프장에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한 이유를 금방 알아차릴 수 있겠다.


p.128
그렇다.
단 한 곳에서만 연습을 했기 때문이다.


중요한 발표를 앞두고 있다면 실제와 똑같은 환경을 구성해보자. 맥락적 기억은 '어디에서', 상태의존적 기억은 '감정'에 기반을 두고 있다. 뭔가 새로운 것을 배우고 싶다면 맥락적, 상태의존적 기억 특징을 잘 활용해보면 답이 나온다. 양의 문제가 아니라는 걸 말이다.


질문: 음악을 들으며 공부하면 학습력이 올라갈까요?
답: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사람마다 적당한 노이즈 양이 다르다. 누구에게는 소음이고 누구에게는 잡생각을 잠재우는 소리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어라? 그럼 모차르트 음악을 들으면 더 똑똑해질까요?
땡! 천.만.에.말.씀.


지금은 다소(?) 논란이 있지만 미국 2001년 911테러 당시 뉴욕 시장을 지낸 루디 줄리아니(Rudy Giuliani)는 당시 어수선한 상황을 보고 받고 기자들의 질문에 답을 하기 위해 보좌진들을 실제 기자처럼 대하고 예상 질문을 퍼붓게 했다. 답변 하나에 그의 시장으로서 커리어에 흠집이 날 수도 있기에 그만큼 철저히 실제와 똑같은 상황을 만들고 회견장에서 당시 상황을 뉴욕은 물론 미국 시민에게 전달할 수 있었다.

출처: 네이버

나이가 들면서 기억력이 감퇴한다고 한다. 난 이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이번 장을 관통하는 하나의 키워드가 있다면 '경험'이다. 기억이란 경험을 켜켜이 쌓아올린 또 하나의 자신이다. 경험이 많다는 건 그만큼 기억할 게 많다는 거다. 기억할 게 많다는 건 그만큼 지식이 많이 쌓였다는 증거가 된다.


가끔 내가 적었던 글들을 볼 때가 있다. 부끄럽다. 오글거리고 현재 감성은 인스타인데 지난 글들은 아직 '싸이월드'에 머물러 있는 듯 하다(그래도 가끔 눈물을 흘리진 않는다).


부끄러워하지 말자. 지난 자신이 부끄럽다면 그만큼 더 성숙해졌다는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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