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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철 Sep 27. 2020

(5장) 일 잘하는 뇌를 찾아라: 슈퍼태스커의 비밀

사람은 어떻게 생각하고 배우고 기억하는가 by 제레드 쿠니 호바스

간단하지만 순서만 바뀌어도 뇌는 반응한다

한 가지 실험을 해보자. 종이를 반으로 나눈다. 그리고 왼쪽부터 알파벳 A부터 L까지 총 12개의 문자를 쓴 뒤 오른쪽 페이지로 넘어와 숫자 1부터 12까지 적는다. 총 걸린 시간은 얼마인가? 1분도 채 안 걸렸을 거다.


그럼 조금 순서를 바꾸어보자. 왼쪽에 A 그리고 곧바로 오른쪽에 1을 적고 좌우 번갈아가며 L, 12까지 적어본다. 분명 이전에 했던 결과보다 더 오랜 시간이 걸렸을지도 모른다. 왜 그랬을까? 


우리의 뇌에는 강력한 필터가 존재한다. 바로 '집중력'이란 필터 말이다. 


멀티태스킹에 대한 불편한 진실


우리는 어떤 일을 할 때마다 뇌 속에는 그와 관련된 규칙들이 생성된다. 단, 한 번의 작업에 하나의 규칙이 적용된다. 멀티태스킹은 여러 일을 동시에 처리한다는 환상이 있지만 사실은 작업 사이를 빠른 시간 내에 이동하는 것에 불과하다. IT공대생이라면 알겠지만. 윈도우 화면에 여러 작업창을 띄워놔도 동시에 처리되는 건 아니다. CPU는 주어진 시간에 작업 사이를 빠르게 왔다 갔다 하고 그런 능력이 성능을 나타낸다.


후면 주의 네트워크와 앞면 주의 네트워크


후면 주의 네트워크는 뭔가 중요하고 특별하게 여겨지는 것을 이끄는 네트워크이다. 참고로 네트워크는 뇌 속에서 각 명령을 오가게 만드는 물리적 또는 화학적 경로를 의미한다. 다시 돌아가서 후면 주의 네트워크가 있음으로 해서 우리는 독서모드로 내 앞에 놓은 책을 읽을 수 있다. 바로 앞에 일어난 일에만 집중하는 모드이다. 도로연수를 수행 중인 운전자라 생각하면 된다.


앞면 주의 네트워크는 집중력으로 소모되는 것들 외에 나머지를 백그라운드로 무의식적으로 감시하는 네트워크다. 책을 읽는 중에 갑자기 차가 들이닥치거나 건물이 무너져 내린다는 생각은 하지 않으니까. 도로 운전연수에 옆 조수석 앉은 강사의 역할이라고 생각하면 쉽다.


이 두 네트워크를 오고 가며 동시에 사용하는 듯 보이지만 실제는 단지 작업전환일 뿐이다. 그럼 이게 왜 문제가 되는 걸까?


작업전환에 치러야 할 대가


운전하는 사람은 공감하리라. 예전보다 신호대기시간이 더욱 무료하게 느껴지는 거. 나 또한 그렇다. 괜히 스마트폰을 습관적으로 들어 메시지를 확인한다. 운전하고 스마트폰 보고 이런 작업전환이 이루어진다. 근데 이런 행위가 정말로 위험하다는 근거가 이 책에 나와있다.


작업전환이 이루어지면 우리가 치러야 할 대가는 크게 3가지이다.


첫 번째는 시간이다. 작업 전환 시 필터가 업데이트를 하는 동안 잠시 다시 새로운 작업 모드로 진입하기 전에 멈추는 구간이 있다. 이런 전환이 잦아지면 속도가 느려진다. 한 번 스마트폰 보는 건 금방 내려놓을 수 있지만 여러 번 하게 되면 운전은 운전대로, 스마트폰 확인은 그 행위대로 전환하는 속도가 느려진다.


두 번째는 정확도가 낮아진다. 사실 작업 전환은 매끄러운 프로세스가 아니다. '심리적 불응기'라고 불리는 이 짧은 구간은 실수를 연발하게 만든다. 전화가 오면 다리미를 얼굴에 댄다던지..(그저 상상일 뿐).


세 번째는 기억력이 떨어진다. 작업 전환이 일어나면 선조체 활동이 증가하고 해마 활동이 감소한다. 선조체는 활동을 해마는 기억을 담당한다. 선조체는 무의식적인 반응을 보이는 반복적 기술, 즉 걷는 행위를 담당한다고 보면 된다. 해마 활동이 감소하므로 기억력이 떨어지고 정보나 지식에 의식적으로 접근하고 처리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스마트폰 메시지만 단순 확인하는 것뿐인데 해독에 어려움을 겪고 오래 들여다보게 된다는 말이다. 그러다 앞차와 꽝!


슈퍼 태스커의 비밀은 단순함


집중력이 중요한 화두로 자리 잡은 시대에 살고 있다. 도대체 스마트폰을 내려놓지 못하겠다.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소셜 딜레마(Social Dilema)'에 보면 오랜 시간 동안 소셜 미디어에 집중하게 만드는 교묘한 알고리즘을 만드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또한 그들의 솔직한 고백도 들려준다. 어떤 상원의원은 자신은 나이가 많아 '스마트폰을 그만 쳐다보라'라는 말을 꼰대처럼 하고 다니지만 어쩌면 앞으로 다가올 끔찍한 세상을 모르고 죽는 게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그만큼 많은 정보에 노출되고 하나에 집중하지 못하게 만드는 여러 매체들, 그리고 그걸 교묘히 조장하며 수익을 올리는 거대 기업들. 처리해야 할 일은 많고 집중하지 못하면 생산성이 떨어지고 우울감이 생긴다. 어쩌면 현대 우울증은 집중하지 못함으로 비롯된 건 아닐까 생각해본다. 


한 번에 하나씩 처리해야 한다. 우리는 그렇게 설계되었다. 집중력이 필요한 시기에는 최소한 스마트폰은 내려놓자. 아니 덮어놓자. 최소 15분 동안은 세상이 무너질 듯한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사실 본인도 이 글을 쓰면서 여러 번 스마트폰을 쳐다봤다. 확실히 알고 보는 것과 모르고 보는 건 차이가 난다. 요즘 세대는 이전 세대보다 긴 글을 읽는데 어려움을 겪는다는 글을 본 적있다.


https://www.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1/18/2018011801596.html 

세 줄 요약없이 기사의 내용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디지털 세대 까막눈이라니. 더 이상 쓰면 꼰대스러운 글이 될 수도 있으니 여기서 요약을 해보자.


1. 멀티태스킹은 단순 작업전환일 뿐이다.

2. 작업전환이 이루어질수록 시간, 정확도, 기억력의 낭비다.

3. 한 번에 하나씩 처리하는 게 성과도 좋고 뇌 건강에도 좋다.


집중하고 몰입하는 것. 그만큼 행복한 일이 있을까 싶다. 우리는 생각하기에 존재하는 인간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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