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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철 Sep 28. 2020

(6장) 청크를 만들고 인터리빙 하라

사람은 어떻게 생각하고 배우고 기억하는가 by 제레드 쿠니 호비스

순서만 바뀌었을 뿐인데


당신은 테니스 선수이다. 큰 시합을 앞두고 연습계획을 세운다. 


A: 포핸드 30, 그다음 백핸드 30, 마지막으로 발리 30

B: 포핸드 10, 백핸드 10, 발리 10, 이렇게 1세트로 하여 3세트까지 진행


둘 중 어느 연습계획이 성과가 좋을까? 정답은 일단 접어두고 두 계획이 지닌 차이와 의미를 알아보자.


순서 정리자, 청크


우리가 신발을 묶을 때 각각의 동작은 기저핵이라고 불리는 네트워크를 통해 개별적으로 접근되고, '전전두엽 피질'로 전송된다. 다만 각각의 작은 행동 단위는 순서대로 보내지지 않고 무작위(Random)로 모여지기 때문에 이들을 순서에 맞게 조절하는 매개체가 필요하다. 그러한 역할은 '전보조운동영역'이 담당한다. 


컴퓨터로 예를 들면 작업 하나하나를 기저핵이라고 하면, 프로그램을 메모리에 올리는 일은 전전두엽 피질, 실제로 작업을 배분하는 CPU가 전보조운동영역이라고 보면 된다. 사실 이렇게 전문적으로 이해할 필요는 없지만 그럼에도 이 책에서 설명에 페이지를 할애하는 이유는 '병목현상'을 통해 '순서 정리자'를 설명하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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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문자를 한 번에 이해하기 어려울 거다. 근데 이걸 몇 개 묶어서 분리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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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과정을 청킹(chunking)이라고 하며, 청크는 단어, 문장 등의 기억 단위를 나타낸다. 우리의 뇌는 위의 13개 알파벳을 효율적으로 나누어 4개의 청크로 관리한다. 이것이 쉽기 때문이다. 만일 주차장에 차를 대놓고 내가 어떻게 집까지 운전해 왔는지 모르겠다면 각각의 기억들은 무시하고 '집으로 운전해가기'라는 커다란 청크가 머릿속에 형성되었기 때문이다.


청크는 한 번 형성되면 쉽사리 변하지 않는다. 당신의 전화번호에서 마지막 세 자리는 무엇인가? 쉽게 떠올릴 수 없는 이유는 전화번호 뒷자리는 4개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인터리빙, 예측불가에 강력한 무기


인터리빙(interleaving)은 '끼워넣기'로 번역되는데, 각각의 청크를 재배치하여 수행하는 정도로 이해하면 된다. 서두에 던졌던 질문, 테니스 시합은 공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상황에서 적절한 포지션을 취해서 공을 네트 위로 오고 가게 하는 게임이다. 어떤 때는 포핸드, 또 어떤 때는 백핸드를 해야 한다. 우리의 뇌는 각각의 시나리오에 어떤 조합이 가장 적합할지 판단해낸다. 이러한 과정을 '전이(transition)'이라고 부른다.


p.190
전이는 서로 비슷하기는 하지만 이전에 결코 배운 적 없는 기술을 실행하기 위해 사전에 형성된 청크를 그 용도에 맞게 개조하는 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럼 이쯤에서 답은 나왔다. B처럼 각 연습 단위를 일정한 청크로 만들어 번갈아가며 연습하면 된다. 어떻게 인터리빙을 잘 활용해야 할지 방법과 주의사항에 대해 마지막으로 알아보자.


인터리빙을 위해 숙고해야 할 사항


첫째, 믿음이다. 인터리빙은 다양한 기술들이 섞여 제대로 된 연습이냐고 의심하기 쉽다. 다양한 상황과 그에 맞는 시나리오에 노출되는 것. 그리고 이 테크닉이 효과가 있다고 믿어야 한다. 경험이 자산인 셈이다.


둘째, 예측 불가능한 경우에 빛을 발한다. 예상하지 못한 상황은 사람을 당황하게 만들고 연습되지 않았다면 실수를 만든다. 언제 어떻게 다가올지 모를 상황에 대비하는 게 목적이기 때문에 만능은 아니라는 것을 명심하자.


셋째, 신체뿐만 아니라 인지력 향상에도 도움을 준다. 한 과목을 오래 공부하기보다 성격이 다른 과목을 섞어서 공부하면 능률이 향상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유연성에 초점을 맞춘 해석이다.


넷째, 의도적으로 청크를 변화시켜야 한다. 인터리빙은 끼워넣기이기 때문에 다양한 조합으로 청크를 조절하고 변화를 주어야 의도한 성과를 내는데 유효하다.


영리한 삽질이 필요하다


이번 장을 읽으면서 한 단어가 떠올랐다. '삽질'. 단순히 땅을 파는 행위를 삽질이라고 하지만 별 의미 없이 수행하는 행동을 보면 흔히 '삽질한다'라고 표현한다.



똑같은 일만 반복하면 삽질이지만 일정 단위로 쪼개 순서를 바꿔가며 다양한 상황을 연습하면 '영리한 삽질'이 된다. 최근에 많은 두뇌 훈련 프로그램들은 인터리빙을 적절히 활용한다. 다만 간과할 수 있는 부분이 '청크'도 변화를 주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타이거 우즈는 어느 날 자신의 스윙을 바꾸기로 결심했단다. 이유는 아무리 연습을 해도 성적이 나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비디오를 통해 자신의 폼을 지켜보고 12시간씩 꼬박 2년을 변화를 주기 위해 연습에 연습을 거듭했다. 그 결과 2005년 우즈는 아무도 못 보았던 스윙을 보여줬고 그 해 다시 한번 1위에 올랐다.


https://www.youtube.com/watch?v=R9Sm4r8UEok

출처: 유튜브

그대들도 청크를 활용해 인터리빙을 시도해보고 변화가 없다면 과감히 그 청크를 깨는 파괴를 즐겨보심이 어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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