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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철 Dec 08. 2023

덕분에 저도 배울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삶을 아름답게 꾸미는 말

아침 출근하고 갑자기 팀장에게서 특정항목에 대한 확인 요청을 받았다. 연락을 해서 확인을 받을 동료 이름도 알려줬다. 대면보다 텍스팅에 익숙한 세대와 함께 근무를 하면서 채팅으로 뭘 물어보기가 아직은 적응이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용기를 내어서 채팅창에 궁금한 사항을 남겼다.


문자로 하는 대화는 상대방의 감정을 읽을 수 없기 때문에 나 같이 INFJ의 성향을 지닌 사람들은 참으로 대화를 이어가기가 어렵다. 묻는 것도 어렵다. 즉각적인 반응이 없기 때문에 빈 공백 시간을 견디질 못한다. 30분 정도 지나고 답장이 왔고, 나는 그 사항을 확인하느라 잠시 대화창을 떠나 있었다. 다시 궁금한 사항이 있어 용기를 내어 질문을 했고 또 다시 몇 분의 정적이 흘렀다. 


문자와 시간을 낭비하기 싫어 꽤 많은 단어를 사용하여 메시지를 남겼다. 질문이 좋으면 답이 명확해진다. 그렇게 오고가길 몇 번하고나니 2시간이 훌쩍 지났다. 정말 급한 사항이었으면 전화를 했었겠지만 다행히 이 정도 시간이 흐르고 내가 원했던 답을 얻었다. 그 친구는 나와 나이차이가 많이 나는 탓에 나를 어렵게 생각하지 않을까 고민도 했고, 시간을 많이 뺏는건 아닌가 마음 한 켠이 무거웠다.


대화가 끝날 즈음 고맙다는 인사를 남겼다.


" ㅇㅇ님, 바쁘신데 친절히 답변해 주셔서 감사해요. 많은 도움이 되었어요."

" 아니에요, 덕분에 저도 공부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별거 아닌 인사성 답변일 수 도 있지만 오히려 본인이 맡은 업무에 대해 조금 더 깊게 알 수 있어서 고마웠다고 하는 마음이 너무 예뻐보였다. 보통 '넵'이면 다행이지 않은가 하고 생각했었단 말이다. 평소 인품을 보면 겉치레 인사는 아닌거 같았끼 때문에.


매일매일 스트레스 속에 사는 우리는 상대방의 질문이 다소 불편하고 귀찮게 느껴질 때가 있다. 나의 감정이 그대로 드러나면 상대도 그 감정을 고스란히 이어받는다. 일종의 배려랄까. 간단한 인사말이라도 해주면 가슴 한 켠이 따뜻해지고 힘이난다.


오늘 나이는 나보다 어리지만 그런 말 한마디 할 수 있었던 그 친구에게 나도 배웠다. 배움은 고통이 따른다지만 꼭 그런것만도 아닌거 같다. 함께 고생하는 걸 알기에 오히려 세심한 배려가 필요한 건 아닐까. 


하루를 마치는 순간까지 채팅창을 바라보며 난감했고 당황스러웠던 상황을 이겨낼 수 있었던 그 친구의 말 한마디를 다시금 생각했고 나 또한 누군가의 힘이 될 수 있기를 스스로 되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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