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도 책이 된다더라

많이 실수하고 들이대

by 박철

타인의 평가는 무시해야 한다고 누군가 말했다. 하지만 결국엔 익숙해져야 하는 거더라. 나는 비평에 정말 약했다. 누군가 나를 지적할 때면 온몸에 땀이 났다. 마치 옷을 다 벗고 서 있는 기분이었다. 부끄럽고 초라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깨달았다. 실수도 책이 될 수 있다는 걸. 얼마나 많은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는지가 중요한 시대라는 걸.

김미경 강사도 강의에서 이런 말을 했더라. 예전엔 돈이 권력이었다면 요즘은 부러움이 권력이라고. 맞는 말이다. 서울 사람들을 보면 더 이상 강남 번화가에만 몰리지 않는다. 이태원 경리단길, 가로수길 같은 곳에 사람들이 모인다.

오래된 여관을 개조한 카페, 안 쓰고 버리려던 공장을 개조한 문화공간. 그런 곳들을 다녀온 사람들은 이렇게 말한다. "이곳은 예전에 말이야..." 스토리가 있는 자랑질. 그게 사람들의 부러움을 산다.

요즘 '경험을 산다'는 기업도 있더라. 성공했든 실패했든 본인의 실제 경험을 써주면 원고료를 준다고. 처음엔 왜 그러나 싶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당연하다. 콘텐츠가 중요한 시대니까.

실패도 중요한 콘텐츠다. 살아가면서 성공보다 실패가 더 많잖나. 에디슨도 그랬다. "천재는 99%의 노력과 1%의 영감으로 만들어진다." 분명 표면적으로는 노력과 성실성을 이야기하는 것 같지만, 생각해보면 다른 뜻이다. 1번의 성공은 99번 이상의 실패가 있기에 가능했다는 이야기일 터다.

아는 후배를 만났다. 재테크에 관심이 많은 애인데 주식을 하다 실패한 경험이 있다고 했다. 그 애 지인 이야기를 해주더라. 계속해서 이직을 시도하는데 많이 실패한다고. 그런데 매번 떨어지면서도 합격에 다다르고 있다는 거다. 언젠가는 이직해서 떠날 거 같다고 했다.

2014년 히트곡 '썸'을 생각해봤다. "내 거인듯 내 거 아닌 내 거 같은 너~" 이 가사 하나로 전국을 뒤흔들었다. 소녀시대와 2NE1 신곡까지 뒤로 밀어낸 곡이다. 그런데 이 곡도 하루아침에 나온 게 아니더라. 많이 수정했다고 한다.

아끼면 안 된다. 오래 공을 들이면 다이아몬드가 된다. 잘된 것들은 일필휘지가 아니다. 한 겹씩 쌓아올린 낙엽, 눈송이 같은 것이다.

요즘 서점가에 텍스트가 넘쳐난다. 하지만 진짜 좋은 건 시간이 만든다.

결국 우리가 겪는 모든 게 자산이다. 실패도, 부끄러운 순간도, 땀 흘린 시간도. 그런 것들이 모여서 나만의 이야기가 된다. 타인의 평가 따위 신경 쓸 시간에 내 경험을 차곡차곡 쌓아가자. 지금 이 순간의 실패도 언젠가는 누군가에게 위로가 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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