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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철 Aug 20. 2016

프롤로그

30대 남자의 30가지 생각


01 | 30대가 되기 위한 선행 학습


10대 후반, 질풍노도의 시기를 보내고 있을 시절. 마음속 한 켠에 자리잡고 있던 한 가지 소망. 


빨리 스무 살 되는 것. 


친구들과 삼삼오오 모여서 술을 마시고, 흔히 말하는 대학교 캠퍼스 낭만을 누리고, 아침부터 밤늦게 시간에 구애 받지 않고 여기저기 놀러 다니고 싶었다. 실은 그때까지 기다릴 수 없어 학교 선생님과 부모님 몰래 틈틈이 허가되지 않은 자유를 만끽하곤 했지만. 막상 스무 살, 20대가 되어 대학생활을 시작했을 때 내 앞은 마치 골키퍼 없고 수비수 없는 축구 경기의 찬스와 같은 기분이었다.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그동안 해보고 싶었던 일들을 거침없이 진행했다. 머리를 어깨까지 길러보고, 샛노랗게 염색을 하고, 늦게까지 술을 마시며 청춘을 부르짖으며 여기저기 놀러 다녔다. 지금 생각하면 얼굴이 화끈거릴 만큼 미친듯이 놀았다(이 시절 사진이 많이 없는 지금, 그 시절의 나에게 너무 고맙다는 인사를 전하고 싶다) 그래서였을까. 10대에서 20대로 넘어가면서 심리적인 충격은 없었고, 20대라는 사실을 마치 훈장 과도 같이 느껴졌다. 비록 내 나이가 노력으로 얻어진 건 아니지만. 그래도 그만큼 많은 사전 연습을 했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02 | 주변으로부터 전해 들은 '넌 30대임 ' 


어느 날 갑자기 허리가 아팠다. 앉아 있을 때마다 다리 종아리에 찌릿하는 불쾌한 통증이 몰려왔다. 병원에 가보니 허리 디스크라고 했다. 내가? 벌써? 그거 나이 먹으면 오는 거 아니야? 아무튼 그렇냐고 하면서 별일 아닌 듯 집에 오긴 했지만, 뭔가 억울했다. 아직 기운 팔팔한 나이이고 갓 서른이 되었을 뿐인데. 다음날 회사에 출근해보니 마침 무거운 짐을 나를 일이 있었다. '영차' 하며 짐을 나르며 선배에게 무심결에 허리 아픈 얘기를 했다. 병원에서 이야기를 들은 후로 괜히 신경 쓰인다. 선배가 한 마디 했다. '야, 너 언제까지 20대인 줄 알았어?' 하며 그 짐을 자기가 들어주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내 몸 상태도 모르고 20대 시절을 생각하며 무리하게 운동한 날이 많았다. 어쩐지 피로 회복 속도도 더디고 항상 피곤했었다. 옛날 생각하고 한껏 텐션을 올린 다음날, 몸 회복 속도와 내 마음 속 의지는 서로 이별을 준비 중이었다. 내가 벌써 30대라니. 나 스스로 인지 못한 사이에 이미 30대의 몸이 되어있었다. 슬펐다. 괜히 서글펐다.


연애가 하고 싶었다. 그래서 만나는 사람마다 주변에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해달라 했다. 대부분 '30대니까 이제 결혼할 사람을 찾아야지'하는 말을 더 많이 들은 것 같다. 난 아직 20대 후반의 생각과 기억에 머물러 있는데, 남들이 보는 나는 벌써 결혼 적령기, 아직 결혼 못한 '노총각'이었다. 내가 내 나이를 인정하기도 전에 주변에서 벌써 30대의 정의를 내려버렸다. 혼란스러웠다. 서른이 이렇게 서글프다니. 그걸 알았다면, 너바나(NIRVANA)의 커트코베인의 말처럼 천천히 사그라지기 전에 화려하게 불태워버릴 걸. 어쩌면 내가 일부러 인정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그렇게 믿어버리는 편이 차라리 낫다.



03 | '우리 30대'는 매력 있다.


어렸을 때 난 27살에 결혼해서 아기를 낳고 서른이 되기 전에 모든 '사회적 마일스톤'을 마무리 지으려 했다. 여기서 말하는 사회적 마일스톤이라는 것은 내가 살아가면서 시기에 맞는 실적을 말한다. 예를 들면, 20살 대학입학, 27살 취업, 30살 결혼, 31살 육아 등. 난 서른 살 이후 삶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서른 이라는 도화지는 내게 그저 하얀 백지장이었다. 남들은 '남자는 서른 부터' 라며 돈을 벌기 시작하고 세상을 보는 시각도 넓어지고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는 시기라고 한다. '나이에 니은(ㄴ)이 들어가면 자신의 삶에 책임을 져야 한다'라고 하면서. 서른이 되면서부터 모든 결정을 스스로 내려야 하고, 어떤 결과가 나오든 그 선택에 책임을 져야 한다. 난 실수는 실패이고, 가능성만으로는 판단해주지 않는 냉혹한 현실로 진입했다. 그래서 기대감보다 두려움이 앞섰던 게 사실이다.  30대가 되는 연습을 충분히 했더라면 책임으로부터 좀 더 자유로웠을 텐데. 30대에 요구하는 사회적 잣대는 엄격하고 요구 수준은 높았다. 이젠 치기 어린 20대가 아니라면서. 


이 시기가 '나'란 존재를 부정하면서 살아가야만 하는 시기일까? 분명 이 시기가 내게 주는 장점도 있을 거다. 인생은 각자 꽃 필 시기가 따로 정해져 있지 않은가. 20대는 삶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단어를 정의 하는 시기라면 30대는 그 단어에 동사를 추가하는 시기이다. 내가 되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들을 정의, 탐색하는 시기를 넘어 구체적으로 그 명사에 숨을 불어넣는 동사를 찾아가는 시기가 30대다. 그렇기 때문에 주도적인 인생의 키를 잡을 수 있는 중요한 시기이다. 괜히 움츠려들 필요 없었다. 내가 그럴 줄 알았다. 생각은 마음먹기에 달렸다. 사회가 우리 30대를 주목한다. 무시할 수 없는 소비와 문화 트렌드를 만들고 있는 세대이다. 젊고 정제된 언어로 소통할 수 있는 세대이다. 사회적 활동과 영향력이 큰 세대이다. 인생에 대한 진지한 탐구와 심지가 굵은 세대이다. 생산활동에 적극적이면서 워라밸을 탄생시킨 세대이다. 우린 참 좋고 매력적인 세대이다.


04 | 슬기롭게 이 세대를 여행하는 방법

옳은 선택을 하기 위해선 많은 질문, 무엇보다 올바른 질문을 해야 한다고 한다. 질문이 이상하면 이상한 대답이 나온다. 서른이라는 인생의 다시금 찾아온 강을 건너며 마주하게 될 많은 문제와 선택들. 옳은 질문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 연습도 없이 맞이한 30대이고, 몸도 예전 같지 않지만, 분명 이 세대가 갖고 있는 장점과 기회는 많다. 어차피 30대의 흐르는 강에 발을 담근 이상, 불안도 많고 두렵기도 하겠지만, 정답은 없지만 좋은 질문을 통해 답을 찾아가 본다. 



그럼 시작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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