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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철 Feb 01. 2017

#13 <머니>

뭐니 뭐니 해도 머니가 최고?

01 | 돈을 모으는 이유


여느 때와 다름없이 점심 식사를 마치고 후배랑 주변을 산책 중이었는데, 대뜸 후배가 물어왔다.



“돈 모으면 뭐하고 싶으세요?"

“글쎄…"



순간 말문이 막혔다. 왜냐면 경제가 어쩌고 저쩌고 우리가 돈을 모으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서 자조 섞인 농담들만 늘어놓고 있었는데, 정작 그 돈을 모으는 이유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지 못했다. 이 나이가 되도록. 



로또도 그렇다.

‘만약 1등에 당첨되면 뭐할래?’ 상상만 해도 기분 좋아지는 질문이다. 근데 정작 준비가 안되어 있으면, 그냥 ‘뭐 차나 사야지, 집 사야지’ 대충 대답할 수밖에 없는 거 같다. 목표가 분명해야 한다. 6하 원칙에 따라 ‘언제?, 어디서?, 무엇을?, 누구랑?, 어떻게?’. ‘왜?’는 뺐다. 당연하잖아. 잘 살고 싶으니까. 



주변의 30대들은 돈 모으고 불리는 데 전문가가 아니다. 오히려 시작하는 시기다. 왜냐하면 결혼하고 애 낳으면 하루하루 나가는 돈이 많아서 모으는데 어려움이 많다. 결혼 안 하고 솔로 라이프를 즐기는 것이 목표인 사람은 그리 많은 걱정을 하진 않을진 몰라도. 20대와 다르게 보험도 30대부터는 가입조건이 다소 까다로워진다. 요즘 30대들도 건강에 적신호라나 뭐라나. 그러니 돈을 모으려면 건강해야 한다. 어른들 말씀이 맞다. 건강이 최고다. 아직까진 내 또래 30대 친구들에서 SNS에서 자랑할 만큼 많은 돈을 모은 경우는 극히 드물다. 나도 발버둥을 치지만 한계가 있는 듯하다. 그들이 비정상이라고 스스로를 위로해본다. 나도 어느 정도 종잣돈이 모아져, 아파트 분양도 받고, 펀드도 해보고 있다. 그래. 여전히 돈 가져오는 게 어렵다. 아직 처음이라 뭐가 뭔지 제대로 하고 있는 건지 잘 모르겠다. 그저 연말 정산 대비하고, 사치 부리지 않고, 일어나지도 않을 미래에 대해 너무 대비만 하지 말고, 맛있는 음식점에서 10,000원 차이로 고민하지 않을 정도의 현실감. 그 정도면 되지 않을까?


02 | 돈은 많을수록 좋다는 믿음에 관하여


주변에 재테크 열풍이다. 예전 은행 이자만으로 충분했던 금융시스템이 IMF 이후로 무너지면서 다양한 수단으로 부를 축적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나 또한 미래가 불안하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든 돈을 조금이라도 모을 수 있는 기회만 있으면 '투자'한다. '투자'는 뭔가를 던진다는 의미로 실은 내 손에서 떠나기 때문에 손실을 내포하고 있다. 그럼에도 잃을 생각보다 얻을 생각을 먼저 한다. 잃을게 두렵다면 애초에 '투자'하지 않는다. 우리의 오랜 꿈. 내 집 마련은 너무 멀게 느껴진다. 그럼에도 조금이라도 대출을 해줄 수 있는 곳이 있다면 너도나도 찾아 모여든다. 난 1년에 1억을 못 벌면서 1억 이상을 쉽게 대출해준다. 그리곤 집을 사고 집값이 오르길 바라며 오르면 그 차익으로 대출을 갚는다. 투자가 그렇다. 적어도 내 집 마련에 성공한 그들은 삶에 있어서 목적 하나는 이루었다. 인간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최소 3대 요건 '주'를 드디어 해결했다. 그들은 이제 기본적인 인간이다. 세상은 정말 예측의 불확실성이 점점 가속화되어가고 있다. 그럴수록 조금이라도 더 모으고 싶어 한다.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만약 내가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면 어느 정도 모으고 남은 인생을 즐길 수 있을 거다. 쉽지 않다. 내가 내는 연금도 나중에 어찌 될지 모르는데. 그래서 점심에 스테이크를 먹고 싶어도 결국 짜장면이다. 미래의 안락함을 위해 현재 행복을 유예하고 때론 포기한다. 그저 많이 모으고 싶다는 막연한 집착이다. 우리가 돈을 모으는 이유는 미래를 대비하는 수단이 아니라 더 잘 살기 위함을 목적으로 해야 한다. 다행인 건 서른이 되고 나서 세상을 볼 수 있는 안목이 조금 넓어진 것이다. 그리고 어디까지가 현실이고 망상인지 구분할 줄 안다. 페라리, 부가티와 같은 해외 명품 수입차를 현금 결제로 구입하는 장면은 망상이고 조금 덜덜거리긴 해도 내 아내와 자식들 태우고 시골길을 달리는 모습은 현실이다. 한 끼 해결할 수 있고 남은 돈으로 주변을 기쁘게 해 줄 수 있는 수준의 여유. 우리는 그 기준을 잘 모르기 때문에 맹목적으로 돈을 모은다. 또한 우리 부모가 그렇게 교육시켜왔다. 돈은 많을수록 좋다고. 미래에 어찌 될 줄 모르니까. 그러니까 보험도 들라고. 허리가 휘청. 난 지금 소고기 한 점 먹고 힘내고 싶은데 아직 다가오지 않을 미래를 위해 김밥 한 줄 사 먹는다. 이제 나이도 먹었으니 어느 정도는 현실감 있게 살자. 맹목적으로 살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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