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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철 Sep 06. 2019

#10 '아무거나' 메뉴가 맛 없는 이유

<12가지 인생의 법칙> 조던 피터슨




신뢰의 정의


  오래된 물건을 갖고 있다 보면 그 기능이 다른 제품으로 대체되거나 다른 분야로 관심이 옮겨지게 되었을 때 그 물건에 대한 흥미를 잃게 된다. 당시에 최고 성능을 자랑했던, 심지어 설렘을 안겨주었던 그런 기계들이 하루아침에 쓸모없게 되는 이유는 부품 간 소통이 끊어졌기 때문이다. 즉, 상호 의존적인 부품들이 통신에 문제가 생기면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없게 되고 존재의 의미를 잃어버린다. 신뢰가 무너져버린 것이다.


p.364
노트북을 제대로 쓰려면 무수히 많은 복잡한 시스템, 이를테면 물리적, 생물학적 경제적, 사회적 시스템들이 안정적으로 작동해야 한다...(중략)..'신뢰'란 사회계약이다. 따지고 보면 노트북에 전기를 연결할 수 있는 것도 신뢰라는 사회계약이다. 신뢰는 안정적인 정치적, 경제적 시스템을 뒷받침하는 구성원들의 암묵적인 약속이다.


  계약은 신뢰를 바탕으로 이루어진다. 나는 이렇게 할 테니까, 너는 이렇게 해야 해, 네가 이렇게 하면 나는 이렇게 할게 처럼 서로 신뢰를 기본으로 암묵적인 약속을 만들어간다. 모두 이렇게 상호 의존적이다. 이런 신뢰가 무너지면 사회가 부패하고 전체 시스템이 망가진다. 갈등은 신뢰가 무너지면서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다.



세상을 지각하는 과정


  우리는 관심 없는 것에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지 않는다. 보통 그렇다. 눈에 들어온 것만을 인식의 대상으로 삼는다. 현실 세계 이면의 것들은 알 수도 없고 섣불리 판단할 수 없어서다. 그래서 자기가 설정한 지각 인식의 테두리 안에 있는 것들만 인식한다. 이러한 인식의 제한으로 인해 오해가 생기고 상호 의존적인 관계에 해를 끼치기가 무서워 홀로 상상을 키워간다. 내가 상상한 그 세계 밖에 안 보인다. 그러다 보면 불안과 마주하고 암울의 세계를 걷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불안과 공포는 상상을 먹고 자라난다.


p.367
우리는 세상을 관찰할 때 우리 계획과 행동에 적당히 들어맞고 우리가 그럭저럭 해낼 수 있는 것만 인식한다. 이런 식으로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을 살기에 적당한 곳으로 파악한다. 결국 세상을 다소 과격하게 기능적인 면만 단순화해서 인식한다. 그런데 문제는 그렇게 단순화한 세상을 세상 자체로 인식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문제를 똑바로 설명하지 못하면 혼돈이 찾아온다


  문제가 생겼을 때 그 갈등의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려는 노력은 뒷전이기 일쑤다. 그 문제로 일어난 감정에 초점을 맞춘다. 그러다 보면 돋보기를 통과한 한 점이 종이를 태우고 있는데도 말이다. 서로 오해가 생기고 부정적인 감정이 들만한 일이 생기면 현상을 제대로 인식하고 그것에만 집중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혼돈이 찾아온다. 예를 들어 남편의 외도가 의심되는 장면을 목격했다면 본인이 상상의 나래를 키우기 앞서 본 것에 대해 단순화해서 이야기해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단순화는 말하는 과정에 그 어떤 '첨가물'을 넣지 않은 순수한 현상을 말한다. 


p.376
자신이 얼마나 무능하고 보잘것없는 존재였는지를 뼈저리게 실감하고 몸에 남아 있는 육체적, 정신적 자원을 남김없이 쏟아붓는다. 최선의 상황을 기대하며 최악의 상황을 준비한다. 가속 페달과 브레이크를 동시에 밟고 있는 것이다.


p.378
느닷없이 위협적인 일이 닥치면 가정의 질서를 깨고 싶지 않아 누구도 진실을 말하지 않는다. 대신 모두 어둠 속에서 소곤거린다. 진실한 대화를 위해서는 불편한 감정을 인정해야 한다. 원망과 두려움, 외로움과 절망, 질투와 좌절, 증오와 권태를 인정하면 오히려 마음의 평화를 유지하기가 더 쉬워진다.



완벽한 것은 없다


  부부 또는 연인 간 권태는 지독하게 더웠던 아침 바람이 달력을 넘긴 어느 날 시원하게 느껴져 문득 가을이 찾아왔구나 하고 느끼듯이 찾아온다. 실제로 여름의 뜨거웠던 기운이 서서히 줄어들고 있었음에도 그걸 잘 알아차리지 못한다. 따분한 일상이 지속되면 관계는 분명 끝을 보여줄 것이다. 그러나 어떻게 매일 한낱 한시를 설렘과 생동감으로 살 수 있을까. 불가능 한 건 아니지만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인간은 불안전한 존재임을 인정하면 서로에 대한 기대치를 낮출 수 있고 그 관계는 서로를 채우며 유지될 수 있다.


p.381
살아 있는 것은 관심을 받지 못하면 죽기 마련이다. 삶은 인위적인 노력이 더해져야 유지된다. 어떤 커플도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 없이는 완벽해질 수 없다. 당신이 완벽한 사람을 만났다면 더 불행해질 것이다. 당신은 그 사람만큼 완벽하지 않을 테고, 결국에는 상대가 그런 당신에게 실망해 떠나 버릴 테니까. 그래서 당신만큼 불안전한 사람을 만나야 한다. 그런 사람이 당신에게 필요하고 어울린다.

 

  완벽함을 내려놓고 서로의 부족한 점을 인정하고 솔직하게 말해야 한다. 당사자가 아닌 제삼자로에게 이야기를 하고 그들로부터 받는 위로성 발언들은 당시에는 속 시원할지언정 현실은 해결된 게 없다. 오히려 그 문제로부터 갈등의 벽을 더 높이 쌓아 올릴 수 있다. 그래서 솔직히 말하고 갈등을 해결하는 편이 낫다. 



솔직하고 분명히 말해야 한다


  갈등 해결은 협상의 과정이다. 협상에 있어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당사자들을 소개하고 해결해야 할 안건에 대해 인식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불분명한 안건과 발언들이 있으면 본 토론에서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설명을 해야 하고 시간과 에너지를 빼앗겨 버린다. 그러다 보면 어디서 문제가 시작되었는지도 모르고 감정싸움으로 치닫기 쉽다. 


p.389
하지만 아무렇게나 불분명하게 말하면, 어떤 것도 모호한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다. 목표도 명확하게 표현되지 않아서 불분명하다. 불확실성의 안개가 걷히지 않는 한 세상을 헤쳐 나가기 위한 협상은 불가능하다.


  지금 닥친 불행과 혼돈에서 벗어나려면 정확하고 정직하게 말해야 한다. 밤새 아파서 힘든 몸을 이끌고 병원에 찾아갔는데 의사에게 증상을 제대로 말하지 않으면 엉뚱한 처방만 받게 되고 오히려 병을 악화시킬 수 있다. 분명하게 말하지 않는 것에 대한 모든 책임은 자신에게 있다. 


p.395
당신의 의도를 말로 표현해 보라. 그래야 당신이 의도하는 바를 명확히 알아낼 수 있다...(중략).. 삶의 혼돈을 직시하고 정면으로 맞서라.



정리하며

 

  대부분 사람들은 관계에 의존적으로 살아간다. 세상은 혼자 살 수 없기 때문이다. 그들의 관심에서 멀어지면 도움을 받을 수 없다는 생각에 두려워한다. 이것은 분명 부정적으로 돌아가는 나선형 생각이다. 긍정적으로 관계를 맺고 서로 도와주며 발전적인 방향이 아니다. 그럼에도 부정적인 면에 초점을 맞추는 이유는 우리 세상을 인식하는 과정이 1차원적이고 보이는 것만 인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수면 아래 감춰진 진심을 알아채기 힘들다. 그래서 오해와 갈등이 생긴다. 오해와 갈등을 제대로 풀지 못하면 본인은 물론 타인도 파멸의 길로 빠질 수 있다. 

  보이는 것만 인식하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정확하고 솔직하고 분명하게 이야기하는 것이다. 알면서도 못하는 이유는 실패에 대한 두려움과 제2차 갈등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그런데 그런 두려움은 애초에 솔직히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는 어색함과 껄끄러움 보다 덜하다. 처음이 어려운 법이다. 

  주변에 본인이 좋아하는 것에 대해 모호하게 대답하는 사람들이 많다. 특히 맛있는 음식을 먹으러 가자 했을 때. 정작 무엇을 먹을까 하는 과정엔 침묵한다. 또는 '아무거나' 메뉴다. 본인의 의도를 드러내지 않으면 메뉴 선정에 실패했을 때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착각을 한다. 그러나 '메뉴 선정'에 대한 실패는 누구 하나가 짊어지는 것이 아니다. 애초에 협상이 없었기 때문에 모두가 동의한 상태고 구성원 모두에게 책임이 있는 것이다. 그걸 잘 모른다. 

  원하는 것을 분명히 이야기하자. 그리고 솔직하게!



3줄 요약

  

  - 보이는 것만 혼자 판단하고 상상하면 안 된다

  - 분명하고 솔직하게 이야기하자

  - 그렇지 않으면 더 큰 오해와 갈등이 찾아온다 



행동 양식 - 내가 원하는 것을 분명히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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