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을 죽이려는 당신에게

세브란스 본관 9층 엘레베이터 앞에서

by 이여진


내일을 죽이려는 당신에게


내일을 찢어발기려고 날붙이를 뒤적거리는 당신에게

가까이 오면 찔러버릴 것처럼 아득바득 소리를 지르던 당신에게


손을 바들대고 얼굴은 이미 끈적이며

눈은 시뻘겋게 물든 채로 창 밖을 노려보는 당신에게


월요일마다 꽃을 담아서 가겠습니다.

화요일에는 달을 피워서 갈게요

이 밖에 또 뭔가 필요한 게 있다면 꼭 말해주세요.


나는 도움이 되고 싶었어요, 아세요?

아시죠?

당신에게 하고픈 이야기를 매일같이 새벽에게 대신 털어놓았어요


새벽이 당신 귀에 속삭입니다

어쩌면 우리 내일도 저렇게

입술 꽉 깨물다 보면 저 멀리서

분홍빛 부드럽게 차오를지 모른다고요


그러니 죽이려 들지 말아줘요

당신 것이라 느끼는 모든 것,

나를 제발 죽이지 말아 주어요.


어머님께는 아직도 이야기하지 않았습니다.

걱정 말아요.


부칠 수 없는 편지란 건 대체 무슨 힘이 있어요,

그래도 이렇게 미소짓게 되는걸



2018.09.12

분홍 빛을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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