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한 추락

다들 자기 감정을 아는 채 살아가는 건가요?

by 이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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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아름다운 거란 생각 따위는 당장 버리는 게 좋다. 누가 했던 말이더라……. 아무튼 비는 오지 않았습니다.


오늘은 분명 흐릿한 편이 나았습니다. 어제부터의 분위기로 미뤄봤을 때 꼭 그래야만 좋았어요. 하지만 눈치도 없이 거리는 화창한 겁니다. 심지어는 꽃들이 어느새 자리를 잡고 슬그머니 올라오기 시작했습니다. 그 놈의 봄맞이 때문인지, 녹색 기운이 본격적으로 도시를 집어삼키고 있었어요.


나를 들뜨게 한다고 말했지만요, 봄이 돌아올 때마다 나를 실망시킨다는 것도 분명 진실입니다. 눈이 마주쳤으면서도 이 계절은 모르는 척 날 지나쳐 가는 거예요. 마음 한 쪽을 시큰하게 긁습니다. 나를 못나게, 한없이 초췌하게 만들어요. 나는 뭐라 설명하기 어렵고 거북한 구석이 있는 것들을 싸잡아 진실이라 부르는 편입니다. 그런 겁니다. 진실이란 그저 꼭 불편해야만 하는 거예요. 가령 이런 것 말이에요.


횡단보도 너머의 남자가 십 분 전부터 나를 힐끔대고 있어요. 눈썹을 넘어가는 머리칼은 푸석푸석해 보였고, 청바지에 두꺼운 외투를 대충 걸쳐입어 전반적으로 후줄근한 느낌이 나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런 상태로 자꾸만 불안하게 이리저리 움직이는 게, 주변에 있는 모든 사람들의 시선을 끌어모으고 있었어요. 그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찡그리는 입의 모양이라던가, 일정하지 못한 보폭의 걸음걸이. 흉흉한 사건이 여기저기서 벌어진다는데 어쩌면 저 사람도 약자를 찾아헤매는 종류의 악독한 사람일지 모릅니다. 나는 골목 안쪽으로 몸을 조금 숨기고 다시 그 남자를 몰래 봤습니다.


그런데 그 때, 일순간 머리가 바늘에 꿰뚫린 듯 핑 돌았습니다. 방금 그건 뭐였지? 기묘한 편안함. 그 사람의 행태에서. 분명 아찔한 냄새가 나를 껴안았습니다.


물론 저 사람이 기웃거리는 게 나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서울대입구역의 커다란 스타벅스 앞은 언제나 기다림이 사니까요. 6년 전과 같아요. 누군가는 한껏 광대가 올라간 채 고개를 빼어 두리번거리고, 또 누군가는 화가 난 얼굴로 휴대폰을 붙잡구요. 눈앞에 있던 남자는 멀리서부터 달려온 여자친구를 안아들고 공중으로 들어올렸습니다. 그의 왼손에서 장미 한 다발이 싱그럽게 흔들렸어요. 그러다 중심을 잃고 넘어지는 바람에 둘 모두의 코트가 더러워졌지만, 그들은 그대로 앉아 웃었습니다. 깔깔대면서. 아, 이게 뭔지. 다들 웃어요. 웃습니다. 그들의 소리가 점점 멀어져요.


어쩐지 세상이 물 속에 잠긴 것 같습니다.


분명 모두가 같은 공간에 있는데 어째서 나 혼자만. 익숙해지지 않아요. 숨을 쉰다는 게, 내 피부에 이 세계가 닿는다는 게. 불과 두 시간 전쯤부터 내게 벌어지고 있는 일들과 새하얀 편지, 발열, 그리고 작별 같은 재회. 몇 시간 전, 사무실 구석자리에서 나는 뜨거운 눈썹을 붙잡고 앓았습니다. 오랫동안 저 멀리로 가 있던 이름이 기어와 꿈틀거렸어요.


이게 무슨…….


나는 그 종이에 적힌 글자들이 뭔지 알고 있었습니다. 그게 단순한 글자만은 아니라는 것도요. 다만 나는 어제까지만 해도 그런 게 세상에 존재한다는 것조차 까맣게 잊고 만 것입니다. 그건 말이 안 되는 일입니다. 누군가 내 기억을 시퍼런 메스로 도려낸 것처럼, 사고라도 당한 것처럼. 세상에는 잊어서는 안 되는 것들이 분명히 있어요. 용납되지 않는 것들이 있단 말입니다. 나는 대체 어느 틈에 수술을 당한 건지 짐작도 가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그 글자들이 다시 나에게 왔다는 사실은 또 무얼 의미할까요? 편지는 돌아오면 안 됩니다. 어떤 편지는 그럴 수도 있지만, 적어도 이것들은 안 돼요.


갑작스레 모든 사건들이 하나의 강줄기처럼 몸을 붙였습니다. 기억나지 않는 누군가가 내 손에 의해 사라진 것, 송주가 갑작스레 시체를 건져올린 것, 그 시체가 내게 핏물이 뚝뚝 떨어지는 글자를 새겨 보낸 것… 곧장 나는 찬우 씨에게 걸어가 따지듯 물었습니다.


이게 뭐예요?

예?

왜……. 어째서예요? 이런 게 왜 여기 온 거예요?


한심한 발음밖에 못 하는 나의 혀. 미운 게 차고 넘쳐 눈을 질끈 감아버렸습니다. 분명 눈알이 찌그러졌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대리님, 괜찮으세요? 편지는 경비 분께서 우리 팀 거라고 전달해 주셨는데…….


찬우 씨는 허둥대더니, 목소리가 점점 작아졌습니다. 그럴수록 눈과 머리를 건드리는 통증은 점점 심해졌어요. 박 부장의 따까운 눈길에 나는 여기가 종로에 위치한 회색빛 회사임을, 나에게 업무 외라는 사치가 허락되지 않음을 상기했습니다. 그럼에도 계속해서 피가 도는 소리. 쿵쿵. 회색 사무실이 점점 좁아지고 있어요. 사무실. 사무를 보는 곳. 끔찍해. 안 돼요. 벗어나야 했습니다. 나는 그대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습니다. 등에 붙은 박 부장의 눈동자가 거칠게 떨었어요.


좁고 길다란 복도는 오늘따라 어두웠습니다. 끄트머리에 서서 휴대폰을 붙잡은 나는 먼지가 이는 이름을 하나 발견했어요. 하지만, 하지만……. 나는 그 이름을 가만히 내려봤습니다. 모든 게 수상하고 무서웠어요.


우선은 나의 표정. 지금의 표정.


공포?

아니, 기대?

설마 즐거움?


알 수 없어요. 사람들은 모두 자기 기분을 정확히 알고 살아가는 건가요? 생전 처음 보는 감정이 심장을 찌르면? 그 때는…


텅 빈 복도.

누군가의 의도대로 움직이고 있는 느낌.

알 수 없는 흥분.



신호는 총 다섯 번을 울렸습니다. 신호음의 사이마다 나는 정적이 그 사람의 목소리인 것처럼 잠깐씩 숨이 쉬어지지 않았어요. 손가락도 계속해서 꿈틀거립니다.


지금은 전화를 받을 수 없어…….


일 분 뒤 익숙한 기계음이 돌아왔습니다. 냉담하고 안심되는 문구. 지금은, 전화를, 받을 수 없어. 셋 중 하나라도 바뀌었다면 이 캄캄한 속이 어디로 튀었을지 장담할 수 없어요. 세상에는 전화를 걸어놓고 받지 않기를 바라는 바보 같은 짓거리도 있습니다. 나는 한심함에 웃음이 나오려는 것을 또다시 참았습니다.


뭐, 무슨 일인데. 주식이라도 떨어졌어?


자리로 돌아가자 박 부장이 따갑게 물었습니다.


아뇨, 아닙니다. 별 일 아니에요.

……신연정.

죄송합니다. 정말 괜찮아요. 집중하겠습니다.

「…….」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먹이라도 찾은 것처럼 한심한 목소리로 말하더니, 그녀는 그대로 나를 가만히 노려봤습니다. 눈빛을 마주하고 있자니 연기가 아니라, 정말로 죄송하다는 말만이 입에서 질질 흘렀어요. 또 이렇게 되는 거예요. 나는 구제불능이고 통제가 되지 않으며, 이런 일 하나하나에 이렇게 흔들리는 그런 사람인 걸로. 부장님이 본 그 짧은 순간들이 내 전부인 거예요. 어쩌겠어요? 죄송하다는 말 밖에는. 박 부장은 계속해서 나를 노려봤습니다. 내가 지을 죄를 이미 보고 온 것처럼요.


나는 그대로 자리로 돌아가 텅 빈 화면을 딸깍대며 올렸다 내렸습니다. 아직 저지르지도 않은 일로 질타를 받는 세상이에요. 너무하지 않아요? 나는 죄마저 대출해 사용하는 사람입니다. 세상이 빽빽하게 목구멍까지 들어차 그 자리에서 토를 해 버리고 싶었습니다.


그 때 휴대폰이 꿈틀거리더니, 모니터 화면의 메신저에 새로운 문자가 피어났습니다. 친숙하고 모난 이름이었어요. 그 이름은 담담하게 말했습니다.


무슨 일 있어?



잘 기억나지 않지만, 아무튼 휴가를 사용할 때 박 부장은 턱을 내밀고 심술 가득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아마 ‘어이가 없네 진짜’라던가 ‘더 이상 실망할 구석도 없다’ 같은 말을 몇 차례 덧붙였던 것도 같아요. 나는 그 앞에서도 언어를 잃은 사람처럼 연신 죄송함만을 입에 담았습니다. 무슨 표정을 지어야 할지 모르겠어요. 박 부장 앞에 섰을 때. 그러니까 심판하는 사람 앞에서, 또 무표정으로 타자를 두드리는 팀원들 앞에서도, 웃으며 지나가는 이 북적대는 사람들 사이에서도요. 다들 대체 무슨 마음으로 걸어다니는 걸까요? 나는, 나는……. 신이 나는 건 분명 아냐. 그렇지만 지금 어쩐지 심장이 빠르게 뛰고 복부가 찢어질 듯 긴장되는 건…….


툭, 툭.

어깨에서 두 번의 노크가 느껴졌습니다.


나는 천천히 몸을 돌렸습니다. 나도 모르게 걸음을 뒤로 한 발짝 옮겼습니다. 횡단보도 건너에 있던 꾀죄죄한 남자였어요. 등은 조금 굽었고, 지금은 또 입술이 굳게 붙어 있어 음침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 남자가 어느새 나를 응시하고 말없이 서 있었어요. 나의 예감이 틀리지 않았던 겁니다. 이 남자는 줄곧 나를 바라보고 있었던 거예요. 나 또한 말없이 잠깐 그를 봤습니다. 제가 어떻게 그 숨막히는 침묵을 깨트렸을지 상상이 가시나요?


어, 왔어?


나라는 사람이 이렇게 미웠던 적은 없습니다. 입에서 나도 모를 음성이 튀어나왔어요. 태연하게요. 이상하게 나는 그 사람이 누군지 알고 있었습니다. 분명 모르는 모습인데, 우리는 지난 6년간 연락 한 번 한 적도 없는데. 그런데도 나는 뻔뻔하게 행동했어요. 우리 사이의 거리가 하루나 이틀 즈음의 시간만을 먹어치운 것처럼. 그의 입에서 무거운 목소리가 돌아왔습니다.


……그대로네.


낮고 불안정한 음성. 은밀하게 상승하는 영문 모를 안도감. 그 안도감을 알아차리는 순간 내 기분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수치심이란 건 그런 겁니다. 전달하지 않아야 할 것을 전달하는 것. 뜨거운 공기가 이마로 쏠렸습니다.


뭐라는 거야.

…….

뭐가 그대론데.

단발. 새까만 머리.

설마 내가 평생 이렇게 살았다고 믿는 건 아니지?

긴 치마도 여전한데. 아직 그것만 입어?

아, 제발.


나는 그의 탁한 눈동자를 잡아먹을 듯 올려봤습니다.


제발, 병운아. 너는 나에 대해 아무것도 몰라. 정말 아무것도.


나도 압니다. 나도 6년만에 만난 사람에게 곧바로 못되게 굴고 싶지 않아요. 하지만 나의 과거를 포로로 잡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 정도의 항쟁은 자연스럽지 않나요? 화가 나는 겁니다. 끝도 없이 뜨거운 게 올라와요. 고개를 올려 그 사람의 코를 노려보며 툭 던지듯 말을 뱉었습니다.


너는 뭐 이리 변했냐. 나는 멀리서 보고 저게 설마 넌가 했어.


병운은 내 말을 듣고는 미세하게 움직임을 멈췄습니다. 그러고는 목젖이 위아래로 움직였어요. 그는 티를 내지 않으려 노력했지만, 목구멍의 어딘가가 막혀 목소리가 나올 수 없는 것처럼 고통스러워했습니다. 나는 알 수 있었어요. 변했다는 말이 이렇게나 아플 수도 있는 걸까요? 그러거나 말거나 그는 잠시동안 멈춘 로봇처럼 있더니, 이전의 대화는 삭제해버린 듯 명랑하게 굴었습니다.


무슨 일이야, 이렇게 오랜만에.

무슨 일인지 몰라서 물어?

몰라서 묻냐니.


그는 계속 모르는 체를 했지만, 눈동자가 나를 피하더니 아래로 내려갔습니다. 그럼 그렇지. 따지려고 입을 여는 찰나, 그가 눈을 내린 채 중얼거렸습니다.


……내 얘기 들은 거야?

뭐?


그러고 아무 말이 없었어요. 나는 눈앞의 남자가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알 수 없었습니다. 이야기라니? 그는 내 표정을 힐끔대며 확인하더니, 고개를 왼쪽으로 꺾고 힘없이 말했어요.


그럼 왜 연락한 건데.

그야 편지가…….

편지?

그래, 편지.

옛날에 줬던 편지들 말하는 거야? 갑자기 그걸 돌려받기라도 하고 싶은 거야?

아니, 그게 아니라……. 돌려줬잖아.

뭘 돌려줬다는 거야.

편지……!


편지라는 단어가 굴러 나오다가 내 혀 끝에 걸려 달랑거리는 그 때! 그제서야 비로소 나는 이 사태에 대해 최초의 의구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편지’라는 단어의 양쪽 얼굴이 다르게 생겼을지 모른다는 것. 우리의 대화가 전혀 그 단어를 공유하지 않고 있을지 모른다는 것. 주머니에 찔러넣은 손이 얇게 떨렸습니다. 그 편지는 내게 처절함이었습니다. 절박함이었어요.


나는 눈을 크게 뜨고 병운을 쳐다봤습니다. 그는 눈이 조금 커지면서 뒤로 한 발자국 물러났어요. 겁 먹은 강아지 같았습니다. 나는 다시 한 번 간절한 마음으로, 바닥이라도 길 것처럼 절박하게 물었습니다.


네가 보낸 게 아니야……?

보내? 뭘 보내?


거짓이 아님을 알 수 있었어요. 그의 눈동자와 입술이 그랬습니다. 그렇다면, 그렇다면. 이 모든 것들은 대체 어디서부터 어긋난 걸까요. 6년 전의 나는 대체 무슨 짓거리를 저질러 버렸고, 그게 오늘까지 내 몸에 남아 썩어들어가고 만 건가요. 어쩌면 처음부터 모든 게 실수였을 겁니다. 우리는 마주하지 않는 게 나았을지 몰라요. 그렇게 오랜 시간을 함께하고도 지금 이렇게 남보다 못한 것처럼 서로를 쳐다볼 거라면, 아예 모른 채 살아가는 게 서로에게 좋았을 겁니다. 처음 마주한 도림천의 넘치는 물과 흐릿한 하늘. 살만 남아 앙상한 우산과 이를 드러내고 흠뻑 젖은 웃음, 침대에 사선으로 누워 있으면 나를 흔들어 깨우는 팔뚝, 쇄골 아래 까맣지 않고 투명한 점, 자그맣게 떨리는 목소리. 괜찮아. 연정아, 나는 괜찮아…….


나는 근 6년 간 너랑 만족스럽게 대화한 적이 없어.


그의 음성이 갑작스럽게 내 어둔 데를 찢고 들어왔습니다. 그것은 놀랄 만큼 편안하고 나긋한 무게여서 나는 비명을 지르듯 두 눈을 벌렸습니다. 그의 눈이 따뜻하게 달아오른 느낌을 받을 수 있었어요.


뭐라는 거야, 진짜.


그것은 정말 낯선 기분이었습니다. 짜증을 낼 때마다 내 마음은 무거운 철근을 하나씩 풀어버리는 듯 가벼워진 겁니다. 어쩌면 나도 10 년 전을 향해 돌아가고 있는지도 몰라요. 그 시절의 신연정이 여기 아래쪽부터 차오르고 있었습니다. 이 사람이 꼭 끌어안고 있다가 하나씩 풀어주기라도 하는 것처럼요. 나는 기침을 한두 번 하고 두꺼운 외투를 여몄습니다. 맥박이 점점 가라앉았어요. 눈 앞의 남자는 모습이 많이 변했지만 안쪽은 6년 전과 그대로였고, 나는 모습은 그대로였지만 안쪽이 썩어들었으며, 우리는 이 거리에 다시 서 있습니다. 나는 눈을 똑바로 보며 입을 열었습니다.


미안. 인사도 제대로 못 했네.

그래, 이제야 좀 얘기하는 것 같다.

잘 지냈어?


뒤늦은 안부를 건네며 입꼬리가 미세하게 올라갔습니다. 나는 목도리 안으로 얼굴을 묻었어요. 웃는 모습 같은 건 죽어도 보여주기 싫거든요. 어쩐지 나는 아직도 그에 대해 오목조목 알고 있는 것만 같습니다. 마치 비어 있는 6년 간 매일같이 나와 함께 살아가기라도 한 것처럼.


튀어나온 광대와 깎지 않은 수염, 움직임이 없는 입가와 오염된 듯한 눈동자. 우리의 관계는 간단히 말하기엔 소유한 과거의 길이가 길고, 그렇다고 복잡하게 말하기엔 서로에 의해 썩어버린 부위가 적습니다. 물론 우리도 한때 서로의 가장 큰 부분을 점유했다 믿었던 적이 있습니다. 적어도 나는 전부 내어줬어요. 그러니 떨어질 적에 그렇게 철철 피를 흘렸던 거겠죠. 그렇지만 그 와중에도 아쉬움이나 후회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송주는 이런 얘기를 들으면 ‘언니가 최선을 다 했기 때문’이라고 말해요. 하지만 나는 그 말을 들으면 언제나 잠을 설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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