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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망진창이야. 쓰레기 같아.
분명 가게 주인이 밤 열한 시에 마지막 버스가 있다고 했는데. 십 분 전에 갔더니 어느새 버스가 없다고 말하더라고. 어떻게 해야 하나 한참을 가만히 서 있었어. 그러다 보니 누가 말을 걸더라? 어디로 가냐고. 어디로 가고 싶냐고. 멍청한 나는 숙소 이름조차 기억나지 않았는데, 어찌저찌 지도를 보여주며 그곳을 말했지.
장담컨대, 그 남자의 오토바이는 내가 이제껏 타본 그 어떤 것보다 빨랐어. 순간적으로 계기판의 숫자가 126km까지 올라가는 걸 봤다니까. 웃기지? 나는 헬멧조차 안 썼는데. 진짜 아무것도 없었다니까. 너무 거센 바람 앞에서는 숨을 들이켜기도 어렵다는 걸 처음 알았어. 얼굴이 추석 때 빛은 만두피처럼 이리저리 출렁거리고.
안전장치가 없이 롤러코스터를 타는 기분이라 그냥 그 남자의 허리를 꼭 붙잡았어. 점점 세게. 무섭고 시리고 아찔하게. 눈물이 조금 나고. 그런데 멈추고 싶지가 않았어. 이런 식으로 숙소까지, 숙소를 넘어서 다른 나라까지, 아니면 한국까지. 위태하다는 건 이렇게나 짜릿하구나. 불안정한 건 이렇게나 중독적이구나.
엉망진창으로 뒤섞인 하루를 살려고. 마구잡이로 숨을 쉬고. 이딴 식으로 살아도 괜찮은 거야? 저번 주에는 눈을 뜨자마자 알았지. 범죄자가 되어야 한다는 걸. 무엇이라도 좋으니 범죄를 저질러야만 한다고. 그렇지 않으면 나는 평생을 오늘처럼 겉만 핥다가 보내주겠다는 걸. 섬세함과 예민함의 시대라고들 하잖아? 가만히 좀 있으라고. 나는 그게 분해서 못 견디겠어. 안쪽까지 파고들어야지. 내가 뭘 했게? 깜짝 놀라고 말 걸. 무단횡단. 그것도 세 번 연속. 무서웠어.
어제는 열 시간짜리 도시 간 버스를 탔어. 표를 살까 말까 고민되어 두 번이나 그냥 돌아갔는데, 버스 회사 직원이 화를 내는 거 있지. 잔뜩이나 화가 났어. 지금 나랑 장난치는 거냐고, 안 태울 테니 그냥 가라고 하더라고? 장사하는 사람이 수익마저 포기하려 하다니, 얼마나 화가 난 건지 짐작이 가지. 나는 깔깔 웃었어. 미안하다고.
있잖아, 화가 난 인간. 귀엽지 않니? 고양이 같아. 이리저리 만지면 금세 화나서 물어버리잖아. 처음엔 솔직히 불쌍하다고도 생각했어. 하루가 얼마나 비좁으면 나를 한두 방울 끼워넣자마자 견디지 못하고 뒤틀려버릴까. 좀 오만했지. 아, 귀여워하는 게 더 오만한가? 아무튼 표는 결국 샀어. 애교를 좀 부렸더니 나아지시더라고. 이러면 안 되는데, 어지간한 문제는 전부 웃음으로 해결하려는 습관이 들었어. 조만간 위험이 찾아올지도 몰라.
버스는 6시에 출발할 예정이었어. 직원이 10분 전까지는 미리 와 있으라고 하길래 분주하게 짐을 챙겼고. 터미널에 도착하니 딱 5시 50분이더라? 그런데 직원이 뭐랬는지 알아? 왜 이리 늦게 왔냐는 거야! 말도 안 돼. 혼이 잔뜩 난 거 있지, 다들 나만 기다리고 있다고. 솔직히 충격이야. 다들 말을 너무 안 듣는 거 아냐? 왜 이렇게 일찍들 오는 거야? 너무하잖아. 규범을 여유분을 두고 지키라는 말까지도 여유분을 둘 것. 조언이 아니라 다들 그렇게 한다는 거야. 모두에게 역할이라는 게 있지.
나는 사회가 좋아.
습관적으로 세상 탓을 하고 남을 험담할 것. 더러운 곳에 태어나 절망적이라고 눈물을 흘리고 억울해할 것.
세상엔 쓰레기가 많다. 어째서지? 어째서 이렇게 많은 거야? 왜냐고? 그야 내가 먼저 쓰레기기 때문이지. 저 사람들을 미워해서야. 나와 세상을 분리할 수는 없는 거라고. 인간이 단 몇 명만 미워할 수 있게 설계되었을 것 같아? 그들에게 사연이 있음을 인정해야 하는 건데. 당신들은 나를 몰라요. 그런데 그 전에 나는 당신들을 몰라요. 그 당연한 사실까지도 나는 가끔 몰라요. 병운아, 그들을 부디 용서해 주어. 사람들을 용서해 주세요. 나를… 나를 용서해 줘. 아, 말도 안 돼. 나만은 평생 용서할 수 없을 거야. 아무도 미워하지 않고는 하루를 살아갈 수가 없어.
2019.1.3
짜증나는 겁쟁이들 사이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