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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드리박 Jul 11. 2024

공으로 하나되다

새싹 축구 모임

 둘째 아들 친구들 중 세 가족과 유달리 친분을 쌓아가며 함께 지낸다. 아이들이 유치원에서 서로 친하게 지내고 같은 동네에 살다 보니 자연스럽게 한 번, 두 번 만나게 되던 시간들이 쌓여 어느새 8년째 접어들고 있다. 

 우연치고는 너무나 다행(?)인 건지 모두들 아들만 낳아서 키우고 있는 세 가족이다. 세 가족 구성원 11명 중 엄마들 셋만 빼고는 모두 남! 자!다. 다행인 건지 불행인 건지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세 가족이 잘 뭉쳐 시간을 함께 할 수 있는 이유가 된 것은 분명하다. 공 하나만 있으면 8명이 모두 하나가 되어 웃고 즐기고 환호할 수 있으니 말이다. 모두가 축구공 하나로 뭉쳐지는, 완전히 이해가 되지는 않으나, 참으로 단순하면서도 다행스러운 모임이다. 다섯 아이 모두 개성도 강하고 생각도 제각각이련만 공하나만 있으면 모두가 한 팀이 된다. 축구, 살인배구, 패스놀이... 사실 아이들뿐만 아니라 아빠들이 더욱 신나하는 모습도 보여준다. 아들과 아빠들의 진정한 케미는 바로 이런 것인가?

 그렇기에 굳이 멀리 가지 않아도 잔디구장이 있는 곳이라면 어느 곳이든 최고의 나들이 장소가 된다. 간단한 먹거리와 공과 돗자리만 있으면.... 자연스레 함께 1박이든 2박이든 여행도 다니게 된 시간이 흘러 유치원생이던 아이들은 중학생이 되었고 가장 큰 아이는 내년에 고등학생이 되고 가장 어려 기저귀를 차고 형들을 따라 다니던 막내는 의젓한 초등 3학년이 되었다. 


 이제 서로 사는 곳도 다르고 각자의 일로 바쁜 세 가족이 오랜만에 1박으로 여행을 간다. 토요일도 아이들 스케줄이 있는 관계로 저녁 식사를 준비해야 할 즈음 만나 바비큐로 저녁을 먹으며 소소하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아이들은 먼저 저녁식사를 마치고 자기들끼리 수평선 너머로 지는 해를 보고 사진도 찍고 나름 바다 낭만을 즐기고 온다. 서로 사진을 찍어주고 막내는 제일 큰 형이 미더운지 늘 큰 형아 옆에서 맴돈다. 큰 형아는 그런 막내가 귀여운지 귀찮아하지 않고 잘 보듬어 주는 큰 그늘이 되어준다. 제일 개구쟁이 녀석은 웃옷을 벗어 돌리며 해변 퍼포먼스도 하고 그런 친구를 기꺼이 즐거운 시선으로 보며 웃는 다섯 아들들의 이야기가 뿌듯하다. 

 서로 하는 일도, 살아온 세월도, 삶의 방식도 다른 세 부부는 특별하지 않은 소소한 일상의 이야기를 끊임없이 나눈다. 서로의 배우자를 흉보면 다른 부부들이 편들어 주고 웃어주고 공감해 주며 맛깔스러운 저녁 이야기들은 익어간다. 비슷하고 반복되는 레퍼토리 같으면서도 지루하지 않고 서로의 부족함을 보여주면서도 부끄럽지는 않은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음이 참 감사한 저녁이다. 심지어 컨디션이 안 좋은 몸을 이끌고 간 자리임에도 부담스럽지 않은.... 

 같이 한 시간들이 길다면 길지만 짧다면 또 짧을 수 있는 시간들인데 어느새 서로 녹아든 사이가 됨이 어른들만은 아니다. 까칠함과 무덤덤함으로 무장하고 함께 가족여행 가는 것을 귀찮아하고 친구들과 운동하며 노는 것을 좋아하는 각 집에 아들들이 특별한 이벤트가 있는 것도 아니고 특별히 새로운 장소가 아닌 익숙하게 여행 다녀 본 곳으로 가는 이런 나들이에 흔쾌히 따라나서고 시간을 즐겨준다. 심지어 자기들끼리 숙소에서 각가 놀든 같이 놀든 같은 공간과 시간을 공유한다. 그리고 시간이 되면 모두 깨끗이 씻고 잠옷으로 갈아입는 완벽한(?) 준비까지! 다들 잘 자라고 있구나! 

 아침에는 모닝 족구로 서로 뭉치는 다섯 아들과 아빠들. 가장 어린 막내도 그 짧은 다리를 뻗어 족구에 참여하고 아빠들도 땀 흘리며 진심으로 열심히 해야만 아이들과 경기를 한다. 이제는 아빠들이 봐주면서 축구하던 시기가 훌쩍 지나버려 서로 진심으로 웃는 모습이 보인다. 멀리서 지켜만 보아도 참 예쁘다. 어쩌면 아빠들이 자신들과 족구를 함께 하는 아이들에게 감사해야 하는.......


  부부 모두 중학생 아들을 키우며 이런저런 고민과 걱정, 예측할 없는 아이들의 모습에 불안해하며 걱정하지만 아이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성장하고 있지 싶다. 그런 아이들의 성장 과정을 함께 공유하고 서로 응원하며 지내는 세 가족의  시간들도 한몫을 담당하고 있지는 않을까?

  시간이 더욱 흐르면 아이들은 서로 더 자신의 길을 가고 세 부부만이 만나서 또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누는 막역한 사이가 되어가는 인연이 되기를 소망해 본다. 그때쯤 서로에게 아는 좋은 형과 동생, 그리고 친구로 부모보다 더 오랜 시간 같이 살아가는 다섯 아들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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