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의 진한 향기

중2 남자의 진한 향기

by 오드리박

-사랑이 가슴을 도려내도 그게 너라면 상관없어

운명이라도 내 줄 수 있는 사랑위해

내 전부를 걸고 싶어~

소원이 있다면 그것뿐

내 생애 마지막 그녀에게서 남자의 진한 향기로 영원히 기억되고 싶다고~~~ -


하교 후 화장실에서 씻으며 작은 아이가 요즘 매일 부르는 노래 가사다. 어느 날 이 노래를 아느냐고 묻더니 매일 흥얼거리고 샤워하면서는 아주 큰소리로 노래를 반복해서 부른다. 캔이라는 예전 가수의 노래를 아는 것이 신기하여 가사를 찾아보니... 큭! 사랑의 진한 아픔을 노래하는 남자다운 노래다. 큭큭큭 가사를 보고 아들이 부르는 모습을 보니 웃음이 새어 나오는 것을 막을 수 없다. 어느 새 저런 가사가 좋다고 생각하며 부를 나이가 되다니...

1년 사이에 나의 키를 훌쩍 뛰어넘게 크더니 감성 터지는 중학교 2학년이 되었나보다.


작은 아이는 늘 사람을 웃게 하는 아이다. 하는 말도 하는 행동도 표정까지도 늘 재미를 준다. 아주 어린 아이일 때부터 그랬다. 우스꽝스런 춤과 동작, 목이 터져라 부르는 노래들, 가만히 있는 것이 어렵나보다 싶게 움직이길 좋아하는 만큼 달리는 차안에서는 움직일 수 없으니 입을 한시도 쉬지 않았다. 노래도 부르고 말도 하고 개그도 하고... 우리집 공식 개그맨이었다. (오죽하면 큰아이가 그만 좀 하라고 할 정도였다. )

엉뚱한 행동으로 늘 웃음을 주어 엄마의 비타민이라고 부르던 아이가 이제 진한 남자의 향기를 느끼며 부르는 모습이라니... 큭! 웃음이 안 나올 수가 없다. 나름 진지한 표정으로 부르고 샤워하는 내내 부르며

'엄마 이 노래 진짜 좋지 않아? 아 근데 애들은 안 좋다고 해. 이상한 애들이야~~'

라는 아들에게 차마

'너가 취향이 좀...'

. 이렇게 말할 수는 없어서

'그 애들 취향은 아닌가보지 ~~ 예전가수라서'

라고 위로 아닌 위로의 말로 얼버무렸다.


그런 감수성은 나를 닮은건지... 올드팝을 좋아했던 나의 예전 모습이 떠오른다. 나는 올드팝 감성을 좋아했다. 힙합이나 랩보다는 오래된 LP판에서 나오는 지지직 거리는 그 음이 나의 가슴을 파고 들었었다. 또래보다 성숙해 보이고 도시에서 살았으나 시골 감성을 지닌 도시여자였다. 그런 면도 유전이 되나? 아니면 복고감성을 따라 우연히 생긴 일치점인가?


랩보다는 90년대 감성을 더 좋아하는 작은 아이의 모습이 싫지는 않다. 묘한 동질감과 편안함이 느껴진달까? 중2 아이와 묘한 공감대로 가까움을 느끼는 반가움이 더 맞을 것 같다. 이야기 거리가 있는 것이 다행스러운요즘이다.


까칠한 중 2여도 여전히 엄마에게 말 걸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고 하루에 한번 꼭 안아주고 먼저 잠이라도 들라치면 잘 자라고 안아주고 가고.. 잠자기 전 꼭 엄마옆에 잠시라도 누워 따스함을 나눠주고 가는 물론 서로에 대해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로

' 아~ 잠이나 자.'

라는 말로 서로를 밀쳐낼지라도...

하루 중 가장 행복한 순간들의 하나로 기억 될 것 같다. 중2 아들의 저 센치함과 감수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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