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자라지 않은 모습으로 기억되는 그 시절 아이
늦은 밤 집을 나서는 아들과 마주친다. 나는 두손을 들어 흔들며 아들에게 잰 걸음으로 다가간다. 그 어떤 흔들림도 없이 가던 길을 가는 아둘의 팔짱을 끼고 집으로 가던 길을 되돌아 가며 춥지는 않은지.. 피곤하지는 않은지 물으며 괜스레 밝은 목소리로 말을 걸어본다.
'피곤하지'
라는 짧은 답과 함께 아직 집에 오지 않은 아빠와 동생을 궁금해 하는.. 표현은 안 해도 늘 속으로 따뜻한 그 모습 그대로 소소한 일상을 이야기한다. 아빠의 옷차림, 저녁 일정, 동생의 친구관계, 동생의 관심사 등 아주 사소하지만 가족이기에 아무렇지도 않게 이야기 할 수 있는 이야기들...
횡단보도에서 다녀오라는 다독임으로 배웅을 하며 아이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자니... 그 커다란 등 너머로 나보다 한참을 작았던 아이가 보인다.
엄마를 보면 무조건 웃으며 뛰었던 아이
함께 길을 걸을 때에는 늘 손을 잡던 아이
엄마의 모든 일상을 궁금해하던 아이
하루에도 몇번씩 자신의 일과 중 전화하던 아이
이제는 .....
길에서 마주쳐도 뛰어오거나 웃어주지는 않는 아이
그렇지만 엄마가 끼는 팔짱을 뿌리치거나 거부하지 않는 아이
말수가 많지를 않아서 늘 일상이 궁금하게 만드는 아이
힘들어도 표현을 하지 않아 늘 짐작으로 살펴야 하는 아이....가 되었다.
늦은 밤 학원을 가느라 나서는 길에도 투정하거나 한치의 망설임없이 나서는 모습이 일상이지만 그래서 더 가늠하기 어려운 아이의 마음이 늘 신경쓰이는 그런 아이가 되었다.
요즘은 아이의 얼굴을 보기도 어려워 늘 아쉽다. 아침을 차리는 동안 아이는 등교 준비를 하고 아이가 밥을 먹으려 하면 나는 내 출근 준비로 안방으로 들어간다. 그 동안 아이는 아침을 먹고 등굣길을 나선다.
'다녀올게요'
라는 변함없는 짧은 인사와 함께 쓱 사라지는 아이를 운이 좋으면 배웅하고 아니면 소리로만 배웅하게 된다. 저녁 시간에도 늦게 들어오기에 서로 마주앉아 시간을 보내기는 더욱 어렵다.
집으로 혼자 돌아오는 길에 아쉬운 마음이 든다.
아이가 나에게 환하게 웃으며 달려오고, 늘 엄마를 찾아 함께 하는 시간이 많았던 그 때,
마음을 덜 힘들어할걸...
덜 지쳐할 걸...
이렇게 아쉬운 시간이 훅 다가올 줄 알았다면 말이다.
늘 찾는 아이들 덕(?)에 반강제적으로 퇴근 후 집으로 바로 귀가해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던 그 때..
지금은 날 찾지 않는 아이들을 보고싶은 마음데 자발적으로 집으로 귀가해 기다리는 시간이 많아진 지금..
여전히 나는 집에서 아이들을 생각하지만... 서로 바라보며 기다리는 대상이 달라진 지금...
지금의 순간들도 참 아쉽고 귀하다. 지금 이시간들도 아쉬워질 것이기에 참으로 귀하다.
수업 후 들어오는 아이를 위해 무엇을 준비해 놓을까 고민하며 난 오늘도 늦은 이 시간에 주방에서 서성인다. 이제는 출출한 배를 달래줄 간식과 밥을 준비하는 것으로 아쉬운 마음을 달래본다.
언제나 그리고 가장 그리운 존재들을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