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를 묻으며

by 사언

내가 못났다는 것을 모르지 않는다. 나는 참으로 어리석기 그지없어 중한 것을 놓치고도 눈치채지 못하니까.


귀한 것을 잃고 나서 알아채면 무엇할까 싶다. 그 소실에 있어 배움이 있다면 조금은 나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나는 중한 것을 잃고 그저 후회하기만 한다.


누군가의, 아니 소중한 이의 전화를 묻었다. 내가 너무 못나서 잘난 이의 전화를 받을 용기가 없었다. 이어지는 대화 속에 나의 결핍을 보일 것만 같았다. 그게 싫었다.


어제보다 나아지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참으로 잘 알고 있다. 그러면 무엇할까. 글을 읽고, 쓰고, 깊게 생각해야 함을 알고도 미룬다. 결국 어제보다 못한 이로 남은 채, 또다시 전화를 미룬다. 한심하기 그지없지만 말이다.


오랜 친구의 전화를 받지 못했다. 부재중으로 남은 친구의 흔적을 가만히 내려다보며 숨을 죽였다. 나의 어리석음을 탓하며 친구를 떠올린다. 나와 비교도 되지 않게 잘난 친구가 아프도록 부럽다. 나와의 사이에 있을 깊은 간극을 좁힐 수 있을까. 그렇게다면 그땐 말을 붙일 수 있을지 생각해 본다.


나는 못났다. 잘난 친구를 진심으로 축하해주지 못한 채, 그저 부러움 섞인 시선으로 바라보기만 한다. 누군가는 그럴 기운으로 자신을 갈고닦으라 한다. 그 말이 틀리지 않음을 안다. 하나 내 부족함이 쉬이 채워지지 않음을, 내 한계가 보이고 있음을 깨닫곤 그저 웃고 만다. 나는 참으로 못났다.


육 년 전, 처음으로 글을 쓰며 스스로에게 많은 기대를 걸었다. 화려한 시작에 걸맞지 않은 초라한 성적에도 나는 되뇌었다. 이것은 너의 잘못이 아니라고, 상황이 좋지 않았다고. 그때, 그런 어리석은 생각을 하지 않았다면, 피를 토하며 노력했다면 뭐라도 달라졌을까. 곰곰이 생각해 본다.


나는 어리석다. 그렇기에 오늘도 내 앞에 놓인 현실을 외면한다. 전화를 묻고, 메시지를 삭제한다. 머리만 숨긴 꿩이 안전하다 생각하는 것처럼. 서른다섯의 나는 너무도 어리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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