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성백 종주

지리산이 내게 준 것은?

by FriendlyAnnie
동서울 터미널에서 밤 11시 차를 타면 새벽 2시 30~40분 경 성삼재에 도착한다.


얼마나 힘들지 몰랐기에 겁없이 시작한 지리산 종주.


밤 11시 동서울 터미널에서 성삼재로 향하는 버스에 몸을 싣고 잠을 청했다.

산행을 위해 최소의 수면시간을 확보해야했지만 막상 야간 버스 안에서의 숙면은 쉽지 않았다.


앞 자리 아저씨는 버스에 타자마자

자리를 확 눕히더니 성삼재에 도착할때까지 아랑곳 하지 않고 본인의 수면시간을 확실히 확보했지만

덕분에 난 다리를 뻗지도 못하고 불편하게 뒤척이며 잠을 설치고 말았다.


잠을 설친 친구와 나는 산행 초반을

밀려오는 잠과의 싸움으로 시작했다.

그래도 앞으로 다가올 고난을 예상치 못하고 우린 호기롭게 산행을 시작했다. 그렇게 우린 꼬박 이틀간의 종주를 위한 걸음을 내딛었다.


성삼재에서 버스를 내리면 새벽에는 무인으로 운영되는 이마트24가 있다.



성삼재~노고단~임걸령삼거리

버스에서 함께 내려 성삼재 편의점에 함께 있던 사람들이 분주히 산행을 시작했다. 신발끈을 다시 고쳐매고 조금 꾸무적거리는 사이 사람들이 보이질 않았다. 다들 어찌나 빠르게 움직이던지.

새벽 3시.
아직 어둠이 걷히지 않은 산길을 작은 랜턴으로 밝히며 노고단으로 향했다. 노고단 대피소는 리모델링이 한참이었고 한팀이 임시대피소에서 아침 식사를 하고 있었다. 우리는 좀 더 가서 식사를 하기로 하고 걸음을 재촉했다.

노고단 정상까지 갔는데 안내하는 분이 알려주는 길은 내리막길. 맞는 길인지 의심을 하며 예상시간보다 좀 많이 걸려서 임걸령삼거리에 도착했다.


적막속 해뜨기 전부터 새소리가 너무나 크고 맑고 힘차게 들렸다. 세석까지 가는 길에서 우리는 수많은 나무터널들을 지나쳤다. 나무터널들을 지날때 마다 그 끝에선 다른 세상과 만난 것 같은 풍경들을 마주했다.

노고단대피소는 리모델링 공사중. 노고단 정상에서 종주하는 길과 탐방로로 길이 나뉜다.


짐의 무게를 줄이기 위해 생수는 각자 3병씩만 들고 출발했는데 지리산 산행에서는 중간중간 샘물과 식수를 공급할 수 있는 곳이 많아
물걱정은 할 필요가 없었다.

임걸령삼거리에 도착했을땐 이미 날이 환하게 밝아있었다.

임걸령 샘에서 식수를 공급



노고단 정상~삼도봉~화개재~연하천대피소

노고단 정상에서 좀 헤맨듯했지만 다시 길을 제대로 접어들어 전라남북도와 경상도가 만난다는 삼도봉을 지나 화개재를 지나 샘물이 맑고 시원한 연하천 대피소까지 순조롭게 도착.

연하천 대피소에 식사를 하고 쉬어갈 수 있는 테이블이 있다.
샘물이 있어 빈 페트병에 물을 채워 출발할 수 있었다. 지리산에서는 중간중간 샘물을 만날 수 있어서 마실 물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샘물로 끈적이는 땀을 씻어내고
목음 축이고 비어버린 물병에 물을 채우고 점심식사를 했다.

오르락 내리락 쉽지 않은 코스였지만
여기까진 할만 했던 것 같다. 점심은 친구가 준비해온 전투식량으로 맛있게 해결하고 걸을 땐 더웠지만 머물러 있으면 추위가 느껴져
한 낮이었지만 산 아래서의 무더위를
우리는 상상도 할 수 없었다.

맛난 점심과 함께
달콤한 휴식을 취한 우리는
다시 에너지를 충전 후 길을 나섰다.



연하천대피소~벽소령대피소~세석대피소

세석까지 가는 길은 험하기도 하고 시간에 쫓겨 사진을 거의 찍지 못했다. 세석 도착 전 해질 무렵.



연하천에서 출발할때만 해도
세석산장까지의 산행이
얼마나 험난할지 예측을 못했다.

산행 시작 전 3일을 감기를 앓아
컨디션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
시작한 산행이라 속도는 계속 느려지고 친구는 나의 속도에 맞춰 느리게 나를 끌고 가느라 많이 힘들었을 것이다.

벽소령 대피소까지는 그래도
새소리 바람소리 즐기며 여유있게
산행을 진행하였다.

벽소령에서 세석까지의 코스가 험난하고 오래 걸릴거라 얘기하는 다른 등산객들의 말을 듣고
서둘러 벽소령을 떠났다.

세석에 도착하기 위해 덕평봉 칠선봉 등 세개의 험난한 봉우리를 오르내리며 해지기 전에 도착하기 위해 서둘렀지만 결국 우리는 해가 지기 시작한 후 7시30분 경 세석에 도착할 수 있었다. 예상 시간보다 3시간이 늦은 도착이었다.

세석에 도착하고 금방 해가져서
어둠 속에서 저녁 식사를 하고
서둘러 배정받은 대피소 자리를 찾아 잠을 청했다.

연하천과 세석은 화장실이 푸세식이었고

벽소령은 수세식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었고
자연 샘물 외에 세면을 위한 물이용은 어려웠다. 비누나 치약을 이용한 세면과 양치질은 금지되어 있어 지리산 산행시 세면은 수건을 빨아 몸을 닦아내고 양치는 소금물을 이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세석에서 잠자리를 준비하고 있는데 9시에는 소등을 하였다. 다음날 3시부터 모두 산행을 시작해야 하는 관계로 일찍 소등을 하는 것 같았다.
서둘러 대충 수건으로 몸을 씻어내고
잠을 청했다.

우리가 평소에 누리는 편리함과 쾌적함을 지리산에서는 모두 포기해야 한다. 그걸 포기할 수 있는 사람만이 지리산의 자연을 누릴 수 있는것이 아닐까 생각하며 잠이 들었다.



세석 대피소~촛대봉~장터목 대피소~천왕봉

전날 세석대피소까지 16시간의 장정을 치른 후이기에 세석에서 천왕봉까지의 여정은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다.

남은 산행시간은 하산까지 8시간 남짓. 세석을 출발할 때 산짐승의 울부짖는 소리에 긴장을 하며 출발했다. 산행 내내 반달가슴곰과 마주쳤을 때의 행동요령을 알려주는 게시물을 많이 본터라 혹시 곰이 아닌가 걱정을 했지만
지리산 고수들에게 물어보니
울부짖는 동물의 정체는 노루라고 했다.

그 사실을 듣고서야 안심하고
산행을 이어나갔다.

어둠속을 헤치며 다른 등산객들이 향하는 곳으로 발걸음을 함께했더니 촛대봉에 다다랐다. 천왕봉에서의 일출을 볼 수 있음 좋았겠지만 시간상 우리는 촛대봉에서 일출을 맞이하였다.

촛대봉에서의 일출을 맘껏 감상하고
우리는 장터목으로 향했다. 장터목은 천왕봉 일출을 보기 위해 전날 묵은 등산객과 우리와 함께 세석에서 출발한 등산객들로 붐볐다.


촛대봉 일출


사람들이 많은 탓에 겨우 자리를 잡고 아침식사를 했다. 긴 산행으로 먹을거리가 아쉬웠던 우리와 달리 장터목에서 묵은 사람들은
풍성한 먹을거리를 자랑하고 있었다.
옆자리 사람들이 끓이는 누룽지 냄새가

유난히 고소하게 느껴졌다.


아침식사와 함께 잠깐의 휴식을 취한 우리는 배낭을 던져놓고 물만 챙겨서 천왕봉으로 향했다. 도난의 우려따윈 없이 사람들은 모두 배낭을

한 곳에 모아놓고 천왕봉 등반을 시작했다. 장터목에서는 식수를 충분히 공급 받을 수 있어

빈 페트병에 물을 채워
천왕봉에 오르기 시작했다.

천왕봉은 붐비는 사람들로

정상석에서 사진을 찍기 위한 줄이 제법 길었다. 우리는 줄을 서지 않고 절벽 아래로 내려가 비스듬히 정상석이 나오도록 사진을 찍고

하산을 시작했다. 다음엔 장터목에서 묵고 천왕봉 일출을 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하산을 했다.

하산 코스는 중산리 코스와 백무동 코스가 있는데 우리는 백무동 코스를 선택했다. 이로써 1박 2일의 지리산 성백 종주는 끝이났다.

물론 하산하는 시간도 거의 5시간 가량으로 쉽지 않은 코스였지만
오를때 보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하산하였다. 지치고 내리막을 내려가는 동안 다리도 많이 힘이 빠져 힘들었다. 차시간을 변경하여 좀 더 여유롭게 하산을 한 우리는
백무동에 있는 한 카페에서 시원한 커피 한잔을 하고 2천원에 귀한 샤워를 한 후 서울로 향하는 버스에 탈 수 있었다.

이틀간 산에서 보낸 시간들이 꿈만 같았다. 평지의 열기는 전혀 느낄 수 없었던 지리산의 자연과 시원함을 뒤로한 채 아쉬운 맘으로 일상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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