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달리기를 시작한 지 5년 6개월이 지나가고 있는 이 가을에 대한민국은 달리는 사람들의 열기가 가득하다.
내가 달리기를 시작한 2019년엔 아침에 달리러 나가면 우리 부부 외에 달리는 사람들을 만나는 것은 참 드문 일이었다. 코로나 팬데믹 시기에는 갈곳이 없고 할 수 있는 것에 제약이 많았다. 답답해진 사람들은 산으로, 동네 산책로로 하나 둘씩 나오기 시작했다.
당시 등산을 갈 때도 달리기를 할 때도 마스크를 쓰고 답답해 하며 했던 기억이 선명하다. 2020년, 2021년에는 집합 제한으로 마라톤 대회들이 없었다. 2019년 춘천 마라톤 10키로에 참가한 후 2년 동안은 공식적인 마라톤 대회가 없었다. 대신 랜선 마라톤 대회로 각자 달리는 이벤트들이 있었다. 2022년 집합 금지 해제로 다시 열린 마라톤 대회들에는 마라톤에 갈증이 커진 많은 사람들이 참가를 했다.
그래도 지금 생각해 보면 2024년 현재 만큼 달리기 인구가 많지는 않았던 것 같다. 2022년 마라톤 대회의 재개와 동시에 사람들의 달리기에 갈망이 더욱 증폭이 된 듯 하다. 더 많아진 마라톤 대회와 트레일런 대회의 수에도 불구하고 대회 참가 신청은 더 어려워 졌고, 대회도, 달리기 강습도, 달리는 장소들도 모두 과열된 양상을 보인다. 함께 달리는 재미에 러닝 크루들도 많아지고 보행자들과의 갈등이 빚어지기도 한다.
이쯤 되니,
사람들은 왜 달리기를 시작할까?
라는 질문을 던져보지 않을 수 없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달리고 싶다.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는 편리한 문명을 누리고 살아 가느라 우리가 원래 몸을 움직이며 살아가야 건강할 수 있다는 걸 망각하고 있었다.
코로나로 할 수 있는게 많지 않았던 우리가 다시 찾은 자연과 신체활동은 우리 안에 잠자고 있던 동물적인 본능을 일깨웠다.
우리 인간은 움직여야 신체가 원활히 기능을 하는 동물이다. 인간의 뇌는 기본적으로 우리의 운동 능력을 위해 존재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 한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두뇌 활동은 지나치게 정신적인 활동, 즉 많은 정보처리를 위한 활동에 치우쳐 있고 신체 활동을 위한 역할이 줄어들고 있다. 동물인 우리 인간이 움직임을 줄이고 편리한 환경에 적응을 하다보니 움직임이 줄어든 만큼 신체 기능은 떨어지고 정신적인 활동으로 인한 뇌의 사용은 과부하가 되면서 자연적으로 건강의 균형이 깨어져 가고 있다.나는 호르몬 이상을 겪으면서 온몸으로 그것을 체감하고 있다.
달린 후의 기분과 몸과 마음의 상태를 경험해 본 사람이라면 자신도 모르게 달리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걸 알 것이다. 달리러 나가는 게 망설여 질 수도 있고, 달리는 동안 숨이 끝까지 차서 힘든 경험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달리고 나서는 달리길 잘했다 느낀다. 조금 더 건강해 지는 것 같고, 조금씩 더 나은 자신이 되어가는 느낌이 들 것이다.
나는 몸과 마음이 아파서 달리기를 시작했다.
달리기가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달리면서도 나처럼 부신 질환, 갑상선 질환을 겪을 수도 있고 어떤 분처럼 암진단을 받을 수도 있다. 온갖 질병이 우리에게 찾아올 수 있다.
하지만 아프지만 참고 달리는 것이 아니다.
아프니까 달린다.
200까지 치솟는 혈압이 약으로도 해결이 안된다. 달리면 20~30 정도 떨어지기도 한다. 물론 극심하게 아프면 무조건 쉰다. 조금 괜찮을 땐 무조건 조금이라도 달린다. 몸의 순환이 되면서 컨디션을 조금 더 좋은 상태로 유지할 수 있다. 달릴 수 없을 땐 걷기라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