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운동이 더 절실하게 느껴진 건 달리기 후 혈압이 떨어지고 컨디션이 괜찮아 지기 때문이었다. 약으로도 떨어지지 않던 혈압이 달린 후에 수축기 혈압 20~30 정도가 떨어지고 혈액 순환이 되는 것을 온몸으로 느꼈기에 하루라도 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처음엔 높고 변화가 심한 혈압 때문에 병원을 찾게 되었다. 그 시점이 올 3월이었고, 이후 내 몸 상태를 제대로 아는데 8개월이 걸렸다.
처음엔 의사가 무조건 혈압약을 처방해 주었다. 3개월동안 점점 혈압약의 강도를 높여가며 처방을 받았지만 혈압이 떨어지지 않아 힘든 시간을 보냈다. 운동을 하고 몇 시간은 혈압이 떨어져 있다가 저녁이 되면 다시 치솟았다. 도저히 이해가 안되고 힘들어서 동네 내과를 찾아서 다시 검사를 한 결과 갑상선 호르몬 수치가 높게 나왔고 항진증 진단을 받았다. 그로부터 지금까지 혈압약과 갑상선 항진증 약을 복용하며 더욱 정밀한 검사를 진행해 왔다.
복부 조영 CT 촬영으로 부신 종양이 있는 걸 확인했다. 그 후 여러 차례 혈액검사와 24시간 소변 검사로 부신 호르몬 중 혈압을 높이는 알도스테론 과다분비를 확인했다. 그리고 종양으로 인한 호르몬 과다 분비인지 확인하기 위해 부신 정맥 채혈 시술을 진행했다.(이것도 대퇴부에 구멍을 뚫고 와이어를 삽입해서 거의 작은 수술과 마찬가지로 진행되었다.)
그렇게 8개월의 긴 검사 결과 수술이 확정 되었다. 가장 빠른 스케줄을 잡으니 12월 초가 되었다. 이제 안전하게 수술할 수 있는 몸상태인지 확인하는 몇 가지 검사를 더 앞 두고 있다. 2024년은 병원을 다니느라 한 해가 다 지나간 듯 하다. 그래도 수술을 하면 혈압도 점차 정상으로 돌아가고 몸의 상태가 나아지리라는 기대감으로 운동과 약 복용을 병행하고 있다.
아프지만 참고 달리는게 아니다.
나는 아프니까 달리기 시작했고 달리기로 조금 더 나은 몸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아프니까 달린다.
안 달리면 더 아프니까.
몸의 순환이 좋지 않거나 갱년기 증상으로 힘드신 분들이 있다면 걷기보다 살짝만 빠르게 달리는 걸 추천하고 싶다. 달리기 전과는 분명 다른 좋은 몸과 마음의 상태를 만날 수 있을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