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받지 않으려는 마음
S는 늘 어려움이 닥치면 지난 일을 돌아보며 미련을 갖기보다는, 그 순간의 상태를 파악하고 해결책을 찾아 나선다. 그리고 나서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일상을 이어 나간다. S는 성실하고 믿음직하고 변함이 없다. 사람들과도 별 문제 없이 관계를 이어나간다. 그녀는 누구에게도 자신의 마음을 털어놓지 못한다. 자신의 어려움이나 좋지 않은 감정을 끄집어 내면 다른 이들이 좋아하지 않을 것 같다 생각한다. 굳이 다른 이들에게 자신의 안 좋은 기운이나 에너지를 전달하고 싶지 않다.
S는 마음 놓고 휴식을 취하거나 친구를 만나서 수다를 떨거나 무의미하게 시간을 보내지 않으려는 강박이 있다. 쉬는 날도 운동 외에는 집안 일이나 업무를 정리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위한 독서를 한다. 건강을 유지해야 한다는 강박과 경제 활동을 이어가야 한다는 강박으로 온전한 휴식을 취하지 못한다.
그녀는 자신의 감정에 대해서 솔직하게 바라보지 않고 지나간다. 안 좋은 감정을 표현하는 것은 감정적인 소모이며 일상을 더욱 힘들게 만든다는 생각을 하며, 감정 조절이 생활의 전부라고 생각한다. 안 좋은 감정을 불러오지 않는 것은 몸과 마음의 건강에도 상당히 도움이 된다고 생각을 한다.
안 좋은 감정을 불러오지 않기 위해 그녀는 타인과의 관계에 있어서도 일정 선을 넘지 않는다. 너무 가까워지면 감정적인 소모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그녀는 타인에게 친절하다. 그리고 인간은 서로에게 친절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따뜻한 관계와 세상을 원하고 좋아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누구에게도 깊이 관여하지 않는다. 그것은 가족에게도 마찬가지 이다.
어느 날, 그녀는 자신에게 묻는다.
"넌 왜 그렇게 긴장하고 살고, 그 어떤 사람에게도 아주 가까이 다가가지 못하는 거니?"
...
그녀는 곰곰이 생각해 본다.
"그건 아마도... 상처 받지 않으려는 마음?"
그녀는 타인과도 잘 지내고, 삶에 어려운 순간이 다가오면 잘 헤쳐나가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 그녀 안에는 삶에 대한 불안으로 인한 강박이 자리하고 있다. 그리고 솔직한 감정 표현 이후에 올 괴로움과 상처들에 대한 두려움이 함께 한다. 그리고 타인의 거부에 대한 두려움도 있는 것 같다.
우리 모두의 안에는 이런 상처 받지 않으려는 마음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반응들이 우리를 큰 상처들로부터 지켜주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상처 받지 않으려는 마음과 자기 방어도 우리를 지키는 한 방법일 수 있다. 그리고 안 좋은 감정이나 상처들이 커지기 전에 적당히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도 또 다른 한 방법일 수 있다. 우리의 상처가 더 커지기 전에 늘 스스로에게 괜찮은지 어떻게 하면 좋을지 물어보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