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의 말을 줄이자

아이들의 말을 들어줄 선생님

by FriendlyAnnie

한 때는 열정적으로 강의를 하고 아이들에게 수업의 에너지가 잘 전달되어 명쾌하게 수업을 끝낸 후 희열을 느꼈다. 사실은 요즘도 가끔 그러하다. 아이들에게서 활발한 반응을 나오면 성공적인 수업이라 느껴지며 선생님인 나 스스로의 만족감이 대단하다.


수업은 다양한 세팅과 수업 구성원에 따라 흐름이 달라질 수 있다. 기본적으로 큰 커리큘럼의 틀이 있고 세부적으로 어떠한 세팅으로 수업을 할지 결정한다. 그 과정에서 구성원, 즉 학생들의 성향이나 특징에 따라 수업 방식을 변형시킬 수도 있다.

그래서 이 세상에는 무수한 수업 도구들과 방식들이 존재한다. 그러나 그 어떤 도구나 방법보다도 진정한 배움을 위해서 필요한 것은 바로 학생들의 배우고자 하는 마음과 배움에 대한 열망과 열정이다.

아이들이 진정으로 배우고 싶고 하고싶은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도우려면 결핍 또는 재미를 제공해야 한다. 그런데 그 두가지 요소를 충족시키기가 쉽지만은 않다.

요즘 아이들은 배움이 고프지 않다. 고프기 전에 너무나 많은 배울거리들이 아이들의 생활에 제공이 된다. 넘쳐나는 배울 것들에 아이들은 지겨워진다. 특히 아이들이 알고 싶고 배우고 싶은 것들이 아니라 이 세상에서 필요한 기준에 따라 배울거리들이 제공되는 상황에서 아이들은 전혀 배움이 고프지 않다. 처음 접하는 신선함이 사라지면 동시에 배움의 동기도 사라진다. 아이들의 배움에 결핍이 없기에 배움을 원하는 마음이 생기기 힘들다.

그렇다면 결핍의 요소 대신 재미라는 요소로 아이들의 배움의 동기를 만들어 갈 수 있을까? 과연 어떤 재미를 제공해야 할까?

게임?
배움의 게임화?

게임적인 요소로는 아이들의 배움이 깊어지기 힘들다. 아이들은 금방 더욱 강렬한 재미를 원하게 될것이다.

지난 30년간 아이들을 가르쳐 오며 많이 고민하고 연구하고 시도하고 수정해왔다. 좀 지루하고 빠른 효과가 없어보여 많은 부모님들이 끝까지 밀고 나아가지 못하는 책읽기를 결국 선택한 것은 아이들의 배움에 건강한 동기를 심어주고 읽는 동안 배움 그 자체로의 재미를 맛볼 수 있다는걸 알기 때문이다.


책읽기 수업을 중점적으로 가르치기 시작한 초창기부터 나는 그 이전의 선생님 중심의 수업 방식에서 선생님은 말 수를 줄이고 아이들이 중심이 되어 진행되는 수업을 만들어 가고자하는 노력을 시작했다. 그 수업 모델은 한 때 우리 나라 공교육에도 도입했다 점점 사라져간 거꾸로 수업이었다. 나는 거꾸로 수업모델을 정독 수업에 일부 적용하여 진행하고 있다. 선생님이 입을 닫고 아이들이 함께 협력하여 문제를 해결해 나간다. 아이들끼리 해결되지 않는 문제는 적극적으로 선생님께 질문을 하고 도움을 청한다. 억지로 아이들에게 지식을 주입하는게 아니라 아이들이 자신들에게 생긴 결핍을 적극적으로 해결해 나간다.

초창기 거꾸로 수업은 영상을 보고 수업에 참여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었다. 나는 책읽기에 그 방식을 도입했다. 책을 읽은 후 학생들이 협력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거친다.



책읽기는 아이들의 결핍을 이용하는 거꾸로 수업에 매우 적합한 도구이다. 더불어 아이들은, 아니 사피엔스라는 존재들은 애초에 스토리를 좋아하는 유전자가 있기에 책을 꾸준히 읽는 아이들은 스토리를 읽으면서 호기심을 충족하기도 하고 호기심이 생기기도 한다. 책을 읽고 이야기 나누는 걸 싫어하는 친구들은 없다. 학습적으로 책을 읽고 문제를 푸는것과는 전혀 다른 과정이다. 책읽기 자체에 재미를 느끼지 못하는 아이들도 물론 있다. 하지만 어릴적부터 책을 읽고 대화를 나눠본 경험이 있는 친구들은 책읽기 자체의 재미를 알게된다. 알수록 호기심이 생기고 더 알고싶어진다. 그것은 배움의 결핍이 되어 배우는 동기가 되고 그렇게 배움이 고픈 아이들은 새로운 것을 배우는 재미를 알아가게 된다.

책을 읽고 얘기를 나누는 과정에서는 선생님의 화려한 강의력은 필요없다. 아이들의 생각을 끄집어낼 수 있는 좋은 질문과 아이들의 얘기를 기다려주고 들어줄 수 있는 선생님의 인내심만 있으면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