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홀로 달린 5년간의 기록

01 자유

by FriendlyAnnie

5년 간 남편과 둘이서 꾸준히 달렸다. 남편이 없었더라면 중간에 그만두었을지도 모르겠다. 둘이 함께 달렸기에 5년을 달릴 수 있었다. 5년 간 달리면서 거의 주 3~4회는 달렸다. 그리고 2023년에는 늘 몰아치는 삶에서 나 자신에 대한 믿음을 더 키우고 싶어 365일 매일 5키로 달리기 미션을 스스로 진행했다. 하루도 빼놓지 않고 5키로를 달리는 건 쉽지 않았지만, 365일의 약속을 지켜내면서 나 자신에 대한 믿음을 키울 수 있었다. 그리고 이제 일 년에 한 번 풀코스 마라톤 완주를 통해 나 스스로 할 수 있다는 믿음을 지켜나가고 있다.

매일 달리기 할 때, 기록해 두었던 글 중 몇 가지를 공유하고자 한다.


#01-1 자유


달리는 동안 나는 일상에서는 맛볼 수 없는 자유를 맛본다. 차오르는 숨과 한 겨울에도 뚝뚝 흘러내리는 땀의 맛은 내게 진정한 자유를 안겨준다.


달리기를 끝내고 천천히 걷다보니 휴일이라 밖으로 쏟아져 나온 사람들이 내 눈에 들어온다. 아장아장 걷는 아가를 보며 조심하라고 연신 걱정을 내뱉는 엄마와 할머니의 모습에서 아가에 대한 사랑을 엿볼 수 있다. 세상에서 아가들만큼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존재들은 없을 것이다. 주변의 어른들은 아가의 자유로운 발걸음이 옮겨질 때마다 혹여나 넘어져 다치지나 않을까 걱정을 내뱉는다. 아가는 그래도 두려움 없이 발걸음을 내딛는다.


한 인간이 살아가면서 가장 행복한 순간은 자유 의지를 발현하여 스스로의 삶을 만들어 가는 때가 아닐까 한다. 하지만 우리는 어른이 되어가면서 여러가지 제약 속에서 유리의 자유를 제한하기 시작한다. 때로는 가장 사랑하는 부모들로부터 때로는 사회로부터 자유를 제한 당하며 살아가기도 한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어른들은 하나 둘 씩 아이들의 자유를 제한하고 어른들이 생각하기에 안전하고 빠른 길로 인도하려 한다.

아이들은 어느새 자신의 자유 의지를 잃은 채 무기력한 생명체가 되어가기도 한다. 아이들도 어른들도 자유로운 의지로 세상을 탐험하며 진짜 삶을 배우고 사랑하고 누리는 우리가 되길 바래본다. 자유로운 의지가 금기시 되는 분위기를 조금씩 깨뜨리고 진짜 내 마음이, 내 의지가 움직이는 방향으로 몸도 움직여 보면 어떨까 한다.


나는 달리면서 오롯이 나에게 집중하고 나의 자유 의지로 내가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탐색하기도 한다. 차오르는 숨에 몸의 고통을 느끼는 순간 내가 살아있음을 느낀다. 우리의 삶에서도 스스로 선택한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며, 고통을 경험할 때 조차도 그 고통을 극복한 뒤에 오는 희열도 맛보며 진짜 자신의 세계를 탐험하고 발견해 나가는 우리가 된다면 진정으로 살아 있는 생명체로서의 의미를 지니게 될 것이다.


#01-2 자유의 맛


우리는 예전보다 많은 자유가 보장되는 세상에서 살고 있다는 생각을 해왔다. 실제로 우리가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것이 많아진 것이 사실이지만 한편으로 우리는 보이지 않는 굴레 속에서 진정한 자유를 누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도 하다.

나의 사랑하는 두 아이는 영혼이 아주 자유로운 아이들이다. 고등학교 1학년 1학기까지 학교를 다니고 자퇴를 한 두 아이는 학교 밖 청소년이 되어 편견 어린 시선 속에서 살아가지만 그런 편견에 얽매이지 않고 나름대로 자유를 만끽하고 있는 듯 하다. 자유로운 아이들의 생활을 지켜보자면 때로는 걱정이 되기도 하지만 아이들의 삶을 지켜보면서 한편으로는 사회적인 고정관념과 타인의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나의 십 대와 이십 대 시절을 돌이켜 보곤 한다. 무의식 중에 어른들의 시선에 착한 아이로 비치고 싶어서 모범적이고 성실한 아이로 살아왔던 나는 이십 대를 시작할 무렵 모르는 것 투성이에 처음 접하는 것들에 대한 두려움이 아주 컸던 기억이 있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새로운 것에 도전할 때 마다 내 안의 두려움과 싸워야만 했다. 말 그대로 온실 속 화초 같았던 나의 이십 대는 스스로 물리적, 정신적으로 독립하는 데 꽤 오랜 기간이 걸렸었던 것 같다. 막상 주어진 자유를 누리지도 못하고 그 자유로운 선택 자체가 나의 두려움의 대상이기도 했다.


그렇게 내가 진정한 나의 자유 의지를 발현하는데 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려 사십 대가 되어서야 비로소 난 나 자신에 대한 깊은 고민과 함께 진정한 나의 삶을 찾기 시작했다.


요즘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더 좋은 것을 주고 더 빠른 길로 인도하기 위해서 안간힘을 쓴다. 하지만 스스로 선택하고 책임지는 자유를 경험해 보지 못한 아이들은 자유가 주어져도 어떻게 자유를 누리는지 알 수가 없고 두렵기까지 할 것이다.


최근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의 부모님들께 난 아이들이 스스로 선택하고 책임지는 연습을 해야 한다고 종종 말씀드린다. 그것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부모님들도 있고, 사회적인 시스템 때문에 그렇게 하기가 어렵다고 말씀하시는 부모님들도 있다.


아이들이 이 복잡하고 변화무쌍한 세상에 한 독립체로 성장하고 생존하기 위해서는 우리 부모들이 먼저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을 버리면 좋겠다. 아이들이 자유로운 선택을 하고 책임을 질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의도적으로 도울 수 있어야 한다. 음식도 먹어봐야 맛을 알 듯 자유도 맛을 본 아이들이 더욱 잘 누릴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사계절 달리며 눈에 들어오는 풍경과 자연물들을 보는 것이 달리기의 재미를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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