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로와 스트레스를 조절하자
달리기와 친구가 되어, 달리기 덕분에 컨디션 조절도 하고, 혈압 약을 복용하지 않고도 두통을 피할 수 있었다. 그래서 한 때는 달리기가 만병통치약 이라고 얘기하고 싶었다. 그만큼 달리기가 내게 준 것이 아주 많지만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달려도 아프다. 나처럼 신체 기관에 종양이 생기고 호르몬 이상이 생길 수도 있고 암에 걸릴 수도 있다. 너무 열심히 달리면 부상이 올 수도 있다. 그리고 마라톤 대회에 나갔다가 심장마비가 올 수도 있다. 그런데 그런 증상들의 직접적인 원인이 달리기는 아니다. 달리지 않아도 달려도 그런 질병이나 증상은 생길 수가 있다. 달리기와 질병에 관한 수많은 연구 논문들이 있지만, 달리기로 인해 직접적으로 발생하는 질병에 대해서는 명확히 밝혀진 것은 없는 듯하다.
나는 몸과 마음이 아파서 달리기를 시작했고 달리기를 통해 좀 더 활력 있고 건강하게 5년을 지냈다. 달리기 덕분에 고혈압 증상도 목 디스크도 많이 완화가 되어 주변 사람들에게 달리기의 효용에 대해 늘 얘기해 왔다. 그런데 아무리 달리기를 해도 과로와 스트레스를 조절하지 못하면 우리의 몸은 급격히 나빠질 수 있다. 나는 꾸준히 달려서 컨디션을 유지했지만 밀려드는 업무와 과로는 달리기도 소용없게 만들었다. 충분한 휴식 없는 운동은 소용없다는 것을 뼈저리게 깨달았다.
“어떻게 업무를 줄이지?”
라고 생각을 했었다.
경기도 좋지 않고 살아남기 위해서는 더 열심히 일해야 한다는 강박을 떨쳐버릴 수 없었던 나지만 최고 혈압 230을 찍고 혈관이 터져 당장이라도 쓰러질 수도 있겠다는 공포감을 느끼고 나서야 비로소
“아… 이러다 쓰러져 죽으면 다 소용 없겠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죽으면 다 소용 없으니 우선 순위를 건강 회복에 두기로 하고 일을 줄였다. 밤 늦게 까지 하는 수업은 이제 하지 않기로 하고 정리를 했고 4년 째 매주 두 시간 씩 하던 봉사도 잠정적으로 중단했다. 그리고 그 시간들을 운동과 휴식으로 대체했다.
2024년 한 해 나의 병에 대해 진단을 받고 수술을 결정하는데 까지는 9개월이 걸렸고 수술 전까지 약을 바꿔가며 부작용과 증상들의 변화로 힘들었지만 꾸준히 달리고 보강 운동도 했다. 운동하는 것도 무척 힘들었다. 조금만 뛰어도 어지럽고 숨이 가쁜 시기도 있었고, 달리면서 머리의 압이 올라오는 경우도 있었다. 아프니까 달리지만 늘 내 몸의 상태를 정확히 살피고 운동의 강도를 조절했다. 가능하면 달리고 불가능 할 때는 걸었다. 트레일러닝 대회에 나가서 컷오프(시간 내에 못 들어와 경기를 중단해야 함)를 당하기도 했기만 상태가 괜찮을 땐 완주하기도 했다. 달린지 5년 만에 처음 10km를 한 시간 이내에 달려내기도 했다. 나의 병을 치료하는 기간 동안 달리기 덕분에 아프지만 견딜 수 있는 체력을 만들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나이가 들수록 체력이 떨어지는 건 당연하다. 그리고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스트레스 관리와 자신에게 적절한 강도의 꾸준한 운동이 필요하다. 50세가 넘으면 안 아플 때가 없다고 들 한다. 단지 조금 덜 아픈 상태를 유지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할 뿐이라고 누군가는 얘기한다.
달려도 아프다.
달리면 좀 덜 아프다.
그래서
아프니까 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