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 위해 나의 병을 치료하고 싶었다
2024년 초부터 그 이전 5년 간 비교적 잘 관리했던 혈압이 다시 널뛰기 시작했다. 수축기 혈압이 200을 넘기기 일쑤였다. 이러단 큰일 나겠다 싶어 병원을 찾았다. 정상적인 상태로 안심하고 달리고 싶은 마음이 컸다.
이제 와서 고백 하건대 못 달리게 될까 겁이 났다. 처음 갔던 병원에서 심장 초음파, 복부 조영제CT, 심전도 검사를 모두 다 하고도 특별한 원인을 찾지 못했고 혈압 약만 3개월 복용했다. 혈압이 전혀 떨어지지 않은 채 3개월을 보내는 동안 고통스러웠다. 혈압 약 부작용으로 추측되는 현상들이 더해져 더욱 고통스러운 나날들을 보냈다. 민감하고 섬세한 사람이 아니기에 웬만하면 한 번 간 병원은 바꾸지 않는데 이번엔 너무나 힘들어서 다른 병원을 찾게 되었다. 지나고 보니 중대한 질병은 여러 병원에서 진단을 받아보는 것이 상식인 듯 하다. 다른 병원에서 똑같은 복부 CT 필름으로 다른 판독 결과가 나왔다. 부신에 종양이 있는 게 확실해서 혈액 검사와 소변 검사를 통해 호르몬 수치를 측정했다. 결과는 혈압을 높이는 부신 호르몬인 알도스테론의 수치가 높은 것으로 나왔다.
그렇게 호르몬 검사를 진행하는 동안 원주 치악산 트레일 러닝 대회에 참가했다. 완주 못할 걸 알면서도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컷오프를 당했다. 컷오프를 당했지만 22km를 달려낸 것이 뿌듯했다. 최악의 상황에서 끝까지 최선을 다했으니 그 다음은 조금씩 좋아질 일만 남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프니까 더 달리고 싶었다. 운 좋게도 2025년 동아 마라톤 신청에 성공했다. 그런데 동아 마라톤 풀코스에 도전하려면 10키로 59분, 하프 2시간 12분, 풀코스 4시간 59분의 기록 중 하나를 제출해야 한다는 문자를 받았다. 그저 천천히 나만의 속도로 달리면 될 줄 알았는데 도전을 위해서는 나의 한계를 넘는 과정은 필수였다.
12월에 부신 종양 제거 수술을 앞두고 있었고, 수술 후 3개월 뒤 동아마라톤에 도전하는 것도 무리스런 계획이었다. 하지만 난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수술을 앞 둔 지난 10월과 11월 두 달 간 난 동아마라톤 참가를 위해 나의 10키로, 하프, 풀코스 기록에 도전했다. 10월 인천 송도 국제 마라톤에서 10키로를 57분에, 자라섬 마라톤에서 하프를 2시간 10분에 달렸다. 동아마라톤 티켓을 따냈다. 그리고 아쉽게도 JTBC 풀마라톤에서는 5시간의 벽을 넘지 못하고, 5시간 50초만에 완주했다.
주변에서 아픈데 극성이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아프니까 더 달리고 싶었고, 건강을 되찾기 위해서 달리고 싶었고, 동시에 달리기 위해서 나의 병을 극복하고 싶었다.
왜 이렇게 달리기를 끈질기게 하게 되었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난 지금 달리기를 통해 내가 살아있음을, 그리고 살아있기에 누릴 수 있는 이 시간을 온몸으로 느끼고 싶은지도 모르겠다. 우리의 내일은 없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살아있는 동안 주춤거리지 말고 살아있음을 온전히 느끼며, 아낌없이 삶을 살아가고자 한다.
죽은 것처럼 힘들고 느리게 갈 수 밖에 없었지만 멈추지 않았다. 지나고 보니 이 시간을 함께해준 남편에게 깊이 감사한 마음이 든다.